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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두 연기,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 <실연남녀>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배우 최성원 씨도 요즘 대학로 인기 뮤지컬 두 편에 나란히 참여하고 있다. 바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와 <실연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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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면 동일인물이 방송 3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아침저녁으로 분위기를 바꿔 몇 개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일이 잦다보니 시청자도 익숙해지는 걸까.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진행만 재밌게 잘하고 연기만 감칠맛 나게 한다면야, 오히려 그 진행자와 탤런트를 믿고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가. 그런데 요즘은 공연계에도 겹치기 출연이 보편화되고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녹화라는 것이 없는 만큼 체력적인 부담과 각 배역의 차별화라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무대와 의상이 바뀌듯, 마음만 먹으면 다른 캐릭터로 바로 몰입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배우 최성원 씨도 요즘 대학로 인기 뮤지컬 두 편에 나란히 참여하고 있다. 바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와 <실연남녀>. 두 작품 모두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앙코르 무대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공연 자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배우의 연기 변신에 관심이 쏠렸다. 대학로 각각 이쪽과 저쪽 끝에 자리한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두 작품에서 배우 최성원은 어떻게 달라질까?

<위대한 캣츠비>의 유순한 캣츠비 최성원

만화를 원작으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그래서 다소 유치하고 뻔한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복잡하고 심도 있는 무대였다. 캣츠비를 둘러싼 사랑과 우정, 배신과 거짓, 그리고 반전. 무엇보다 여주인공 페르수 역의 김소향을 비롯해 중견배우들의 견고한 연기가 무대를 더욱 묵직하게 채웠고, 극의 치밀함이 빠른 전개를 뒷받침했다. 특히 캣츠비를 사이에 두고 페르수와 선이 노래를 주고받으며 사랑의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은 무척이나 역동적이고 긴장감이 넘쳐, 이 겨울에 몸에 소름이 돋았다.

<위대한 캣츠비> 페르수와 선의 대립

필자는 캣츠비를 유순하다고 평하고 싶다. 성질이나 태도가 부드럽고 순하다, 유약하고 순진하다, 우유부단하고 순수하다…. 그런 캣츠비는 마음에 누군가를 담고서 다른 누군가를 곁눈질하지 못한다. 그 누군가가 떠나도 마음에서 빼내지를 못한다. 그의 유순함에 친구인 하운두와 애인인 페르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도, 그 순진무구함에 입을 다물고 캣츠비 곁에 머문다. 또한 그의 마음을 향해 정면 질주했던 선은 그 투명함 때문에 그 마음에 머물지 못한다. 그래서 캣츠비는 배신당하고 갖은 거짓에 휩싸였지만,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위대한 캣츠비인지도 모른다.

유순한 캣츠비 최성원

캣츠비를 연기한 최성원은 특유의 동화 같은 이미지로 유순함을 표현한다. 거절할 줄 모르고 제대로 화낼 줄도 모르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마음’이 곧 ‘삶의 기준’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유부단하고 소신 없지만, 캣츠비가 갖고 있는 사랑관은 무대에서 보이고 싶다’는 최성원의 바람은 제대로 전달된 듯하다.

<실연남녀>의 냉소적인 형사 최성원

엄기준, 신성록, 양소민, 김소현, 변우민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더욱 주목받았던 뮤지컬 <실연남녀>는 사랑에 가슴 아파 자살을 기도하는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이들의 죽음을 막으려는 조폭 형제의 이야기다. 한동안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독특한 구성과 반전, 배우들의 완벽한 캐릭터 연기, 재밌게 차려진 무대와 조명 효과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특히 배우들이 무대와 관객 사이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모습은 역시 소극장 공연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관객들의 호응 얻는 뮤지컬 <실연남녀>

<실연남녀>에서 죽으려는 남자 형사는 냉소적이다. 쌀쌀하고 차갑고 무관심하고 무시한다. 그러나 차가운 그의 철통 마음을 한 겹 벗겨내면 얼마나 여리고 가여운지. 그 쓴웃음 뒤에는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가 있고, 차가움 안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눈물이 있다. 남자는 죽으려는 여자에게 무관심하면서도 누구보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며, 그 또한 하나의 사랑을 놓지 못해 고집스럽게 죽으려 한다.

<실연남녀> 무대와 조명 돋보여

죽으려는 형사를 연기한 최성원은 표정이 달라졌다. 촉촉한 눈매며 꼭 다문 입에서 실연에 가슴 아파하는 시린 상처가 느껴진다. 말이 없던 그 남자, 연인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급기야 굵은 눈물을 흘리는데 가슴이 찡하다. 그러나 뮤지컬 <실연남녀>는 비극적이고 슬픈 드라마가 아니다.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녹아든 작품. 그런 만큼 최성원은 냉소적이지만 엇박자의 엉뚱함으로 웃음의 보조를 맞춘다.

한 남자의 두 연기

앞서 말한 겹치기 출연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이른바 ‘잘나가는’ 인기인이라는 점이 있겠고, 또한 그들은 본인 고유의 특성을 토대로 각 프로그램이나 작품의 성격을 잘 분석해 대처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무대에서나 같은 듯 다른 모습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최성원은 기본적으로 맑은 이미지에 고운 음색과 가창력으로 <위대한 캣츠비>에서는 유수한 모습을, <실연남녀>에서는 냉소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웃는 모습이지만 캣츠비는 순진한 반면, 형사는 따뜻했고, 같은 우는 모습이지만 캣츠비는 미련해 보인 반면, 형사는 가슴 시렸다.

결과적으로 필자는 며칠의 시간적 간격과 대학로 이쪽과 저쪽 끝이라는 공간적 간극을 두고 한 남자의 두 연기를 봤고, 한 배우에 대한 또 하나의 믿음을 가지게 돼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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