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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를 가지고 놀다! <뜨거운 녀석들>
이 영화의 성공은 일찍이 장르 영화의 매력에 빠져든 두 영국 젊은이의 힘으로 탄생하였는데 <뜨거운 녀석들>의 연출도 맡은 에드가 라이트와, 두 편의 영화에서 공동 각본과 주연 배우 역할을 소화해낸 사이먼 페그가 바로 그들이다.
액션 히어로, 시골에 가다 <숀 오브 데드-새벽의 황당한 저주, 2004>(국내에는 DVD로만 출시)는 개성이 넘치는 장르 영화였다. 기본적으로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대표작으로 삼는 좀비 호러 영화의 장르적 장치를 원용한 이 영화는, 하지만 런던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활용하며 친구와 가족의 의미를 따뜻하게 탐구한다. 심지어 이 영화는 호러 영화인 동시에 로맨틱 코미디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의 성공은 일찍이 장르 영화의 매력에 빠져든 두 영국 젊은이의 힘으로 탄생하였는데 <뜨거운 녀석들>의 연출도 맡은 에드가 라이트와, 두 편의 영화에서 공동 각본과 주연 배우 역할을 소화해낸 사이먼 페그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 영화의 또 다른 주연 배우인 닉 프로스트까지 포함해서 이들은 장르의 법칙을 타고 넘어서는 경쾌하고 즐거운 영화를 만들어냈고 그들의 협업이 큰 힘을 발휘한 것이 바로 <뜨거운 녀석들>이다. 마이클 베이의 <나쁜 녀석들 2, 2003>를 연상시키는 포스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뜨거운 녀석들, 2006>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 장르의 규칙을 가지고 마음껏 노는 영화다. 이 영화의 DVD에 수록된 에드가 라이트와 사이먼 페그의 음성 해설을 통해 우리는 참으로 많은 영화가 이 한 편의 영화에서 언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본편에 장면이 삽입된 <나쁜 녀석들 2>, 캐슬린 비겔로우의 <폭풍 속으로>는 물론이고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3>, 토니 스콧 액션 영화의 편집 스타일, 오우삼 영화의 액션 시퀀스 설계, 척 노리스의 80년대 액션 영화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 시리즈까지 <뜨거운 녀석들>은 70년?부터 최근까지 만들어진 다양한 액션 영화를 인용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는 <폭풍 속으로>의 클라이맥스 시퀀스에서 하늘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과 마이클 베이의 <나쁜 녀석들>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360도 팬 장면을 노골적으로 모방하며 <리셀 웨폰>의 예고편 음악이 그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1. 오프닝 시퀀스, 건물의 문을 열고 니콜라스 엔젤(사이먼 페그)이 걸어 들어온다. 감독은 음성 해설에서 영국 범죄 영화의 고전 <포인트 블랭크>를 패러디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감독의 대답은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2. 아주 짧은 카메오 출연. 주인공 엔젤에게 상처를 입히는 산타는 바로 피터 잭슨. 맞다, <반지의 제왕>과 <킹콩>의 바로 그 감독이다. #3. 또 카메오 출연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출연했던 스티브 쿠건과 <숀 오브 더 데드>에서 주인공의 양아버지를 연기했던 빌 나이히가 니콜라스 엔젤을 쫓아내는 경찰 상사로 출연한다.
미국 액션 영화, 영국의 시골 마을로 옮겨 오다 하지만 <뜨거운 녀석들>은 단순히 기존의 영화를 모방해 웃음을 주는 최근의 <무서운 영귈> 시리즈나 <데이트 무비> 같은 가벼운 패러디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뜨거운 녀석들> 역시 영화 자체가 일종의 농담에 가깝다는 점에서는 앞서 언급한 영화와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억지로 유명 영화의 패러디 장면을 꿰놓은 것 같은 다른 패러디 영화의 전략과는 확실히 다르다. <뜨거운 녀석들>은 장면을 베끼기보다는 영화의 리듬을 중시하는, 액션 스릴러 장르 자체를 패러디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이 영화의 공간 자체가 일종의 넌센스다. 사이먼 페그가 연기하는 니콜라스 엔젤(사이먼 페그)을 소개하는 오프닝 몽타주 시퀀스는 그를 액션 영화 히어로의 한자리를 차지할 만한 슈퍼캅으로 소개한다. 80년대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흔히 보았을 듯한 플래시 몽타주 시퀀스에다가 저음의 내레이션으로 소개되는 니콜라스 엔젤은 런던의 다른 경찰보다 무려 400%나 높은 검거율을 자랑하는 인물이지만 너무 튀는 탓에 동료들의 미움을 받고 결국 최저범죄율을 자랑하는 시골 마을 샌드포드로 쫓겨간다. 말하자면 범죄 없는 마을에 간 <다이 하드>의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이나 <리셀 웨폰>의 마틴 릭스(멜 깁슨)라고나 할까? #4. 재미있는 카메오가 한 명 더. 케이트 블란쳇은 얼굴도 나오지 않는 니콜라스 엔젤의 옛 연인 역으로 기꺼이 출연해 하루 동안 촬영했고 출연료를 기부했다고 한다. #5. 니콜라스 엔젤이 찾은 샌드포드 경찰서는 범죄율 제로의 경찰서다. 그는 경찰 서장(짐 브로드벤트)과 아들인 대니(닉 프로스트)를 비롯한 이곳 경찰서의 낙천적인 분위기에 질려 버린다. #6.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슈퍼캅 니콜라스는 별로 할 일이 없다. 그에게 주어지는 일다운 일이란 가출한 백조를 찾는 정도. 이 영화의 코믹함은 일단 이런 이질감에서 출발한다. 실은 이런 설정은 국내에도 개봉된 스웨덴 영화 <깝스, 2003>나 우리 영화 <마지막 늑대, 2004> 같은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설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뜨거운 녀석들>은 앞의 영화에서 강조되는 코미디적 요소보다는 액션 스릴러 장르 본연의 구성을 따라간다. 위의 영화에서 그려진 공동체가 일종의 유토피아라면 <뜨거운 녀석들>에 등장하는 공동체는 안온한 듯하지만 실은 깊은 음모가 자리 잡은 사악한 곳이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로만 폴란스키의 클래식 필름 누아르 <차이나타운>의 구성을 따르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공간은 어디까지나 범죄가 창궐하는 대도시도, 미국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황량한 시골 마을도 아니다. 감독 에드가 라이트의 고향인 '영국의 가장 작은 도시' 웰즈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유희에 가깝다. 이런 곳에 대도시의 슈퍼캅 따위는 필요 없지만 에드가 라이트는 영국의 전원 마을에 팽배한 인종주의와 폐쇄성을 은근히 비꼬며 유쾌한 액션 코미디를 완성해 냈다. 장르를 가지고 놀다 이 영화는 시침 뚝 떼고 이 평화로운 마을이 거대한 음모가 가득한 곳임을 주장한다. 미심쩍은 사건들이 이어지고 그 사건들이 사고로 처리되면서 마을의 음모가 밝혀지며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스릴러 장르의 규칙을 따라가던 영화는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액션 영화 특히 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무지막지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로 급변한다. 특히 후반부 클라이맥스 액션 시퀀스에서 웬만한 액션 영화 팬들은 무장해제당할 수밖에 없다. <람보 2> 등의 밀리터리 액션 장면에서 많이 사용된 플래시 몽타주 시퀀스를 활용해 엔젤의 무장 장면이 표현되고 로베르토 로드리게즈의 <데스페라도>에서 슈트 케이스에 몰래 숨겼던 무기 엄폐술은 이 영화에서 마음껏 응용되어 사용된다. <석양의 무법자>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를 비롯한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의 결투 장면에서 활용된 익스트림 클로즈업 몽타주의 활용이나 오우삼의 총격 시퀀스 패러디는 무척이나 친숙한 오마주다.
#7. 마을의 슈퍼마켓 주인을 연기한 티모시 달튼. 그는 능글능글한 미소를 던지는 마을의 유지 중 하나다. 왠지 그에게서 범죄의 냄새를 맡는 니콜라스 엔젤. 두 편의 007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티모시 달튼은 이 영화에서 노회한 장사꾼 연기를 썩 잘해낸다.
#8. 마을 아마추어 극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의상이 어쩐지 익숙하지 않은가? 마을의 극단이 공연하는 것은 바로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문제는 이 극단의 주연 배우들 연기력이 최악이라는 것. #9. 사고 처리가 되기는 하지만 마을에는 연쇄살인이 계속 벌어진다. 니콜라스 엔젤은 범인의 뒤를 쫓지만 너무 빠른 범인의 도주 속도에 놀라고 만다. 물론 <뜨거운 녀석들>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에는 과거의 액션 영화 스타일을 잘 알고 활용하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영화는 장르 영화의 규칙을 갖고 노는 뒤틀린 유머만큼이나 장르의 본질에 충실하다. 할리우드의 버디 액션물에서 볼 수 있는 동성애적인 동료 간의 유대는 <숀 오브 더 데드>에서도 죽마고우로 등장했던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의 연기 덕분에 에드가 라이트 영화 특유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히어로 엔젤은 <리셀 웨폰>의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가 그랬던 것처럼 아둔해 보이는 액션 영화광인 대니 버터맨(닉 프로스트)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도시의 프로페셔널 경찰인 엔젤과 무능력한 대니는 영화에서 연인처럼 같이 영화를 보고 서로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처럼 묘사된다. 물론 이런 설정은 액션 영화 속에서 흔히 보아온 것이지만 감독의 전작과 연결해 보면 이 영화 속의 우정은 좀 더 서민적이고 따뜻하다. <뜨거운 녀석들>은 특이한 영화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 장르를 오마주하는 동시에 조롱한다. 따지고 보면 미국같이 범죄율이 높은 동시에 영화 산업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아니고서는 액션 활극이 발전하기 어려운 법이다.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거침없는 액션 활극은 그 생경함으로 웃음을 주는 동시에 액션 장르 영화의 허구성을 증명하게 된다. 엔젤과 여관 주인이 '마녀'와 '파시스트'를 서로 주고받는 장면에서 보듯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편협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 장르를 마음껏 비웃는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의 쾌감의 법칙을 잘 아는 영화기도 하다. 그것이 호러 영화를 연상케 하는 잔혹한 살인 장면마저 이 영화에서는 일종의 유희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올해 소개된 영화 중 가장 창의적인 장르 영화 중 하나가 바로 <뜨거운 녀석들>이다.
★★★☆ #10. 마을의 비밀을 알아내고 간신히 목숨을 구해 마을을 빠져나오던 니콜라스가 발견한 것은 여러 편의 액션 영화. 니콜라스의 액션 본능은 이 액션 영화 DVD들을 보는 순간 끓어오른다.
#11. 액션 본능이 살아난 니콜라스 엔젤은 80년대 스타일의 선글라스를 끼고 중무장을 한 후 마을에 돌아온다. #12. 질주하는 클라이맥스. 영화의 액션 시퀀스에는 오우삼의 쌍권총 액션 장면까지 소환된다. #13. 마지막의 대결 장면. 미니어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 시퀀스는 자연스럽게 <고질라> 같은 괴수 영화를 연상하게 한다.
화사하고 밝은 영상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여타의 액션 영화처럼 <뜨거운 녀석들> 역시 2.35:1 포맷의 아나몰픽 와이드 스크린 영상을 선보인다. 슈퍼 35mm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의 질감은 화사한 색감이 잘 살아 있으며 인물의 윤곽선 역시 잘 살아 있어 만족스럽다. 어두운 장면의 디테일한 묘사도 잘 살아 있어 준레퍼런스급에 해당하는 아주 깔끔한 영상으로 비교적 저예산인 영화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훌륭한 화질을 선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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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음악, 기대 음상의 음향 효과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나쁜 녀석들 2>의 제작비면 이 영화를 9편은 만들 수 있다고 할 정도의 저예산 영화지만 이 영화의 영상 퀄리티만큼이나 사운드 퀄리티 역시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슈퍼그래스를 비롯한 영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다양한 장르의 삽입곡이 대사음이나 음향 효과와 잘 어우러지며 총격 시퀀스 사운드 역시 임팩트가 잘 살아 있다. 물론 가공할 정도의 과도한 음향 효과를 쏟아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강력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대 이상의 음향 효과가 귀를 사로잡으며 빠른 몽타주 시퀀스에서 과장된 음향 효과는 발군의 솜씨를 발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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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성 해설
전작 <숀 오브 더 데드 - 새벽의 황당한 저주> DVD에서도 즐거움으로 충만한 음성 해설을 진행한 바 있는 에드가 라이트와 사이먼 페그의 음성 해설은 일단 경쾌하다. 친한 친구 사이니만큼 둘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킬킬거리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영화가 담고자 했던 정서나 의도를 말하며 듣는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다만, 한글 자막이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아쉬움을 준다. 특히 음성 해설 자막을 선택하려면 조금 신경 써서 설정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도 조금 불편하다.
■ The Man Who Would Be Fuzz (35초)
영화 속에서 친해진 엔젤과 대니가 술을 마시기로 한 장면의 패러디 장면. 장난스런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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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ttakes (10분 22초)
제목처럼 NG 장면 모음이다. 웃음을 멈추지 못해 계속 NG를 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즐겁다.
■ Storyboards
영화의 본편을 보면서 경찰 배지 아이콘이 뜨면 그 장면에 해당하는 스토리보드를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메뉴
■ 삭제 장면 (20분 37초)
총 22개의 챕터로 나뉜 삭제 장면 메뉴. 감독의 음성 해설을 선택하여 볼 수도 있고 그냥 장면만 볼 수 있다. 영화의 속도를 늦추는 탓에 잘려나간 장면이 대부분이지만 나름의 유머가 꽤 즐거운 장면도 있어 흥미롭다.
■ Hot Funk (3분 44초)
DVD 음성 해설에서 감독 에드가 라이트는 본편의 영화에 욕설과 고어 장면을 마음껏 표현했다고 말한다. 이 메뉴는 앞으로의 TV 방영을 대비해 거친 욕설을 순화한 장면을 담고 있다. 본편의 표현과 비교해 보면 즐겁다.
즐거운 서플먼트가 가득…
즐거운 본편의 분위기를 따라 <뜨거운 녀석들> DVD 서플먼트 역시 자잘한 재미로 가득 차 있다. 3시간의 부가 영상이 담긴 별도의 서플먼트 디스크가 합본으로 제공되는 북미 버전이 별도로 존재함에도 한 장짜리 디스크로만 출시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재미를 담은 이 DVD 서플먼트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다만 메이킹 필름, 감독 인터뷰 등 제작 과정에 관한 서플먼트의 부재를 음성 해설로만 채워야 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 위에 소개된 서플먼트 외에도 예고편 모음, 본편에서 한쪽만 보이는 대니의 수첩 애니메이션의 다른 부분이 Flick Book(22초)이라는 이름의 메뉴에 담겨 있다. 그리고 짧지만 유머러스한 이스터 에그가 하나 숨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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