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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 마흔까지 싱글이었다. 그리고 결혼을 한 후에는 아이 없이 살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그저 자연스럽게 선택한 길이었다.
요즘은 주변에 나처럼 사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30~40대 싱글은 물론, 아이 대신 고양이나 개를 자식처럼 키우며 사는 커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여행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는 이처럼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언제나 가볍게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신들의 삶을 사랑한다. 다른 나라에서 몇 개월씩 살면서 여행 가이드북을 쓰는 커플도 있고, 휴가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맞벌이 부부도 있으며, 여행과 사진에 삶을 바치는 나이 든 싱글 남녀도 많다.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온 우리는 이제 낱개로 살아가는 데 익숙해졌다. “내 인생을 살고 싶어!”라면서 나의 행복을 중요시하고 집안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것은 곧 내가 만족스럽지 않은데 다른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이다. 옛날 어른들이 보면 철없고 이기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현상은 변하는 세상 속의 한 흐름이 되었다.
“나이 때문에 등 떠밀려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결혼이란 제도가 힘들게 하지요. 상대방만 생각하면 모르겠는데 양쪽 집안 문제가 얽히다 보니 그런 관계가 싫어요.”“아이 키우기가 힘들어요. 키우고 나면 예전처럼 보람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이처럼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애를 안 낳는 이유도 여러 가지다. 하긴 나만 해도 주변의 싱글들에게 종종 이런 얘기를 해준다.
“보세요. 우리처럼 살면 결혼 적령기 같은 것은 없어요. 결혼 적령기란 사실 아이 때문에 고려하는 것인데, 그것만 상관없다면 언제든 만나서 함께 살 수 있는 거지요. 아이가 없어서 노후에 걱정된다구요? 걱정 마세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실버산업도 발전하겠지요.”
그러면 사람들이 묻는다. 그처럼 결혼이나 아이들로부터 벗어난 사람들은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하며 살 수 있어서 자유롭고 행복한가에 대해.
‘나’ 중심의 삶에서 사람들은 자유를 누리지만 그만큼 외로움도 탄다. 사람은 관계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만 관계 속에서 나의 존재감을 찾고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기 때문에 관계가 없는 싱글들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휘청거리며 쓸쓸해한다. 결혼을 했어도 아이 없는 부부도 금세 쓸쓸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사랑에 관한 사람의 열정이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식게 되는 법, 그때부터 적적해지는 거다. 그래서 문득 결혼해서 애들 낳고 지지고 볶으면서 사는 재미가 부러워지며, 거기서 삶을 배우고 성장해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한동안 나만을 위해 살아보았고, 결혼해서는 ‘둘이서 알뜰하게 여행이나 하면서 오붓하게 살아가자’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한때는 좋을지 몰라도 그게 오랫동안 나의 행복을 보장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행복이란 결코 자신만 잘 먹고 잘 사는 데에서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랑을 주고받고 소통하는 재미에 사는 것이다. 결혼하고 자식을 둔 사람들은 그것을 아이들을 통해 경험한다. 그러므로 결혼하지 않은 싱글이나 아이 없이 사는 부부가 외로워지지 않으려면 그 존재를 대신해 애정을 주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에게 사랑을 받는 것보다 베푸는 행위가 더 중요하다.
가족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사랑받고 싶어 하고 사랑을 주고 싶어 한다. 결국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중요한 건 내 마음 속 사랑과 열정을 삶 속에 어떻게 아름답게 풀어놓느냐가 아닐까? 어떤 선택을 하든 행복해질 수 있고 불행해질 수 있다.
살면서 외로워지면 나는 아내와 함께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누군가의 눈치 안 보고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달콤함 속에는 쓸쓸함도 있지만 이렇게 마음을 달랜다.
“이만하면 되었다. 그래, 이만하면…….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가슴이 비면 비는 대로 살아가는 거지…….”
* 저자 이지상의 블로그 -
이지상의 여행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