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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사바이디, 니하오, 안녕하세요!

낯선 나그네에게 인사를 건네오며 가슴 가득 달려오는 아이들의 함박웃음과 조잘거림은 여행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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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토록 사심 없고 명랑한 인사를 남루하고 고독한 나그네에게 건네줄 수가 있겠는가?

아침의 릴레이

캄차카의 젊은이가 기린의 꿈을 꾸고 있을 때
멕시코의 처녀는 아침 안개 속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뉴욕의 소녀가 미소 지으며 잠자리를 뒤척일 때
로마의 소년은 꽃술을 물들이는 아침 햇살에 와인을 든다
이 지구에서는 언제든 어딘가에서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아침을 릴레이 하는 것이다
경도에서 경도로
어떻게 보면 교차로 지구를 지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 전에 잠깐 귀 기울여보면
어딘가 멀리에서 알람시계의 벨이 울리고 있다
그것은 당신이 보낸 아침을 누군가가 확실히 받았다는 증거다

안녕하세요!

- 다니카와 타로의 시, 일본 음료회사 광고 카피


아이들이 인사를 건네온다. 거리에서 마주친 아이들이 장난감 같은 손을 흔들며 안부를 물어오고 인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어른을 쫓아가 거듭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 아이가 인사를 하자 주변의 모든 것이 싱그러워진다. 봉오리를 꼭꼭 닫았던 꽃들이 슬그머니 봉오리를 피우고 잔가지를 떠났던 새들이 찾아온다. 아저씨의 찌푸린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며 사람들의 무거웠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아이들의 밝고 씩씩한 인사가 세상을 깨운다.

‘엄마, 아빠’라는 단순한 호칭을 제외하면 세상에 태어나 아이들이 처음 정식으로 배우는 말은 대개가 인사말일 것이다. 어제까지 제대로 걸음조차 걷지 못하던 아이가 고개만 간단히 숙이면 될 것을 허리까지 깊숙이 숙이며 “안녕하세요”나 “감사합니다”를 내뱉는 모습을 대할 때 세상은 일거에 평화와 행복의 빛깔로 바뀐다. 이제 우리의 구성원이 된 아이가 비로소 우리의 세상에 첫 안부를 물어오는 인사인 것이다. 그 인사는 앞으로 이 세상에 착하고 좋은 일만 하겠다는 다짐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세상을 만들어오지 못한 어른들에 대한 낮고도 단호한 나무람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이들의 인사에는 이상한 울림이 있다.

나그네는 아시아 나라들의 인사말을 좋아한다. 한동안 방콕 국제공항에서 방콕 시내로 들어오는 고속도로에 연속해서 커다란 입간판 서너 개의 광고가 이어졌는데 그 광고판에는 중국,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주변 나라의 인사말과 함께 환하게 웃는 그 나라 아이들의 얼굴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아마도 아시아 각지를 취항하는 항공사의 광고였던 것 같은데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는 느낌이었다.

낯선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그 나라의 인사말들은 대부분 쉽게 익혀지고 입에 착 달라붙는 느낌을 준다. 아마도 그 나라 말 가운데 가장 발음이 편하고 아름답게 흐르는 말들을 찾아 인사말로 갖다 붙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떤 인사말은 가볍게 조잘대는 참새의 입 모양이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떤 인사말은 그저 인사만 건네도 상대방이 좋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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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네팔에서 쓰이는 그네들의 인사말은 ‘나마스테’다. 심오한 철학과 명상의 문화가 태동한 땅답게 인사말의 뜻조차 심오하다. ‘나마스테’는 ‘당신 안에 깃든 신에게 경배합니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히말라야 산골 마을을 오가며 좁은 산길에서 만난 짐꾼들이나 아이들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나마스테~’를 전하며 갈 때 마음은 경쾌하고 밝아진다. 인도의 수행하는 구루나 신앙인, 가난한 거리의 사람에게 전해 듣는 ‘나마스테’는 어쩐지 인사말에 깃든 그 심오한 뜻을 되새겨 삶과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어떤 때는 몹시도 경쾌하고 편안한 말이지만, 실은 심오하고 사색적인 인사말이 ‘나마스테’인 것이다.

티베트의 인사말인 ‘타시 델레’란 말도 행운이나 행복을 뜻하며 상대방을 위해 축복하는 말이라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여행 중에 쉽게 들을 수 없었다.

라오스의 인사말은 ‘사바이디’다. 이 말은 단순하게도 ‘좋은 하루’란 뜻이라 했다. 그 전까지는 ‘나마스테’?는 인사가 참 멋지고 편안한 말이라 생각했는데, 라오스에 와보니 이처럼 입에 잘 붙고 잘 흐르는 즐거운 인사말이 없었다. 방비엥의 시골 마을이나 루앙프라방의 사원 부근에서 나그네는 무시로 ‘사바이디’를 건넨 기억이 있다. 인사할 상황이어서 인사를 한 적도 있지만, 인사말이 너무도 정겹고 재미있어서 일부러 인사할 일을 만들어 건네기도 한 것 같다. 살짝궁 재기발랄한 마음과 표정을 함께 건넨다면 어쩐지 우리네 경상도 가시내들의 눙치는 사투리를 꽤 닮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태국의 인사말은 ‘사왓디’라고 하는데 라오스와 썩 닮은 인사말이다. 태국이 영향을 준 것인지 오히려 그 반대인지, 아니면 어원학적으로 어떤 곡절이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두 나라의 인사말이 퍽 비슷하다는 것인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라오스에서 ‘사바이디’라고 인사할 때가 더 입에 잘 붙었다. 인사를 주고받을 일이, 무뚝뚝한 태국보다 명랑하고 경쾌한 라오스에서 더 흔하고 많아서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통의상을 닮은 승무원복을 입고 어딘가 매혹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며 두 손 모아 건네던 타이항공 여승무원들의 ‘사왓디’는 확실히 아름다웠다.

중국의 인사말은 ‘니하오’다. 이 말은 중국 땅을 밟기 이전에 스크린 등을 통해 만난 말이기도 하다. 심각한 복수와 혈전이 펼쳐지는 중국 영화의 분위기 탓일까, 이 인사말은 언제나 조금 과장되게 무뚝뚝하고 진지하다는 인상을 준다. 공자의 윤리의식이 그 인사말에 배어서일까, 한 치의 장난이나 가벼움이 허락되지 않는, 오로지 경건한 마음만을 모아 건네는 인사말 같다. 하지만 청나라의 변발처럼 이마 한가운데 머리카락이 모아진 꼬마들이 어설프게 발음하며 건네던 ‘니하오’에는 얼마나 장난스럽고 사랑스러운 마음들이 담겨 있던가?

미얀마의 인사말은 ‘밍글라바’다. 아마도 아시아의 인사말 중에 가장 익숙하지 않은, 낯설고도 뭔가 잔뜩 어색한 느낌을 주는 인사말일 것이다. 무슨 아이스 바나 열대의 과일 이름 같다고나 할까? 바간의 사원 마을 아이들이나 인레 호수의 아이들이 나그네에게 ‘밍글라바’라고 인사를 전하며 수줍게 달아날 때 뭔가 풍성하고 먹음직한 과일을 한가득 건네받은 느낌이 들었다. ‘고맙습니다’라는 뜻의 미얀마 말은 이보다 더욱 입에 붙이기가 어려웠는데 일부러 써본다고 써보니 그런대로 입에 붙는가 싶다가도 금세 까먹기 일쑤였다. ‘고맙습니다’는 ‘쩨주바베’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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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외국인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우리네 인사말은 얼마나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것인가? 미인대회에 참가하러 온 세계 미인들이 자기를 소개하는 마당에 서툰 발음으로 ‘안냐세요’를 속삭이거나, 방한한 해외 스타가 간신히 비행기에서 한마디 챙겨 듣고 와 기자회견장에서 살짝 건네는 느물느물한 ‘안뇽하세요’에 비한다면 여행자가 여행의 일상에서 배우고 익혀 동네 꼬마들과 손을 흔들며 주고받는 인사말들은 얼마나 즐겁고 유쾌하며 행복한 말인가? 그 말들에서 사뭇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 푸른 풀피리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 않는가?

낯선 나그네에게 인사를 건네오며 가슴 가득 달려오는 아이들의 함박웃음과 조잘거림은 여행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누가 이토록 사심 없고 명랑한 인사를 남루하고 고독한 나그네에게 건네줄 수가 있겠는가? 인사를 전해오던 길 위의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나그네는 언제나 그 길 위에 있고 싶다. 그 길 위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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