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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에서는 왜 아무 때나 박수치면 안 될까? - 피아니스트 김정원 전국 투어 리사이틀 현장에서

요즘 젊은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클래식을 알리고, 좀 더 쉽고 재밌는 대중적인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연주가가 바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마지막 장면으로 더욱 유명해진 피아니스트 김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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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장에 가면 관객 입장에서 나름대로 공연문화를 선도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주저하지 않고 소리 지르고, 가공할 만한 점프력을 자랑하며, 분위기가 좋으면 정체불명의 춤사위도 선사한다. 그러나 무대를 향해 항상 반 박자 앞서 화답하는 필자도 주위 관객들, 그것도 절반 이상의 반응을 주시한 뒤 조심스럽게 묻어가는 공연장이 있으니 바로 클래식 연주회다. 자칫 마음을 놓았다가는 크게 망신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어렵게 생각되는 클래식 연주회. 하지만 요즘 젊은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클래식을 알리고, 좀 더 쉽고 재밌는 대중적인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연주가가 바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마지막 장면으로 더욱 유명해진 피아니스트 김정원이다. 특히, 김정원은 10월 28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전국 12개 도시 순회 연주회를 통해 대중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설 예정인데, 프리뷰 공연이 진행된 호암아트홀에서 서정과 열정이 공존하는 김정원의 연주를 미리 맛보았다.


클래식계에서는 특별하게 이른바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다고 하더니, 김정원이 무대에 오르자 일반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는 환호와 절규가 쏟아진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그도 팬들의 환호성에 환한 웃음으로 답한다. 하지만 이내 피아노 앞에 앉아 눈을 감고 짧게 숨을 가다듬으며 감정을 조절한다. 그렇게 이어진 곡은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아름답고 달콤한 선율이 김정원의 손을 타고 부드럽게 쏟아진다.

“장기 공연이라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데, 여러분의 환호성을 들으니까 힘이 납니다.” 연주가 끝나고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박수갈채에 ‘잘생겼어요.’라는 환호까지 나오자, 김정원도 편안하게 웃으며 말을 건넨다. “이번 순회공연의 기획 의도는 ‘클래식 알리기’예요. 프랑스, 독일, 러시아… 유럽 3개국의 각기 다른 음악풍을 비교하며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회화적인 프랑스 음악에 이어진 곡은 견고하고 웅장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다. ‘건반 위를 물들이는 서정과 열정의 색채’라는 공연 부제답게, 달빛을 어루만지는 듯한 1악장의 영롱한 울림에 이어 폭풍우 치는 격정의 3악장이 연주된다. 피아노 앞의 그는 건반 위를 살포시 어루만졌다, 땀방울이 떨어질 정도의 역동적인 연주를 반복하며 객석의 마음을 파고든다. 2부에서 연주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서도 서정과 열정, 부드러움과 거침, 여림과 비장함이 뒤섞여 메아리쳤다.

피아노 독주회였던 만큼 클래식을 많이 접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쉽지 않은 공연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 곡 모두 일부 악장은 귀에 아주 익숙한 멜로디여서, 객석에서 홀로 적막함을 느꼈을 관객에게도 중간 중간 반가운 마음이 깃들었을 것이다. 또한 김정원이 연주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건반을 타고 나오는 피아노 선율을 귀로 들으며, 마음으로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가 말한 ‘클래식 알리기’가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번 김정원 공연에서 음악이 주는 감동과 함께 클래식 공연에서 박수를 제때 쳐야 하는 이유를 몸소 느끼고 돌아왔다. 보통 클래식 음악은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다. 모든 악장이 끝났을 때, 지금까지의 감흥을 몰아서 뜨겁고 큰 박수로 환호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규칙 아닌 규칙이 현대 사회에서 클래식을 대중과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왔다.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고서야 음악 자체도 잘 모르는데 그 음악이 몇 악장의 곡인지, 도대체 지금 몇 악장이 끝났는지 어떻게 아느냔 말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규칙을 만든 사람은 바로 ‘바그너’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작곡가가 의도한 곡의 흐름이 깨진다는 것. 음악이 귀족들의 사교놀음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품격 높고 고상한 규율이 필요했다는 뒷얘기도 있다. 그러나 악장 사이에 박수를 쳤다고 드러내놓고 싫은 내색을 하는 연주가도 있고, 타인의 눈총과 자기 비하로 괴로워하는 관객도 있으니, 바그너의 책략은 세대를 뛰어넘어 제대로 먹힌 셈이다.

그런데 김정원 프리뷰 공연 때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악장 사이사이에 누군가 큰 환호를 보냈다. 미처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괴성과 함께 쏟아진 박수는 감동에 대한 화답이라기보다는 혹시 안티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깨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곡의 잔향과 다음 악장을 위한 느낌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괴성. 듣는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데 연주가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커튼콜 무대에 나선 김정원은 “아까 외롭게 박수 치셨던 분, 정말 고마운데 클래식 음악은 보통 악장이 다 끝나고 박수를 칩니다. 그리고 1부 끝나고도 저는 무대로 다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여러분이 박수를 짧게 치시더라고요. 대개 1부 마지막에도 무대 인사를 하곤 합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아하, 그렇구나!’ 모두가 한바탕 웃으며 더욱 큰 박수를 보냈다. 체험과 재미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니, 오늘 공연장에 있었던 관객들은 아마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김정원의 전국 투어 리사이틀은 지난 살롱 공연 때처럼 곡에 대한 설명이나 아기자기한 얘기는 없다. 하지만 클래식을 알리려는 그의 굳은 의지와 세심한 배려가 있으니, 어느 날 어느 무대에서 벅찬 감동과 알찬 지식을 얻어올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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