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에스타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시에스타를 실시한다면 어떨까? 일하다 말고 한낮에 3시간 정도 쉬고 수다 떠는 시간이 있다면…….
설령 그것이 불가능한 상상이라도, 가끔 난 그런 삶을 그린다.
라틴 문화권에 가면 ‘시에스타’라는 게 있다. 잘 알려졌듯이 오후의 일정한 시간에 전부 잠을 자는 것인데, 나는 스페인의 지중해 연안 도시 말라가(Malaga)에서 그것을 경험했다.
그곳에 간 것은 순전히 충동 때문이었다. 스페인 남부 해안에 있는 그라나다(Granada)에서 알함브라 궁전을 구경한 후 다음 날 오전에 그라나다 시내를 돌아보는데, 오전 10시가 다 되어도 시가지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평일인데 상점 문도 거의 닫혀 있고 행인도 드물었다.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아침 늦게 일어나는 건지, 내가 사람 안 다니는 곳만 돌아다닌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너무 적막해 난 흥미를 잃고 말았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버스터미널로 가 마침 떠나려던 말라가행 버스에 무작정 올라탔다. 사실 말라가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아는 거라곤 지중해 연안의 도시라는 정도? 갖고 다니던 가이드북에는 나와 있지도 않은 도시였다. 흐린 날씨는 차차 맑아졌고 청명한 하늘에서 해가 이글거렸다. 물결처럼 굽이치는 녹색 벌판이 끝없이 펼쳐졌고 벌판 자락에는 피레네 산맥이 하늘을 토막 내듯 버티고 서서 버스를 노려보았다. 그라나다에서 말라가까지는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숨 잘까 하고 몸을 뒤척이다 보니 벌써 말라가 시내였다. 차창 밖으로 야자나무가 길게 이어진 풍경이 보였다. 스페인에 와서 처음 보는 남국의 풍경이었다.
버스터미널 근처의 식당에서 빵과 맥주로 요기를 한 후 시내 중심지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다. 또 문이 닫혀 있었다. 근무시간은 9시에서 2시. 시계를 보니 2시 30분. 나 참, 이렇게 일찍 닫는 인포메이션 센터는 뭐란 말인가, 평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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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길에서>는 ‘중앙books’와 제휴하여, 매주 수요일 총 10편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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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인도』『나는 늘 아프리카가 그립다』 외에 다수의 여행기로 잘 알려진 여행 작가 이지상의 첫 번째 산문집으로, 지난 20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온몸으로 체험하고 얻어낸 것들에 대한 작은 기록이자, 여행의 매혹에 빠져 늘 세상 밖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건네고 싶은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