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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어른들은 결코 묻지 않는, 가장 중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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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는 지구에 와서 수많은 꽃들을 볼 수 있었지만, 자신의 별에서 한 송이 장미꽃을 보는 것보다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별을 갖고, 많은 꽃을 본다고 해서 그것이 곧 행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집히는 대로 책을 꺼내 읽는 버릇은 아마도 어렸을 적 잠자리에서 몇 번이고 전래동화를 읽어주셨던 아버지 목소리 덕분인 것 같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일 때면 흥부 놀부니 혹부리 영감이니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연기까지 섞어서 재미있게 들려주셨고, 계속 다시 듣고 싶은 마음에 떼를 쓰다보면 어느새 아버지께서 저보다 먼저 잠들어 계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섯 살 일곱 살 점점 나이가 들면서 저는 혼자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부모님 덕택에 집에 책이 많았던지라, 손만 뻗으면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던 것은, 아마도 그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장 한쪽 구석, 키가 닿지 않아 의자를 짚고 올라서서 책을 꺼냈지요. 금발머리에, 한 손은 허리에 짚고, 다른 한 손은 검으로 땅을 짚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저는 힘들게 꺼낸 그 책을 조금 읽다가 덮고 말았습니다. 보아뱀, 소혹성, 장미……. 그 모든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어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몇 번, 중학교에서도 몇 번, 필독 도서로 지정되기도 하고 읽을 기회도 있어서 다시 펼쳐보게 되었고, 그때마다 전에는 만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인 지금, 다시 읽어보면 『어린왕자』는 또 다른 말을 제게 걸어옵니다. 저는 18살, 학생입니다. 더구나 고3이고요. 저도 그렇지만 제 친구들도 내신?논술?수능을 꼭짓점으로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갇혀 있습니다. 공부는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었고, 그렇게 등 떠밀려 왔습니다. 부모님들도 그러시지만, 물론 성적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고 그런 압박들이 못 견디게 갑갑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 그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10년이 넘도록 우리는 언제나 공부만 해왔는데, 이 모든 과정이 끝난 이후에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저와 제 친구들의 고민은, 물론 지금의 학업 성적에도 있지만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한 것이 더 큽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얻어서, 돈 많이 벌면……. 부모님들과 사회는 그것을 성공이라 부르지만, 그것만으로 저와 제 친구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숫자를 좇도록 강요받고, 왜 우리조차 이제는 그것이 유일한 삶의 방식인 양 믿어가고 있는 걸까요.

어린왕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른들에게 새 친구에 관하여 얘기를 하면 어른들은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묻지 않는다. 목소리는 어떠니, 어떤 놀이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니 하는 등의 말은 묻지 않고 나이는 몇이니? 형제는 몇이니? 몸무게는 얼마니? 그 애 아버지는 얼마나 버니? 하고 묻는다”라고요.

어린왕자가 지나왔던 별에, 우주의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며 별의 숫자를 되풀이하여 세는 상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세고, 또 세고. 세는 데에만 열중해서 사람을 잊은 그의 모습이, 왠지 우리 미래의 모습인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많이 가지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나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슬플 뿐입니다.

어린왕자는 지구에 와서 수많은 꽃들을 볼 수 있었지만, 자신의 별에서 한 송이 장미꽃을 보는 것보다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별을 갖고, 많은 꽃을 본다고 해서 그것이 곧 행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린왕자가 그랬듯 내 작은 별과 꽃 한 송이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 결국엔 아무리 많은 별과 아무리 많은 꽃을 가져도 나만의 꽃과 별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하고 싶은 일들을 부모님이나 주변의 압박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일지 모르는데요.

숫자의 시대입니다. 모두들 돈이라면 최고로 아는, 돈을 위해서라면 친구도 가족도 배신하는 시대입니다. 그렇게라도 얻은 돈이 행복을 보장해준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의 한 조사에서 행복지수 1위를 기록한 국가가 선진국이 아닌, 최빈국에 속하는 방글라데시라는 걸 보면서 우리가 지금 한참 잘못된 길을 아무 생각 없이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행복은 많이 가지지 않더라도 꿈과 열정과 내 작은 별의 꽃 한 송이처럼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저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오래도록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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