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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요
결국 그것을 마지막 인사로 지영 씨는 짧지만, 꽃처럼 아름다웠던 생을 지난주에 마감했다. 지영 씨, 너무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리고 잘 가요.
청송에서 영덕으로 넘어가는 길은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은 비경 중의 하나다. 안동에서 영양 수비를 지나 후포로 이어지는 길이 낙엽이 푹푹 쌓인 가을 길을 걷는 느낌이라면, 이 길은 마치 긴 겨울이 끝나고 개나리 진달래가 가득 피어난 들길을 걷는 느낌이다. 모두가 감탄하는 이 아름다운 산길에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다.
청송에서 영덕으로 넘어가는 길은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은 비경 중의 하나다. 안동에서 영양 수비를 지나 후포로 이어지는 길이 낙엽이 푹푹 쌓인 가을 길을 걷는 느낌이라면, 이 길은 마치 긴 겨울이 끝나고 개나리 진달래가 가득 피어난 들길을 걷는 느낌이다. 모두가 감탄하는 이 아름다운 산길에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다.
지난 8월 말에 지영 씨는 친구들과 함께 뒤늦은 휴가를 떠났다. 지영 씨는 병원에 이웃한 태화동 산 몇 번지로 시작하는 허름한 집에서 가족과 오순도순 살았다. 노동일을 하는 지영 씨 아버지는 마치 1980년대 농민을 주제로 한 민중 판화의 주인공 같았다. 저렇게 부실한 몸으로 벽돌이나 한 장 제대로 나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체력이 약했고, 어머니는 오래된 호흡기 질환에 내내 시달리고 있었다. 때문에 두 분은 늘 열심히 일했지만 벌이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그 집 식구들은 대하면 대할수록 참 고운 사람들이었다. 지영 씨는 그런 환경에서 어렵사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년생인 오빠를 위해 스스로 대학을 포기했다. 고3 때부터 간호학원을 다니면서 간호조무사 자격을 땄고, 지난 몇 년 동안 참 열심히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았다.
지영 씨는 그렇게 모은 돈으로 대학에 진학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나는 그런 지영 씨네 가족이 참 보기 좋았다. 그분들이 사는 방식은 많은 것을 손에 움켜쥐고도 늘 부족해하는 우리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각자 자기 길을 헤쳐나가는 아이들과,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어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지영 씨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직장생활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휴가를 얻은 것이다. 그동안은 알뜰하게 사느라 휴가 한번 제대로 간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모처럼 설레는 꿈을 안고 친구들과 함께 동해안으로 떠났다.
그런데 그 한적하고 고운 산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다른 친구들은 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지영 씨는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지영 씨는 대구의 대학병원으로 재이송되었고, 그곳에서 2주 동안이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다. 지영 씨의 후두부를 지나는 정맥이 파열되어 뇌출혈이 일어났고, 수술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2주가 지난 어느 날 다행스럽게도 가늘게 의식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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