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소마의 DVD 라이프
<빌리 엘리어트>와 <스윙걸즈>의 만남? 쇠락기에 접어든 탄광촌의 소녀들이 뜬금없이 훌라춤에 빠져든다? <훌라걸스>는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이야기 같다. 광부의 아들인 빌리가 발레에 빠져드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빌리 엘리어트> 그리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소녀들이 빅 밴드 재즈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스윙걸즈>의 두 이야기가 섞여 있는 듯한 <훌라걸스>는 언뜻 보기에는 안이한 기획 영화인 듯보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60년대 일본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 영화의 첫 장면. 빈곤한 탄광촌의 삶에 지친 소녀 사나에(도쿠나가 에리)는 훌라 댄서를 모집하는 종이 광고에 매혹된다. #2. 100년을 이어온 탄광 마을에는 대위기가 닥친다. 그 와중에 회사에서 제안한 화와이 스타일의 온천 휴양지는 허황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3. 엘리트 무용수인 마도카(마츠유키 야스코)는 화와이안 댄스를 가르치려고 북쪽의 시골 마을까지 오게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또 회색의 마을에 사는 마을 사람들과 달리 컬러풀한 의상을 입은 그녀는 매우 이질적인 존재기도 하다. 시대와 개인의 충돌 『Go』와 『플라이 대디 플라이』로 유명한 재일동포 3세대 작가인 가네시로 가즈키는 자신의 정체성을 '코리안 재패니즈'라고 규정한다. 일본에 살고 일본어를 사용하면서도 일본인이 아닌 재일동포는 철저히 마이너리티의 삶을 살아야 했다. 남한과 북한 역시 그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당연히 세월이 지나면서 재일동포 개개인은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가 중대한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훌라걸스>의 감독 이상일의 주요 관심사 역시 '시대와 개인의 충돌'이라고 할 만하다. 그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무라카미 류 원작의 <식스티 나인>은 '전공투'로 대변되는 일본 사회의 정치적 대 충돌기를 원작보다 더 조소한다. <식스티 나인>보다 한층 더 무거운 톤이지만 주류에서 떠밀려난 소외된 개인들의 투쟁을 그린 <스크랩 헤븐> 역시 이상일의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일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훌라걸스> 역시 이전까지 그가 만든 영화의 주제 의식을 계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석탄에서 석유로 주요 에너지가 전환되던 시점의 탄광촌 주민과 그들의 딸이다. 마이너리티에 속한 그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100년이나 유지되었던 탄광촌의 역사와 그들의 일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영화의 주인공인 기네코(아오이 유우)의 어머니 치요(후지 스미코)가 바로 이해할 수 없는 변화에 저항하는 인물을 대변한다. 시대는 개인의 노력 여하나 성실성과 상관없이 다른 삶을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훌라걸스>는 의도적으로 현실적인 삶의 무게를 배제한 <스윙걸즈>와는 그렇게 다른 길을 선택한다. #4. 학생과 선생으로 만났지만 소녀들과 마도카 선생의 관계는 서먹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연히 소녀들은 선생의 독무를 훔쳐보고 하와이안 댄스에 매혹된다. #5. 아이들이 훔쳐 보는 마도카 선생의 독무. 서플먼트의 인터뷰에서 아오이 유우는 마츠유키 야스코의 춤이 무척 뛰어나 자신이 독무를 추어야 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한다. #6. 기네코(아오이 유우)가 어머니와 싸우고 집을 나온 날이 되어서야 마도카 선생은 마음을 연다. 영화에서 마도카 선생과 소녀들은 일종의 모자 관계가 된다. 공동체의 성장 <훌라걸스>의 전체적인 플롯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하지만 무척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도 <훌라걸스>는 감동적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심적인 관계는 물론 하와이안 댄스를 가르치려고 온 마도카 선생(마츠유키 야스코)과 훌라걸스의 관계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마도카 선생이 단순히 조력자의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의 첫 등장 장면에서 마도카는 패배자의 기운을 가득 담고 있다. 그는 첫 번째 등장에서 술에 취해 구토를 하고 학생들 앞에서 비틀거리는 추태를 벌인다. 영화 속에서 그는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며 힘겹게 삶을 살아가는 패배자로 묘사된다. 자포자기한 마도카 선생의 변화는 기네코가 그의 어머니로부터 추방된 순간부터 시작된다. 마도카 선생은 그제야 아이들을 바라보고 기네코와 친구인 사나에(도쿠나가 에리)에게 춤을 가르친다. 이 장면에서 마도카는 장차 기네코가 주축이 될 '훌라걸스'의 어머니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마도카는 결국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면서 성장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훌라걸스의 매니저인 요시모토(키시베 이토쿠)가 "선생, 많이 성장하셨군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마도카 선생의 영화 속 성장에 대한 확실한 증명인 셈이다. 이 영화에서는 꽤 많은 캐릭터가 성장한다. 엉성한 춤 솜씨를 선보이던 ‘훌라걸스'의 무용 실력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지만 이 영화 속 어른들 역시 성장한다. 기네코의 오빠인 요지로(토요카와 에츠시)와 어머니 치요는 시대의 변화와 소녀들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부모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7. 마음을 연 마도카 선생은 아이들에게 토슈즈를 선물한다. #8. 순조로워 보이던 훌라걸스의 행보는 탄광촌의 변화에 위협받는다. 소녀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부모, 형제가 생계를 이어가는 탄광의 운명에 영향받는다. #9. 기네코의 오빠 요지로(토요카와 에츠시)는 일종의 관찰자이자 중도적인 인물이다. 또 그는 변화하는 탄광의 현실 대신 새로운 미래를 수긍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연대, 기적을 만들다 오즈 야스지로 이래 일본 영화는 오랜 서민극의 전통을 이어 왔다. 보통 사람들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특별한 기적의 이야기는 일본 영화의 주요한 특징이다. <훌라걸스> 역시 그렇다. 이 영화는 무척이나 익숙한 성공담처럼 보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묘사는 섬세하고 정겹다. 마을 공동체의 오해를 받아 마도카 선생이 기차에 올라탔을 때 소녀들이 훌라 댄스의 손짓으로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의 감동은 그간 서로 성장하면서 감정을 키워나가던 과정이 있었기에 극대화된다. 주목할 점은 <훌라걸스>의 플롯이 '훌라걸스'의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한 부분은 탄광촌의 어른들 모습에 할애되어 있으며 어른들의 이야기와 소녀들의 이야기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공동체의 성공적인 신화로 완성된다. 그로 인해<훌라걸스>는 단순한 청춘물을 넘어선다. 이 영화는 결국 어머니와 딸의 관계, 더 나아가 여성들의 연대를 이야기한다. 생래적으로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여성들은 세상의 변화에 남성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바캷 이 영화의 '훌라걸스'가 그렇다. 동생 기네코에게 사케 한 잔을 따라 주며 '여자는 강하다니까'를 되뇌는 오빠 요지로의 대사는 이 영화의 여성과 어머니에 대한 태도를 단번에 드러낸다. 물론 <훌라걸스>를 흥겨운 대중 영화로 만드는 데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서투른 레슨 과정에서 꽤 화려한 군무를 펼쳐 보이는 클라이맥스 부분의 공연까지 영화 곳곳에 배치된 흥겨운 하와이안 댄스의 즐거움이다. 평범한 얼굴의 소녀들이 전력으로 매진한 결과물의 화려함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스윙걸즈>의 소녀들이 영화 제작 과정과 함께 악기를 배워나간 것처럼 <훌라걸스>의 소녀들 역시 크랭크인 4개월 전부터 하와이안 댄스와 폴리네시안 댄스를 배웠다고 한다. ★★★☆ #10. 늘 밝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아오이 유우는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많이 웃지 않는다. <훌라걸스>는 겉으로 보이는 영화의 이미지보다는 삶의 무게를 꽤 담고 있는 영화다. #11. 우여곡절 끝에 홍보 공연을 다니게 된 훌라걸스의 첫 공연. 하지만 첫 공연은 보기 좋게 실패한다. #12. 점차 세련되고 완숙된 공연을 선보이는 훌라걸스의 공연 모습은 경쾌하게 표현된다. #13. 탄광 공동체의 오해로 마을을 떠나고자 기차를 탄 마도카 선생에게 하와이안 댄스의 손짓으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아이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다. 60년대 탄광촌의 분위기 재현에 충실한 영상 일본 영화 DVD 영상은 늘 국내 DVD 팬들의 불만을 자아내고는 했다. 좋게 말해서 필름 같고 나쁘게 말하면 색이 좀 죽은 느낌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2006년작인 <훌라걸스> DVD도 그다지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다만, 이 영화가 회색이 주요색인 60년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의 다소 채도가 낮은 색감과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훌라걸스의 공연 장면에서 밝은 색을 사용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채도가 낮게 표현된 탄광촌 마을 장면과 대비를 이루면서 좀 더 화사한 느낌을 주며 인물 개개인의 디테일한 묘사는 꽤 우수한 편이다. ★★★☆
남태평양 음악의 세계로… <훌라걸스>는 하와이와 남태평양 섬의 민속춤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당연하게도 남태평양 음악이 중요한 영화로 일본계 화와이 뮤지션인 제이크 시마부크로가 음악을 맡았다. DTS와 돌비 디지털 포맷을 모두 지원하는 DVD의 음향 표현력은 강렬함보다는 음악적 특성이 강조된 느낌으로, 적절한 효과 음향이 곳곳에 잘 배치되어 있으며 부드러운 남태평양 음악의 재생력이 뛰어난 편이다. ★★★☆
■ 음성
해설
무려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는 <훌라걸스> DVD는 상당한 양의 서플먼트를 포함하고 있다. 일단 첫 번째 디스크에는 음성 해설과 예고편 모음, 텍스트 자료인 캐스트
프로필과 스태프 프로필, 영화 입상일지가 포함되어 있다.
음성 해설에는 이상일 감독과 아오이 유우가 참여하지 않은 것이 아쉬운데 여배우 세 명이 음성 해설을 이끌어나간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난카이 캔디즈'라는 일본의 만담 커플 중 한 명으로 유명한 시즈짱은 영화 속에서 덩치가 큰 순둥이 캐릭터 사유리를 연기하였는데 음성 해설에서도 특유의 느릿한 유머를 구사하며 음성 해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전반적인 음성 해설의 내용은 깊이보다는 개인적인 소회에 가까운 내용으로 가볍게 들어볼 만한 내용.
그 외 첫 번째 디스크에 담긴 스페셜 피처는 출연진과 스태프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충실하게 담겨 있는 프로필 메뉴, 일본의 많은 영화상을 휩쓸었던 영화의 수상 경력이 담겨 있다. 예고편에는 본편에서는 볼 수 없는 사유리의 섹시한(?) 댄스가 담겨 있기도 하다.
|
| ||
■ 훌라걸스 메이킹 (36:32)
2번째 디스크에는 비교적 긴 분량의 메이킹 필름이 4개로 구성되어 있다. '훌라걸스 메이킹'은 영화 촬영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따라가도록 구성된 메뉴로 주역인 마츠유키 야스코와 아오이 유우의 인터뷰를 들어볼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주요 캐스트가 훌라 댄스를 소화해야 촬영이 가능한 영화였기에 출연진은 훌라 댄스 수행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했는데 배우들이 춤 때문에 느꼈을 압박감이 잘 다가온다.
■ 시즈짱, 훌라걸을 만나다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현지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만담 콤비 '난카이 캔디즈'의 여성 멤버 시즈짱의 영화 촬영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메뉴. 큰 덩치만큼 춤 실력이 절반밖에 되지 않아 고군분투하는 시즈짱의 모습을 통해 영화 촬영 과정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 ||
■ 훌라걸스 다큐멘터리
크랭크인 이전부터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훌라걸스의 연습 과정과 공연 과정을 다룬 메뉴다. 마도카 선생의 실제 모델인 하야카와 선생의 지도를 받아 단기간에 꽤 레벨을 높인 훌라걸스의 여러 모습을 담고 있다. 이들은 2달 여간의 합숙 과정을 거치며 상호 경쟁과 협력을 통해 기대 이상의 댄스 실력을 향상시켰고 이 다큐멘터리는 그 연대의 과정을 따뜻하게 묘사하고 있다.
| ||
■ 훌라걸스 프로모션 (21:19)
영화가 완성된 후의 프로모션 과정을 담은 메뉴. 시사회의 무대 인사부터 영화 홍보를 위해 개최된 공연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시사회를 찾은 관객층의 다양함이 인상적이다.
|
| ||
■ 전설의 훌라걸스 (22:26)
영화의 실제 모델을 만나볼 수 있는 메뉴다. 영화는 좀 더 극적인 이야기로 재구성되었지만 탄광촌 마을이 하와이안 스파 리조트로 변신하게 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영화는 40여 년 전 당시 주인공들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훌라걸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메뉴로 개장 당시의 비디오 자료까지 삽입되어 있어 실화를 궁금하게 여길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다.
■ 프리미엄 무비: 사유리의 사랑 (04:06)
본편에서는 잘려나간 사유리의 짝사랑을 담고 있다. 짧지만 코믹한 사랑 고백의 실패담.
| ||
■ 삭제 장면
세 부분의 삭제 장면이 담겨 있다. 주로 기네코의 오빠인 요지로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데,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장면이라 흥미롭다.
■ 훌라걸스의 무대 소개
영화의 주요 촬영지를 소개하는 메뉴. 모두 8곳의 촬영 장소를 1, 2분 정도의 분량으로 담고 있다. 더불어 영화 속 캐릭터인 하츠코가 추천하는 영화의 무대 이와키시의 관광 코스 소개와 훌라걸스의 모태가 된 스파 리조트 하와이언스에 대한 소개까지 담겨 있다.
■ 타히티안 멀티앵글
DVD의 주요 기능으로 소개된 바 있으나 최근 DVD에는 보기 어려운 멀티 앵글도 DVD의 서플먼트에 포함되어 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공연되는 타히티안 댄스 장면을 멀티 앵글 기능을 이용해 다양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 ||
■ 걸스도감
영화의 주역을 제외한 훌라걸스의 프로필과 인터뷰를 담고 있다. 1, 2분 분량에 불과하지만 멤버 전원의 인터뷰를 통해 촬영 과정의 어려움과 영화에서는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캐릭터에 대한 비교적 세세한 캐릭터 설정과 신인급 배우들이 느낀 영화 촬영 과정의 애환을 느껴볼 수 있다.
일본인 특유의 세세한 서플먼트
무려 3장으로 분산되어 수록된 <훌라걸스> DVD의 서플먼트는 양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인간적인 향취를 가득 담고 있다. 특히 세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서플먼트는 일본산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한 세세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