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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를 통해 우리의 세계를 되돌아보다 - 『샤먼 시스터즈』
다만 『샤먼 시스터즈』를 비롯하여 수많은 요괴와 신에 관한 책에 나오는 요괴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괴를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그들의 행적이 결국 우리들의 세계를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혹은 우리가 아는 세계와는 다른, 또 다른 세계가 겹쳐져 있다고 해도 좋다. 그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것은 지금 증명된 것들을 근거로 한 하나의 해석일 뿐이다.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고 새로운 이론이 정립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도 바뀐다. 세계도 바뀐다. 지금은 우리가 미신이나 허구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언젠가는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아니 진심을 말한다면, 굳이 밝혀지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는 지금도 믿고 있고, 언젠가는 또 누군가가 신묘한 경험을 한 후에 그 세계를 믿게 될 것이다.
쿠마무라 타카토시의 『샤먼 시스터즈』는 그 다른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작은 시골 마을에 자매가 살고 있다. 중학생인 시즈루의 눈에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이 보인다. 사람의 뒤를 따라 다니는 요괴가 있는가 하면, 소문을 퍼뜨리는 검은 안개 같은 것도 있다. 초등학생인 미즈키는 잘 홀리는 아이다. 요괴나 신들이 툭하면 미즈키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두 자매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부모는 주술을 쓸 줄 아는 할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시골 마을로 아이들을 보낸다. 『샤먼 시스터즈』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두 자매들의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여주는 만화다. 잔잔하지만 의미심장하게.
『샤먼 시스터즈』에는 갖가지 요괴나 마물, 신비한 생명체가 나온다. 사람의 뒤를 쫓아다니는 오쿠리이누라는 요괴에는 두 종류가 있다. 들개 등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집까지 데려다 주는 놈과, 쓰러지면 잡아먹으려고 생각하고 붙어 다니는 놈.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노뎃포라는 마물이 있는가 하면, 기묘한 예언을 퍼트리는 쿠단이라는 것도 있고, 요괴는 물론 인간의 껍질도 벗기는 자인 모쿠리코쿠리도 있다. 자신을 숭배하면 힘을 주겠다는 이즈나, 영기를 가진 족제비도 나온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있고, 해를 끼치는 것도 있다.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의 세계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굳이 인간과 결부되어 뭔가를 하려는 것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요괴와 마물 혹은 신의 세계는 인간의 세계보다 무한하다는 것이다.
시즈루는 끊임없이 그들을 보고 또 듣는다. 하지만 시즈루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할아버지는 그들을 물리칠 힘을 가지고 있지만 허투루 쓰지는 않는다. 할아버지의 입장은 확고하다. 인간과 신은 병립하는 존재다. 게다가 신이 인간보다 더욱 힘이 세다. ‘놈들은 존재하는 게 당연해. 우린 놈들과 교섭하는 입장이지. 떨어져 달라고 빌고 받는 거야.’ 할아버지는 시즈루와 미즈키가 단지 그 존재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서 당당하게 그들과 맞설 수 있기를 원한다. ‘그저 보이기만 해서는 더욱 불안해질 뿐이다. 보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넌 그 쪽의 지식을 배우고 거기에 네 생각을 더해야 돼.’ 그런 과정을 통해서 시즈루와 미즈키는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이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된다. 힘들고 괴롭지만 그들에게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능력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짊어지고 가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가 강해져야 한다. ‘혼자서 끝까지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은 상당히 강하고…… 심지가 강한 사람일 거야.’
교고쿠 나츠히코가 요괴의 이야기를 빌어 인간과 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샤먼 시스터즈』 역시 요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들을 이야기한다. 쿠단이 나타나 예언을 하는 때는 쿠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쿠단이 나타나 예언을 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쿠단이 나타나는 핍박한 정세’가 있어야만 쿠단이 나타나게 된다. 마찬가지다. 인간이 무엇인가에 씌게 되는 것은 그가 받아들일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우울함에 빠져들거나, 누군가를 모함하고 싶다거나, 누군가를 부러워한다거나, 누군가를 시기한다거나 하면 마물들이 달라붙는다. 인간이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 자신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마물들은 즐거워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그렇게 약하기도 하다. 사람에게 힘을 빌려주면 사용하는 사람은 좋지 않은 마음을 갖기 쉬워진다. 자만심을 갖거나 잘난 체 하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지 않으면 결국 요괴와 마물에게 조종당하게 되는 것이다.
요괴나 마물이 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나 역시 절대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샤먼 시스터즈』를 비롯하여 수많은 요괴와 신에 관한 책에 나오는 요괴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괴를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그들의 행적이 결국 우리들의 세계를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샤먼 시스터즈』는 거창하게 요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거대한 선과 악이 충돌하거나, 엄청난 사건들을 통해서 주인공이 영웅으로 성장하거나 하지 않는다. 시즈루와 미즈키는 그저 요괴를 보고 무서워하거나 홀리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조금씩 자신들이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요괴와 마물들과 공존하거나 물리치는 요령을 배운다. 그 작은 이야기들이 큰 울림을 준다. 『샤먼 시스터즈』는 작은 감동으로 가득한, 좋은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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