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스포츠 영화
미국은 프로 스포츠의 천국이다. 이른바 4대 프로 스포츠인 야구(MLB), 농구(NBA), 아이스하키(NHL), 미식축구(NFL)는 자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거대 스포츠 산업이며 그 외에도 축구(MSL), 여자농구(WNBA), 골프(PGA) 등도 나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프로 스포츠만이 아니다. 미국은 미국의 대학 스포츠를 주관하는 NCAA 산하에서 각 대학 리그를 운영하고 각 대회마다 수많은 관중을 그러모은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운동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는 큰 인기가 없는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다. 적어도 미국인에게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아니라 ‘슈퍼볼’(미식축구리그 NFL의 챔피언 결정전)이며 프로 리그인 NFL이 아니어도 고등학교와 대학의 미식축구 경기장에도 관중은 늘 가득 차 있다. 미식 축구 경기가 있는 토요일은 경기 자체가 일종의 축제처럼 벌어진다. 미국인에게 ‘미식축구’는 일종의 종교고 ‘미식축구 경기장’은 일종의 성전(聖殿)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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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의 오프닝을 여는 것은 스포츠 영화답게 경기 장면이다. 승리를 역설하는 코치의 연설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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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은 친절이 생사를 가른다. 레드 도슨 코치(매튜 폭스)는 손녀의 연주회를 가고 싶어 쿇는 동료에게 비행기 자리를 빌려준다. 그러나 그 친절은 비행기 추락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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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상으로 원정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 네이트 러핀(앤서니 맥키)은 추락한 비행기에 동료들이 타고 있었음을 알고 경악한다. |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 드라마
한 마을의 미식 축구 팀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다. 마술이 아니라 비행기 사고였으며 그 비행기에는 코치진과 선수뿐 아니라 그들을 응원하던 시의원과 의사, 변호사 같은 마을의 지도층 인사도 같이 타고 있었다. 실제로 1970년 11월 원정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웨스트버지니아주 헌팅턴의 마샬대학교 미식 축구팀은 그렇게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마샬: 불멸의 팀>(이하 <우리는 마샬…>)은 이렇게 시작한다. 급작스럽게 일어난 사고로 마을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아들과 형제, 친구와 애인을 잃는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밤을 달구었던 미식축구 경기도 열리지 않는다. <우리는 마샬…>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고로 충격에 빠진 공동체가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는가에 관한 영화며 부서져버린 일상을 다시 회복하는 영화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이 이야기는 실화다.
<미녀 삼총사> 1,2편으로 한없는 유희의 액션을 선보였던 McG가 연출한 <우리는 마샬…>은 비록 국내 스포츠 영화 장르의 인기가 낮아 바로 DVD로 출시되었지만 감동과 재미를 갖춘 스포츠 영화다. McG는 그의 전작과는 달리 진지한 시선으로 다양한 인물을 쫓으며 대사보다는 인물의 표정과 이미지로 그들의 감정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이 영화는 과잉된 정서를 남발하던 <미녀 삼총사> 시리즈에 비하면 전혀 다른 톤의 연출력을 보여준다. 인물은 말보다는 표정으로 말하며 서로 감정을 읽어내기에 힘쓴다. 약간 과잉이다 싶은 음악을 제외하면 <우리는 마샬…>은 매우 잘 정돈된 스포츠 영화이자 휴먼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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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추도식. 지역을 대표하는 마샬 대학교 미식축구팀의 참사로 지역 공동체는 상실감에 젖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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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식축구 프로그램을 종료하려는 대학 이사회의 결정을 학생들은 거부한다. 그들은 미식축구팀의 구호인 '우리는 마샬'을 외치며 미식축구팀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도록 요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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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하지만 팀원 대부분을 잃은 미식축구팀을 재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도 수석 코치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잭 린겔(매튜 맥커너히)만이 선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수석 코치 자리를 원하는 이유가 가족을 잃었을 때를 생각해 본 것이라고 말하는 린겔. |
치유하려는 자 vs 상처받은 자
이 영화에서 표면적인 주역은 새로 부임해 마샬대학교 미식축구팀의 수석 코치를 맡는 잭 린겔(매튜 맥커너히)과 보조 코치인 레드 도슨(매튜 폭스)이다. 둘은 이 영화의 다양한 캐릭터가 위치한 갈등을 대표한다. 잭 린겔은 일종의 치유자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라져버린 미식축구팀의 수석 코치를 맡은 린겔은 상처받은 사람들을 돕고 일상을 회복하려는 사람이다. 반면 우연한 동정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은 도슨은 죄책감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상처받은 자를 대표한다. 이 영화에는 이런 구도가 반복된다. 새롭게 구성된 팀에는 친구를 잃은 선수들과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갈등을 빚고 이사회에서는 팀을 재건하려는 총장(데이비드 스트래던)과 아들을 잃은 이사(이언 맥쉐인)가 갈등을 빚는다. <우리는 마샬…>이 여타의 스포츠 영화와 다른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영화에서 린겔과 총장 같은 이들은 어떻게든 미식축구팀을 다시 구성해서 게임을 해 일상을 복구하려고 한다. 그건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상처의 치유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그런 행동 자체를 불순하게 여기거나 불편해 한다. 그들은 갑자기 비워진 자리를 누군가가 채운다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일종의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영화에서 꿈 장면 따위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남은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의 그늘 아래에서 신음한다. 친구들이 돌아오면 파티를 하려고 맥주를 사다 놓은 청년은 좀처럼 그 맥주를 건드리지 않으며 남자 친구가 남기고 간 반지는 남아 있는 여자 친구의 영혼을 고통에 빠뜨린다. <우리는 마샬…>에는 그런 상실감이 잘 묻어 있다.
이 영화의 영웅이라고 할 잭 린겔이 이런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듬는 방식은 서서히 그들을 지켜봐 주고 기다리는 것이다. 스포츠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마샬…>은 박력 있는 박진감으로 가득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살아 남은 사람들의 절망감과 아픔을 담아내고 그들이 스스로 일어서는 과정을 뒤쫓는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게임의 시작’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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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린겔은 낙천성으로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아무것도 없는 미식축구팀을 빗대어 그는 '뭐든 처음은 있다고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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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여곡절 끝에 팀을 꾸린 린겔. 하지만 팀의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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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첫 경기의 패배 후 팀은 사분오열한다. 갑작스럽게 동료를 잃은 기존 선수들은 조급하고, 새로 합류한 선수들은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런 갈등은 이 영화의 여러 캐릭터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스포츠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다
여타 스포츠 영화처럼 <우리는 마샬…> 역시 기적 같은 승리로 결말이 난다. 하지만 내레이션은 당시의 사실을 솔직히 전해준다. 그 해의 마샬대학교 미식축구팀은 별 볼 일 없는 성적을 거두었고 나중에 코치는 팀을 떠난다. 하지만 이 담담한 내레이션의 사실 전달은 영화가 전하려는 주제 의식과 큰 상관은 없다. 스포츠 영화임에도 <우리는 마샬…>은 선수들의 고군분투나 육체성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똑같이 미식축구를 소재로 하는 올리버 스톤의 <애니 기븐 선데이>가 현란한 기법의 촬영술로 미식축구 자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있는 영화라면 <우리는 마샬…>은 경기 외의 것에 관심이 많은 영화다. 물론 이 영화의 미식축구 경기 장면은 스포츠 영화 특유의 충만한 에너지와 박력으로 그려 놓았다. 행진곡 풍의 드럼 비트 위에서 펼쳐지는 경기 장면은 미식축구 특유의 격렬함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결코 경기 장면이 아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산 스포츠 영화로는 드물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변화에 주목한다. 린겔은 시간이 상처를 치유하고 따뜻한 마음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음을 아는 지도자며 그런 린겔이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 이 영화에서 중시하는 장면이다. 원정 경기에서 참패를 기록하고 온 미식축구팀의 첫 홈 경기 장면에서 린겔이 그의 아이에게 ‘오늘이 무슨 날이지?’라고 물을 때 ‘게임 데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일상성을 회복하는 것이며 그것은 결코 승리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즉, 스포츠 영화라는 외피와 달리 <우리는 마샬…>은 승리의 기쁨을 찬양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보다 이 영화는 팀이 사라짐으로써 사람들이 받은 상실감과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물론 그 과정 역시 쉬운 것은 아니다.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쉽게 망가지고 쉽게 분노하며 고통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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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과거의 코칭 스태프 중 유일하게 생존한 도슨 코치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린겔 코치는 그런 그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켜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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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영화에서 새로 시작하는 미식축구팀에 가장 적대적인 폴 그리핀(이안 맥셰인) 역시 아들을 잃고 마음을 닫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 역시 현재의 삶을 바라보게 되고 괴로워하는 아들의 여자 친구 애니(케이트 마라)에게 자유를 부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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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분오열하는 팀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선수들의 무덤으로 모이게 한 린겔. 그는 팀이 과거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장례식은 끝이다'라고 말함으로써 '트라우마'의 종결을 선언한다. 팀은 다시 단합한다. |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반목을 거듭하며 악다구니를 부리던 모든 팀원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선수들의 무덤에 모여 추모 의식을 올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의 끄트머리에 린겔은 ‘장례식은 끝이다’라고 선언하는데, 이는 죽음의 그늘이 지배하던 ‘트라우마’을 벗어나고자 하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니 <우리는 마샬…>을 보려고 경기 규칙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단지 스포츠를 통해서도 상처받은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음을, 또 모두의 노력으로 깊은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되기 때문이다.
다소 경망스러워 보이던 <미녀삼총사> 시리즈를 연출했던 McG의 <우리는 마샬…>은 스포츠에 대한 미국인의 깊은 경외감을 꽤 감동적으로 연출한 영화다. 늘 촉망받았지만 기대를 채워주지는 못했던 매튜 맥커너히는 건들거리는 전형적인 양키 연기 위에 깊은 눈망울을 더해 외유내강의 인간인 속 깊은 린겔 코치로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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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첫 홈 경기. 신입생과 타종목 선수들이 주축인 마샬대학교 미식축구팀은 강팀을 맞아 선전을 펼친다. 감독은 종종 크레인 샷이나 극단적인 로우 앵글 등으로 경기의 박진감을 표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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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터치다운에 환호하는 마샬 대학교 미식축구팀의 팀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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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총장인 데드몬드(데이비드 스트레딘)는 미식축구팀의 부활에 가장 적극적인 협력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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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 영화는 승리 장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는 갑작스런 사고로 상처 입은 공동체와 사람들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다룬다. 경기가 끝나고 도슨은 감정을 터뜨리고 그제야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향해 걸어간다. |
그라운드의 시원함이 돋보이는 영상
197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본편의 영상은 부드럽고 온화해 보인다. 약간 색의 질감이 다르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최신작답게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영상을 선보인다. 특히 마샬대학 미식축구팀의 메인 컬러인 녹색이 영화 곳곳에 보여 편안한 느낌을 준다. 클로즈 업 장면에서는 배우의 피부톤까지 투명하게 보이는 만족스러운 해상도를 선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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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 장면의 박진감
스포츠
영화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마샬…> DVD의 음향은 그다지 강력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자체가 액션의 비중보다 드라마성이 강조되어 있는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3번에 걸쳐 보여주는 경기 장면만큼은 꽤 박력 있게 느껴지는데, 드럼 비트가 강조된 리듬 파트의 임팩트가 잘 표현된 배경 음악 위에 격렬한 미식축구 경기의 각종 음향 효과가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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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1의 스페셜 피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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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 2의 스페셜 피처 메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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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endary Coaches (36:57)
미국 대학 스포츠에서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코치들의 인터뷰를 담은 서플먼트다. 영화의 실제 모델인 잭 린겔을 비롯해 미식 축구, 야구, 여자 농구, 남자 농구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던 코치들의 지도관과 인생 역정 등을 담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에 비해서 선수 개개인에 대한 애정과, 운동이 아니라 삶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교육자 성향을 지녔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