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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과연 연인을 죽였을까? <해리스 부인>
<해리스 부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980년, 여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던 진 해리스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허먼 탄아워를 권총으로 살해한다.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진 해리스는 계획된 살인은 하지 않았으며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인> 그녀는 과연 연인을 죽였을까?
과거 비디오 대여점이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한 영화들을 비디오 가게에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고 또 꽤 많은 영화들은 비디오 매니아들에게 발견되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고 또 이런 경험 때문에 DVD라는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자 생활형 영화광들(극장에 가기에는 별로 시간 없는 사람들)은 더 손쉽게, 더 좋은 화질로 숨어 있는 ‘보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유난히 인터넷 인프라가 좋은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결국 절반 정도만 충족되었을 뿐이다. 즉, 인터넷의 발달로 해외의 DVD 판매 사이트를 통해 희귀한 영화들을 구해보기는 더 쉬워졌지만 역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영화를 빌리거나 사서 보는 사람보다 다운로드해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그 결과 국내에서 DVD를 포함한 부가 판권 시장의 규모는 영화 전체 매출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며 이는 미국, 일본 등에서 부가 판권 매출의 규모가 극장 개봉 매출의 규모보다 많게는 2배 정도라는 결과와 비교해 보면 매우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이번 칼럼에서는 국내에는 개봉하지 않았으나 다행히 국내에 DVD가 출시된 소품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아카데미에 3회 노미네이션된 바 있는 아네트 베닝과 아카데미 4회 노미네이션, 1회 수상의 벤 킹슬리가 출연한 영화 <해리스 부인>이 바로 그것이다.
#1.오프닝 & 타이틀 시퀀스 :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에는 고전 필름 느와르 영화의 팜므파탈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진 해리스(아네트 베닝)는 한 남자를 파멸시켰다는 점에서 일종의 팜므파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2.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해리스는 권총을 들고 탄아워(벤 킹슬리)의 저택을 찾는다. 심리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그녀는 권총 자살을 기도하고 말리는 탄아워와 옥신각신하는 중 총알이 발사된다. |
#3. 총에 맞은 탄아워의 정신이 혼미해가는 와중에도 해리스는 재빨리 움직이지 못한다. |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
<해리스 부인>은 여러 면에서 국내에서 공개되기가 어려운 영화다. 요즘처럼 시장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벤 킹슬리나 아네트 베닝 같은, 연기력은 검증되었으나 늙은 배우들의 인기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고 이 영화의 전개 방식은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업적인 감정 이입을 시도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 <롬> 등의 블록 버스터급 미드를 제작한 미국의 유료 케이블 채널 HBO에서 제작한 TV용 영화다.
<해리스 부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980년, 여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던 진 해리스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허먼 탄아워를 권총으로 살해한다.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진 해리스는 계획된 살인은 하지 않았으며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진 해리스는 법정에서 2급 살인죄의 판결을 받고 13년을 복역한 후 출소해 사건 자체는 종결된다.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영화 <해리스 부인>에서도 쉽사리 어느 누구의 편을 들어주지는 않으며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영화는 세 개의 시간적 흐름을 담고 있다. 사건이 발생된 시점에서 구속 수감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법정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는 사이에 진 해리스(아네트 배닝)와 허먼 탄아워(벤 킹슬리)의 관계 시작부터 파국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역시 교차 편집되어 들어 있다. 또 주인공들의 (배우들이 연기하는) 주변 인물 인터뷰를 삽입해 다큐멘터리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간 구성은 영화의 객관성을 높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스 부인>은 전체적으로는 진 해리스를 동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이 영화는 위처럼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
#5. 영화의 중간 중간에는 해리스와 탄아워의 주변 인물 인터뷰 장면이 들어있다. 물론 영화의 배역을 연기한 배우들로 일종의 재연 연기지만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준다. 위 캡처 이미지의 인물은 탄아워의 누나. |
#6. 첫 만남, 파티장에서 서로의 매력을 느끼는 해리스와 탄아워. |
#7. 하지만 탄아워는 저명인사인 동시에 여러 여인을 거느린 바람둥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가장 코믹한 장면은 일종의 뮤지컬처럼 연출되었고 탄아워 친구의 회상에 등장한다. |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이 영화의 소재는 다분히 자극적이다. 아마도 이런 성격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누가 보더라도 2명의 장성한 아들을 키운 성공한 사립 여학교의 교장이 5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부유한 의사를, 더구나 사랑하는 남자를 살해한다는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해리스 부인>은 신경쇠약에 걸릴 만큼 피곤한 삶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심리를 통해 이런 끔찍한 결과의 원인을 밝혀 나간다. 즉, 이 영화에서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가?’라는 스릴러적인 주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이 영화는 진 해리스라는 여인을 둘러싼 환경의 압박에서 오는 내면의 고통 자체에 천착한다.
진 해리스는 외형적으로 성공한 여인으로 보이며 그런 성공을 위해 강인함을 지닌 사람으로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자부심은 막대한 부(富)를 지닌 성공한 의사 허먼 탄아워 앞에서 초라한 것일 뿐이다. 그래봐야 성공적인 중산층의 삶을 살아갔을 뿐인 그녀의 연봉에 해당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보이며 청혼하는 탄아워의 세계는 상류층에 해당하며, 그녀는 그 속에서 고립되어 간다. 더구나 탄아워는 가족에는 별 관심이 없고 새로운 이성을 찾아 나서는 바람둥인데 둘의 관계는 일방적이기까지 하다. 접근은 탄아워가 먼저 했지만 집착하는 쪽은 해리스다. 해리스와 탄아워의 관계는 사실혼 관계에 가깝기는 하지만 친구 사이기도 한데, 탄아워가 이런 이성간의 모럴을 아무런 제약 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비해 해리스는 그런 모럴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다.
#8. 만찬 장면에서 탄아워와 해리스는 서로 마주 보고 있다. 하지만 잘 보면 웃고 있는 탄아워의 배경에는 총이 보이고 육식동물의 털로 만든 의자가 보인다. 영화에서 그는 사냥을 취미로 하지만 여자 사냥도 즐기는 인물이기도 하다. |
#9. 반면 해리스의 배경에는 사냥을 당한 동물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먹잇감? |
#10. 탄아워에게 청혼을 받고 기뻐하는 해리스. 하지만 약혼반지를 받은 해리스의 장면 뒤 배경음은 천둥 소리다. |
#11. 이 영화는 여러 시점으로 진행된다. 이 부분은 사건이 터진 후 수사관의 질문을 받는 부분. |
그녀는 과연 팜므파탈인가?
결과적으로 해리스는 탄아워의 삶을 파멸시키며, 이는 필름 느와르 장르의 팜므파탈(妖婦)의 특질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은 그것을 의식하고 이 영화의 시작을 <선셋 대로>를 비롯한 고전 필름 느와르의 팜므파탈 이미지로 장식하며 영화에서 해리스는 팜므파탈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길다>의 리타 헤이워드를 언급하기도 한다. 즉,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해리스 부인은 미국인들에게 현대적인 팜므파탈의 이미지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의 자세는 대중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여성의 심리를 포착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해리스는 겉으로는 강인한 듯하지만 실은 가련하기 짝이 없는 여성일 뿐이다. 법정에서 해리스는 늘 선글래스를 쓰고 자신의 고통을 숨기며 탄아워를 제외한 다른 인물에게는 적극적이며 당당한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우리가 만나는 해리스 부인의 실체는 내면적 고통에 시달리는 가련한 여인의 모습일 뿐이다.
<해리스 부인>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화다. TV용 영화니만큼 카메라와 배우들 사이의 거리가 밀착되어 있으며 공간 역시 일종의 실내극에 가까울 정도다. 그로 인해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고립된 주인공의 심리가 잘 드러난다. 아네트 베닝은 전성기 시절 보여주었던 화사하고 우아한 여인의 모습을 버리고 좀 더 나이 들고 신경쇠약에 걸린 타이틀 롤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 2006년 에미상과 골든글러브 TV 영화 및 미니시리즈 부분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션되었으며 냉담한 바람둥이 의사를 연기한 벤 킹슬리도 같은 부분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션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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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해리스와 탄아워는 결혼을 추진하지만, 상류층인 탄아워의 가족들은 교사인 해리스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고 해리스 역시 지지 않는다. |
#13. 같이 지내기는 하지만 해리스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는 탄아워의 태도는 해리스를 더욱 힘들게 한다. |
#14. 해리스에게 탄아워와 헤어질 것을 권고하는 친구. 하지만 해리스는 그를 사랑한다고 대답한다. |
#15. 냉담해져 전화도 잘 받지 않는 탄아워에게 분노하는 해리스. 또 해리스는 탄아워가 처방한 약물에 중독된 상태라 그의 처방전이 필요하기도 하다. |
#16. 결국 해리스는 버지니아에서 뉴욕으로 탄아워의 집을 향한다. |
평범한 영상 퀄리티
1.85:1 화면비의 영상은 평범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장면이 실내에서 진행하는 관계로 배경이 지글거리는 장면도 꽤 등장하고 인터뷰 장면의 경우에는 사실적인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열화된 듯한 화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수준이지만 붉은 색이 강조된 느낌이며 인물 주름 등의 표현은 생생한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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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사운드
드라마 장르에 해당하므로 음향 시스템의 강력함을 느껴볼 만한 장면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총격음마저 푸석거리는 듯한 사실성을 추구하고 있다. 영어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추구하는 음향 부분의 우수함은 오히려 파티 장면에서 더 느껴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크게 튀는 부분은 아니다. 대신 대사음의 표현은 무척 깔끔한 편이며 전체적인 음향의 투명함은 평범한 수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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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S. HARRIS FOR THE RECORD : Firsthand Accounts 진 해리스를 비롯해 사건과 관련된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사건의 면면을 담고 있는 메뉴. 본편과 마찬가지로 원고측과 피고측의 입장을 다 담고 있어 당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해준다. 아쉬운 점은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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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해설은 어디에? <해리스 부인> DVD의 서플먼트는 무척이나 분량이 단촐하다. 하나뿐인 피처렛은 실제 사건의 내용을 담고 있어 사건에 대해 관심을 느낄 만한 사람들에게는 유용하기는 하지만 분량이 너무 적다. 또 쇼핑몰의 정보에는 없지만 DVD 커버에는 기재된 음성 해설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시장성이 크지 않은 작품이라 그런지 싱글 레이어 디스크로 출시되어서 그런지 북미판에는 포함된 음성 해설도 없어 아쉬움을 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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