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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가 되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그 길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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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한다면 그냥 취미로 하는 것도 괜찮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이므로 여행을 친구처럼 대하는 것이 어쩌면 여행을 가장 여행답게 하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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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하면서부터 자주 여행가, 혹은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의 얘기를 듣는다. 방학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용기를 북돋아준다. 배낭을 메고 물설고 낯선 곳에서 자신을 책임지며 살아보는 경험은 정말로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 몇 년 전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남학생 셋이 인도의 카주라호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모습을 본 적 있는데, 얼마나 대견한지 내심 감동했다.

그런데 여행가나 여행 작가라고 하면, 문제가 다르다. 여행이 한때의 추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글 쓰는 행위, 그리고 생계와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글 쓰고 사진 찍고 또 여행하고……. 여행가의 삶이란 얼마나 자유롭고 근사해 보이는가? 원론적으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짐작하듯,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연예계가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 서린 삶들은 얼마나 고되던가? 여행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어느 영어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한국인 강사와 우리말을 아주 잘하는 미국인 강사가 방송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이지상 씨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에요.”
“네?”
“얼마나 좋아요. 여행하면서 돈도 벌며 사니까.”

그 말을 듣자 고맙기도 하면서 잠시 당혹스러웠다. ‘여행’이란 말이 주는 이미지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현재 나의 일상을 지켜본다면 우아한 백조가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물 밑에서 미친 듯이 발을 휘젓는 모습이 연상될 것이다.

여행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은 결국 ‘여행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가’라는 얘기인데 이 점이 생각만큼 로맨틱하지 않다. 여행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은 여행의 순수함으로부터 타락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며, 그 눈물 젖은 밥을 먹기 위한 각오가 서지 않으면 여행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할 수가 없다.

그러면 여행해서 돈은 어떻게 벌까? 방법은 아주 많다. 책도 쓰고 신문과 잡지에 글도 쓰고 방송도 출연하고 여행사에서 가끔 인솔자 일도 하고 대학이나 기업체에서 강의도 한다. 책 한번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베스트셀러를 써도 그 돈 갖고 평생 살 수도 없을뿐더러 매번 베스트셀러를 쓸 수도 없다. 그러므로 늘 발바닥에 땀나게 뛰면서 이것저것을 해야 한다. 프리랜서로서 생활을 유지하려면 직장생활보다 두 배는 머리를 쓰고 몸을 써야 한다. 그러므로 여행 작가라는 사람들이 유유자적하면서 사는 모습은 하나의 이미지일 뿐이다.

학생들을 충동하고 싶지 않아 이런 얘기를 먼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꿈을 포기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인생의 어떤 길을 택하든 또 그만한 어려움이 없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또 이런 얘기도 하게 된다.

“멋지게 여행해서 유명해지고 한 방에 베스트셀러를 낸 후 놀면서 여행하는 ‘꿈’을 갖고 있다면 포기하세요. 그건 올바른 꿈도 아니고 얼마 못 가 자신에게 실망할 겁니다. 명예와 부와 안락함과 즐거움은 한꺼번에 오지 않습니다. 먼저 여행을 사랑하세요.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살펴보세요. 그 재능과 여행에 대한 열정의 교집합을 찾은 후 그 부분에 에너지를 집중한다면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그 길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그냥 취미로 하는 것도 괜찮다. 꼭 여행이 삶의 중심이 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이므로 여행을 친구처럼 대하는 것이 어쩌면 여행을 가장 여행답게 하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행이 너무 좋아서 운명처럼 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그 길을 가는 수밖에 없다. 운명에 대한 사랑만 있다면 세상에 못할 것은 없다.

여행과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성공과 명예의 수단이 아니듯이, 이제 자기 인생의 수단이 되기에는 여행이 너무도 애틋해진다. 사랑하는 연인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도 좋기에 불안해도 그 길을 가는 것이다. 물론 상처입고 가다가 깨지고 자기의 삶이 다 망가질 위험도 있다. 그러나 삶은 원래 그런 모험으로 가득 찬 길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모험을 즐길 수 있으며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다만 여행에 대한 사랑이 운명인가, 혹은 계속 변해가는 욕망의 일부분인가, 또는 괴로운 현실을 잊기 위한 도피성 희망인가를 구별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런데 운명이란 무엇일까?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결국 이런저런 얘기 다 듣고도 그냥 저지른다면 그게 운명인가? 그럼,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결국 운명이 되는 것일까?

혹시 이 얘기를 듣고 이런 길을 걷고 싶은 분이 있다면 명심할 것이 있다.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글을 쓰느라, 사진 장비를 메고 다니느라 ‘손과 어깨에 통증을 느끼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일반 사람들이 누리는 욕망의 많은 부분을 버리고, 다만 여행이 좋고 글과 사진이 좋아 거기에 푹 빠져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세상의 성공보다도 그곳까지 가는 과정과 꿈과 희망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가 있다. 자유는 많은 욕망을 포기하고 얻는 달콤한 선물이다. 소박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가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친 풍파를 만날 때마다 ‘배고파도 눈물 나도 힘들어도 우리는 행복하다’라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산다. 자유는 거저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저자 이지상의 블로그 - 이지상의 여행카페


※ 운영자가 알립니다.
<낯선 여행길에서>는 ‘중앙books’와 제휴하여, 매주 수요일 총 10편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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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인도』『나는 늘 아프리카가 그립다』 외에 다수의 여행기로 잘 알려진 여행 작가 이지상의 첫 번째 산문집으로, 지난 20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온몸으로 체험하고 얻어낸 것들에 대한 작은 기록이자, 여행의 매혹에 빠져 늘 세상 밖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건네고 싶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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