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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
저번 주를 기점으로 금연한 지 만 3년이 되었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착한 어린이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좋은 일만 있길 기도하는 것처럼, 아주 작은 소망이자 바람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무언가를 희망하듯,
저번 주를 기점으로 금연한 지 만 3년이 되었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착한 어린이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좋은 일만 있길 기도하는 것처럼, 아주 작은 소망이자 바람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무언가를 희망하듯, ‘자자. 내일부터는 금연하는 거야.’라고 다짐하며 잠들곤 10년 가까이 피웠던 담배를 위기에 처한 도마뱀이 자신의 꼬리를 단호하게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싹. 뚝. 하고 끊었습니다. 누가 보면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에 나오는 ‘금연회사’에라도 의뢰한 것처럼 실패 없이 한 번에 끊었나 의아해할지도 모르겠지만, 본인으로선 다짐하기까지가 어려웠지 막상 실천으로 옮기고 나서는 ‘이 정도쯤이야. 참을 만하네! 으으.’라며 견뎌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주위에서 “어이 어이, 이젠 금연 완전히 성공했네!”라는 반응으로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도 참을 만하기만 하지, 그리움 같은 기분은 남아있는지라 ‘담배는 평생 끊는 게 아니라, 참는다는 말이 맞구나.’라며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참고 있습니다. 처음 금연을 시작했을 땐 많은 양의 담배를 피우던 골초가 담배를 사지 않다 보니 한 달에 10만 원 넘는 돈이 주머니에 남게 되어 ‘이야, 금연하니까 몸은 가벼워지면서 주머니는 무거워지는구나!’하곤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군것질에만 너무 열을 올리다 보니, 점점 군살이 붙으며 얼굴만 동그랗게 변해버리는지라 ‘음, 군것질은 그만 하고, 금연으로 생기는 돈은 전부 책 사는 데 보태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당시 고정적으로 한 달 도서구입비로 지출하던 금액에 10만 원 정도씩 더 구입했습니다. 그때까지는 비싸서 머뭇거리고 못 사던 전집류나 화보집을 그때부터 좀 더 열심히 사 모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이나 (얼마 전 210질만 한정판으로 만든 걸 또 사버렸지만;;) 황석영 삼국지 세트, Elliott Erwitt이나 Henri Cartier-Bresson의 사진집 등은 금연이 아니었으면 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책이었거든요. 한 권이나 한 세트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책들은 보너스나 예상치 못한 돈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선뜻 구입하긴 어려운 책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비싼 만큼 저에겐 정말 많은 도움을 준 책이고, 아직까지도 양질의 도서로써 제 옆에 든든히 버티고 있는 책들이라 ‘금연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은 건강도 건강이지만, 이런 고가의 책들을 볼 때 더욱더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가격이 부담돼서 구입하기 어려운 책들이 있다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시고,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해 보세요. 책장에 꽂혀 있는 책만 봐도 즐겁고 배부를 수 있는 건 아주 작은 행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가격의 책도 마찬가지고요. ‘가치’의 깊이가 아닌 ‘동기’의 부여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요. | ||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석영중> 등역243,000원(10% + 5%)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모든 사상과 감정에 과장이란 말이 부족할 정도로 아주 격렬하게 반응한다. 언제나 그들은 우리 대신, 우리가 평생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뜨거움과 명료함을 가지고 말하고 행동하고 느낀다. 그래서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을 읽는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독서 체험 이상의 흔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