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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성 우울증엔 연극 <뉴 보잉보잉> &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연극 한 편 보면서 한바탕 신나게 웃고 울다 보면 분명히 균형을 잃은 뇌의 화학반응이 정상을 되찾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계절성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될 연극 <뉴 보잉보잉>과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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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쉽게 우울해지고 의욕도 떨어진다. 이런 증세를 가리켜 계절성 정서장애, 흔히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프로작(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우울제)을 먹는 것이 꺼림칙하다면 당장 대학로로 달려갈 것을 추천한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연극 한 편 보면서 한바탕 신나게 웃고 울다 보면 분명히 균형을 잃은 뇌의 화학반응이 정상을 되찾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계절성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될 연극 <뉴 보잉보잉>과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를 소개한다.

연극 <뉴 보잉보잉>

실컷 웃을 수 있는 연극 <뉴 보잉보잉>

요즘 대학로에서 잘나가는 연극, 특히 전용관을 마련하고 몇 년째 흥행몰이에 성공하는 연극은 대부분 코미디물이다. 9년째 떠들썩한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연극 <라이어> 시리즈가 단연 돋보이는 가운데, <뉴 보잉보잉>도 5년째 4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학로 대표 연극으로 손꼽힌다.

연극 <뉴 보잉보잉>은 마르꼬 까블레띠의 1960년대 원작인 <보잉보잉>을 한국식으로 번안한 작품이다. 무대에는 모두 6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 성기와 친구 순성 그리고 가정부 옥희와 성기의 약혼녀들. 약혼녀들? 그렇다. 성기에게는 3명의 약혼녀가 있고, 그녀들은 각각 국적이 다른 항공사에 근무하는 스튜어디스다. 덕분에 성기는 비행 시간표에 따라 서로 마주치는 일 없이, 3명의 약혼녀와 유유자적 색다른 연애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고,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밟히는 법. 빠르고 쾌적한 항공기의 가장 큰 단점은 기상 여건에 따라 비행 스케줄이 제멋대로 바뀌는 것이 아니던가. 한 번 프로그래밍된 일정표대로 쭉 흘러갈 줄 알았던 화려한 연애 행각은 천재지변으로 일순간 초토화되고 만다. 날씨 때문에 비행 스케줄이 바뀌면서 3명의 약혼녀, 각 항공사의 유니폼을 입은 스튜어디스들이 모두 성기의 집에 모이게 된 것이다. 물론 연극 <뉴 보잉보잉>의 재미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약혼녀들과 이 까무러칠 사태를 아슬아슬하게 모면해가는 성기와 순성, 옥희의 임기응변에 있다.

3명의 약혼녀와 벌이는 아슬아슬한 연애 행각

또한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에도 관객은 시종일관 웃음을 참지 못한다. 괜히 친구 일에 끼여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촌스럽지만 귀여운 순성, 별난 주인 때문에 약혼녀 기호에 따라 방 꾸미고 식사 준비하느라 분주한 감초 가정부 그리고 3인 3색의 약혼녀들. 섹시하고 도도한 이수, 깜찍하고 애교 많은 지수,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혜수는 각각의 강한 이미지로 객석은 물론 때로는 무대 위 배우들까지 웃음을 토해내게 한다.

<뉴 보잉보잉>의 경우 6개월마다 배우를 바꾸고 있는데, 배우에 따라 달라지는 무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웃고 싶다면 선택에 주저하지 않아도 되겠다.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연극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는 극장 분위기에 있을 것이다. 아늑하고 작은 무대와 객석, 조금은 텁텁하지만 따뜻한 나무 냄새, 뭐 그런 것 말이다. 일단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를 보러 들어서면 이런 소극장 분위기는 제대로 접할 수 있다. 무대와 객석이 어찌나 가까운지 배우의 속눈썹까지 다 보일 지경이다. 게다가 작은 무대에는 좁은 마당에 샌드백, 수도꼭지, 화장실까지 들어찬 산동네 허름한 집이 자리하고 있다.

무대 배경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옥수동 꼭대기 집. 이 집에는 왕년에 알아주던 도박판 황제였으나 지금은 손을 털고 열쇠를 만드는 주인 김만수와 화투판을 전전하는 건달 박문호, 변두리 밤무대 가수인 조미령이 산다. 입담 하나 끝내주는 주인과, 세입자임에도 성질 사나운 문호, 소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뛰어난 미모의 미령은 날마다 이리저리 부대끼며 사람 사는 냄새를 폴폴 풍긴다.

처음에는 주인 김만수의 구수한 입담과 정겨운 연기에 키득키득 웃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 사람마다 가슴에 품은 깊은 상처와 잡지 못한 행복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면서 극장은 이내 진중해진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이끌어가다 보니 감동을 강조한 면이 뻔한 결말 같아 다소 아쉬운 감이 있지만, 아마도 작품의 의도대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모두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을 것이다.

극 중 인물들은 모두 행복을 찾고 있다. 이들이 서 있는 옥수동 꼭대기 집에서는 한강 너머로 화려한 압구정동이 보이는데, 그 화려함 속에는 몽글몽글한 행복도 숨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눈에 빤히 보이지만 들어설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그 괴리감처럼 행복은 멀게만 느껴진다. 물론 행복은 물질적인 것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무대의 결말이고, 우리가 일생을 통해 깨달아야 할 숙제인지도 모른다.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행복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다. 행복은 ‘대상’이 아니라 ‘재능’이다.”라고. 옥수동 꼭대기 집에서 느끼는 행복은 연극 속에나 있는 것일까? 역시 이상주의자인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행복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사람은 옥수동이든 압구정동이든, 햇살 쨍쨍 내리쬐는 여름이든 일조량 부족한 가을이든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다. 뻔한 결말이지만, 그래서 보고 나면 마음이 훈훈해지는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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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뉴 보잉보잉>
2007년 5월 26일 ~ 12월 20일
대학로 두레홀 3관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2007년 7월 27일 ~ 11월 30일
대학로 두레홀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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