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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를 자주 재면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다이어트에 관한 한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맞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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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관한 한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맞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맞는 걸까?

비만이 걱정되면 TV를 꺼라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기도 한 황지우 시인이 예전에 조각 작품 전시회를 가진 적이 있다. 물론 작품의 완성도는 전문 조각가만큼 뛰어나진 않았을지 모르지만, 시인 특유의 시선으로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그 중 하나가 <일요일 내내, TV 선禪하다>라는 작품이었다. 퉁퉁한 남자가 모로 누워서 한손으로는 얼굴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리모컨을 쥐고 있는 모습인데, 특히 남자의 축 늘어진 묵직한 뱃살이 눈에 띄었다. 쉬는 날 하루 종일 TV 리모컨을 쥐고 뒹굴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작품에 공감을 할 것이다.

어느 환경단체의 보고에 따르면, 연휴가 한 번 지나고 나면 전 세계 사람들의 몸무게가 무려 200만 톤이나 증가한다고 한다. 대개는 그 이유를 운동 부족과 간식 때문이라고 보는데, 그것이 늘어진 뱃살의 근본적인 이유일까? 어쩌면 문제는 TV 시청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홉 살 어린이 192명의 TV 시청 시간을 여섯 달 동안 제한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체지방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에게 TV 대신 운동을 하게 하거나 간식을 줄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과학자들은 다시 그 아이들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초보적인 식이요법과 운동을 권장했다. 그랬더니 체지방이 줄어드는 효과가 TV 시청 시간을 제한했을 때보다도 낮게 나왔다. 운동을 시키거나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보다 TV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체지방 감량에 더 효과적이라니? 혹시 TV에서 체지방을 팍팍 늘려주는 전자파라도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TV를 시청하게 해서 지구인을 전부 뚱뚱하게 만들려는 외계인의 음모일까?


TV와 체지방의 함수관계를 밝히는 X파일은 이렇다. TV를 시청하다 보면 화가 나는 뉴스를 접하거나 온몸을 긴장하게 만드는 액션물 같은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코티솔은 지방을 몸 안에 더 가둬두는 작용을 한다. 즉 TV 시청 그 자체가 살을 찌우는 데 일조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꾸만 늘어나는 뱃살을 전부 TV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변명일지 모른다. 지나치게 오랫동안 TV에 빠져 있는 것 또한 살이 찌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일 테니까. 어쨌든 하루 종일 TV 앞에 뒹굴면서 휴일을 보내다 슬그머니 허리띠 구멍을 한 칸 뒤로 물려야 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리모컨을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는 것이 어떨까? 리모컨을 찾아 헤매는 게 지겨워서라도 TV를 ‘선’하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코티솔
콩팥의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스트레스와 같은 외부 자극에 맞서 우리 몸이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분비된다. 우리가 각종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리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코티솔이 없다면 우리 몸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몸무게를 자주 재면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평소 다이어트 상식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꽉 잡고 있다’는 사람도 은근히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뒤집는 다이어트 정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굳게 믿고 있는 다이어트 정보가 사실은 오히려 살을 빼야 한다는 거사를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첫 번째 상식 뒤집기는 바로 저칼로리 음식에 대한 것이다. 살을 좀 빼야겠다고 생각하면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칼로리다. ‘라면 한 그릇이 몇 칼로리지?’ ‘돈가스는 얼마더라?’ 이런 걸 따지면서 저칼로리 음식을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곤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칼로리 음식이 오히려 다이어트를 망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코넬 대학의 완신크 박사에 따르면,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저지방 식품을 먹으면 평균적으로 28% 정도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고, 심지어 뚱뚱한 사람은 열량 섭취가 45%나 늘어난다고 한다. 그 이유가 뭘까? 저칼로리는 말뿐이고 사실은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때문일까? 문제는 저칼로리 식품 그 자체가 아니었다. 저칼로리 식품이니까 마음 놓고 실컷 먹어도 된다는 느긋함이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에게 저지방 초콜릿을 나눠줬더니 “이건 저칼로리야.” 하면서 긴장이 풀려 칼로리를 28% 이상 과다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저칼로리라는 면죄부를 지나치게 믿은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상식 뒤집기는 무엇일까? 바로 ‘체중계 끼고 살기’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보통 체중계부터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틈틈이 몸무게를 재서 내 몸을 감시하겠다는 생각에서다. 미국의 미네소타 대학 연구팀이 여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5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몸무게를 자주 재는 여학생이 그렇지 않은 여학생보다 체중 조절에 실패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몸무게를 자주 재다 보면 강박증이 생겨 식사를 건너뛰거나 억지로 구토를 하는 식의 좋지 않은 식습관을 갖게 되어 체중 관리에 오히려 실패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또 하나의 연구 결과가 바로 세 번째 상식 뒤집기이다. ‘다이어트 관련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다이어트 관련 기사는 건강에 이로운 기사인 것은 틀림없지만 거기에 집착하다 보면 체중에 대한 강박증을 갖게 되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미네소타 대학 연구팀은 다이어트 관련 기사를 자주 읽는 중학생은 단식이나 흡연처럼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확률이 두 배에 이른다는 섬뜩한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매일매일 포털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다이어트 관련 기사에 노출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려스럽기도 하다. 다이어트에 관한 한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맞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맞는 걸까?

※ 운영자가 알립니다
<도전 무한지식>은 ‘달’과 제휴하여 매주 화요일 총 10편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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