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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 - 『이키가미』

‘이 나라에는 국가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한 법률이 있다. 순순히 따르기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렇게 국민들이 믿고 있는 그 법률의 이름은… 국가번영유지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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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는 국가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한 법률이 있다. 순순히 따르기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렇게 국민들이 믿고 있는 그 법률의 이름은… 국가번영유지법이라고 한다.’

마세 모토로의 『이키가미』에 등장하는 나라는 아주 기묘한 곳이다.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의무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 속에는 1/1,000의 확률로 나노캡슐이 들어 있고, 캡슐이 들어 있는 주사를 맞은 사람은 18~24세가 되면 미리 설정된 일시에 죽는다. 그가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 것은 겨우 24시간 전이다. 정부에서 젊은이에게 죽음을 알리는 종이 ‘이키가미’를 전하면, 그 순간부터 그의 마지막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법률로 정해져 모든 국민에게 강제로 집행되고,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바로 나노캡슐을 주입당해 죽는다. 이 나라는 엄청난 전체주의 국가인 것이다. 『이키가미』는 이 나라의 ‘국가번영유지법’이란 것이 대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이키가미를 받아든 사람들이 보내는 마지막 하루를 보여주는 만화다.

일단 국가번영유지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국가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캡슐이 누구에게 주입되었는지 알 수 없기에, 국민은 그 시기가 올 때까지 ‘내가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위기감을 늘 지닌 채 성장한다. 그 위기감이 바로 생명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높이고 사회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이 법률이 시행된 후로 자살 건수와 범죄 건수가 함께 감소했고, 오히려 국내총생산과 출산율은 해마다 증가 추세가 되었다. 이것은 모두 이 법률이 가져온 효과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숫자일 뿐이다. 전체주의 국가의 대부분은 초기에 성장 속도가 빠르다. 아무리 독재자라고 해도 정권을 잡는 과정은 일단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히틀러도, 무솔리니도 모두 국민의 지지를 얻어 다수당이 되었고, 이후 전체주의의 길을 걸어갔다. 모두 국민의 지지를 통해서. 하지만 전체주의는 필연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소련 역시 60년대까지는 미국 이상의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후로는 관료주의와 획일적인 사상, 폭력적인 통제 때문에 결국은 침체의 길을 걸어야 했다. 전체주의의 능률성은 이미 입증된 허구다. 『이키가미』에 등장하는 국가가 전체주의라는 것은 명백하다. 국가번영유지법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죽는 사회는 명백한 전체주의 국가다. 과거에 박정희 정권에서 유신헌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이키가미』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극우적인 만화라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2권에 나오는 ‘출정전야’라는 에피소드를 보면 그런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한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후, 전쟁 때 출정했던 남편을 떠올리며 걷기를 거부한다. 할머니는 신참 헬퍼 마케베를 보고, 남편으로 착각한다. 그런 마케베에게 이키가미가 배달된다.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마케베에게 많은 사람이 조언한다. 센터의 상담사는 '당신의 바람이 다른 사람에 전달되어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한 할아버지는 '나라를 위한 영광된 죽음'이라고도 말한다. 그들은 모두 말한다. 죽음 또한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그 말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서, 아니 집단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가치 있는 죽음이라고. 그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지만, 그것을 강요하면 결국은 전체주의가 된다. 제국주의 일본이 그랬고, 유신정권이 그랬다.

『이키가미』의 마세 모토로는 그것을 알고 있다. 마세는 결코 전체주의를 옹호하고, 과거의 일본에 향수를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말에서 드러난다. 이키가미를 전달하는 후지모토의 상사는 이렇게 말한다. ‘국번(국가번영유지법)이 없으면 생명의 가치조차 인식할 수 없는 그런 사회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후지모토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사회라서 국번이 필요한 것인가, 국번이 있어서 이런 사회가 된 것인가. 그 답은 알 수 없다. 다만 가족이 서로를 죽이는 일도 드물지 않게 된 이 사회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실감하게 할 법적인 시스템은 역시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스템이 현재의 국번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마세 모토로가 『이키가미』를 그린 이유는 이 세상에서 생명의 가치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이키가미’를 설정하여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죽음’을 너무나 신성한 것으로 과장하며 사람들을 전체주의로 끌어갔지만, 지금은 생명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 쉽게 사람을 죽이고, 타인을 이지메하고, 자신의 삶조차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마세 모토로는 ‘국가번영유지법’을 비판하면서도, 각 에피소드에서는 한 개인의 삶에 파고들어 죽음을 앞둔 젊은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내일 죽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번뇌에 빠지고 또 극복하는가를 보여준다. 그것만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죽음이란, 아니 생명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고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키가미』는 ‘생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동시에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위대하고 또 소중한 것인지를 동시에 파고들어 간다. 일단 설정이 뛰어나고, 그것을 각 에피소드 안에 탄탄하게 녹여내는 솜씨가 훌륭하다. 그리고 충분히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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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 1

<마세 모토로> 글,그림4,320원(10% + 5%)

이 나라에는, 국가번영유지법이라는 법률이 있다. 그 법률 하에,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국가를 번영시키기 위해 선택된 젊은이들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종이, "이키가미"가 배달된다-. 눈앞에 떨어진 사망예고증. 남은 시간은 겨우 하루. "아무것도 못하고,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은 채... 아무것도 못 남기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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