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에 비벼 먹는 국수의 맛은 어떨까?
툭바 가락과 함께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자신의 콧물을 역시 입 안에 쪽쪽 빨아들이고 있었다.
콧물에 비벼 먹는 국수의 맛이라. 그거라면 나그네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은 맛이다.
확대경으로 보면 이 물속에 벌레가 우글우글해요.
자, 갈증을 참겠소? 확대경을 깨뜨려버리고 물을 마시겠소?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간덴甘丹 사원에 거대한 탱화가 걸리는 큰 행사가 이튿날 열릴 거라고 라싸의 여행자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새벽 일찍 간덴 사원으로 향하는 버스가 사원 부근에 있을 거라며, 라싸의 여행자들은 모두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밤마다 가던 바에 들러 맥주나 한잔 기울이려던 나그네도 하는 수 없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버스를 타고 라싸에서 40여 킬로미터 동쪽에 있다는 간덴 사원 입구에 다다르자, 일찍이 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행렬 때문에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라싸를 비롯해 인근의 여러 촌락에서 꼭두새벽같이 달려온 티베트인들에 의해 간덴 사원으로 올라가는 비좁고 가파른 산길은 뱀의 몸뚱이처럼 꿈틀거리며 이어지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아예 걸어 올라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되었다. 비록 조금만 심하게 움직여도 숨이 가빠오고 뒷목이 땅겨오는 고산병 증세 탓에 절 입구까지 이르는 멀고도 가파른 산길이 결코 만만치 않겠지만 말이다. 나그네뿐만 아니라 산으로 기어오르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아침 안개에 휩싸이면서 간덴 사원으로 오르는 산허리의 풍경은 가히 장엄한 화엄華嚴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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