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
‘작년보단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2007년을 만들어야지’라며 다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8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꽤 진지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낸 것 같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일이나 공부보단 노는 데 좀 더 열심이었고 진지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5개월은 한 장의 일러스트에 좀 더 많은 감성과 테마를 담을 수 있도록 공부하고, 부족했던 운동량을 채우고자 수영도 열심히 하며, 준비 중인 책을 위해 유럽도 한 번 갔다 와야겠다면 완벽한 거짓말이고 가벼운 엉덩이에 무게를 두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만큼이라도 늘려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요즘 같이 책상 위에 고이 모셔놨던 레이밴 선글라스와 농 안에서 숙면을 취하던 반바지를 즐기는 8월이 되면 주위에선 “하하하 드디어 휴가로군!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라며 흥분해서는 휴가계획 잡느라 정신없지만, 저로선 조금만 행동량을 늘려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이런 더위에 움직이는 걸 질색하는지라 ‘아아 이 더위에 어딜 나가 그냥 가만히 집에서 꼼짝 말고 일이나 해야지’ 하곤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만큼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하며 여름을 조용히 보내곤 하는데요, 이렇게 남들 휴가 다니느라 바쁠 때는 ‘그곳에 가보지 않아도 그곳을 느낄 수 있는’ 테마의 여행서로 휴가를 대신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몇 년 전쯤 좋은 여행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로는 유행 따라 휘청대는 대중음악처럼 출판사들의 엄청난 물량공세에 ‘도대체 뭐가 재밌는 걸까?’라며 열심히 찾아보다가도 ‘어휴 너무 많아 너무 많아 그냥 있는 걸 또 보고 말겠어!’라며 책장에 있는 『SNOWCAT in PARIS』를 꺼내보곤 합니다. 90년대 초중반 모뎀 접속소리로 저녁을 시작하고 파란 화면의 PC통신 하이텔과 나우누리에 빠져 엄청난 전화요금에 휘청대던 시기를 지나 전용선과 함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여러 가지의 재밌는 컨텐츠가 유행했는데요, 그중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중 하나가 개인이 연재하는 카툰과 플래시 애니메이션이었죠. 당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여러 가지 캐릭터가 상품화되고 그러면서 찾아오는 여유 때문인지 바람에 날아간 방패연처럼 사라져버린 캐릭터와 카툰이 많았는데요, 아직도 꾸준히 활동하며 발군의 센스를 보여주는 권윤주 님의 ‘스노우캣’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툰 중 하나입니다. 2000년 초반 파리를 여행하며 만든 『SNOWCAT in PARIS』는 권윤주 님의 시니컬하고 위트 넘치는 대사와 예쁘고 운치 있는 그림 덕분에 다 읽고 나면 파리의 공기와 커피 맛이 느껴지는 듯 향기롭고, 파리행 비행기에서 내리면 좋은 카페는 알아서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생생하며, 팻 매스니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 같은 생동감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시원한 카푸치노 한 잔과 『SNOWCAT in PARIS』 한 권이면 가장 여유 있고 시원하며 가슴 따뜻한 1일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멕시코의 열기가 느껴지는 태양과 젊은 기운이 넘쳐흐르는 여성분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바다로 향하는 선택이 훨씬 탁월하지만 말이에요. 음… 상상만으로도 당장 짐 싸서 동해로 출발하고 싶지만, 문밖에 나가는 순간 ‘아우 더워! 집이 최고야!’라며 돌아올 게 분명하기에 마감이나 열심히 해야겠어요. (사실 올해는 10년 만에 ‘휴가’라는 걸 다녀오기도 했고요. 콜록콜록.) | ||
<권윤주> 글,그림11,700원(10% + 5%)
스노우캣의 파리 여행기. 카페, 박물관, 서점, 공원, 거리, 프로방스 여행, 키스 자렛, 팻 메스니의 공연 등 저자가 2003년 1월 말부터 5월 말까지 4개월간 파리에서 체류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특유의 화법으로 감각적으로 풀어낸 일러스트레이션 에세이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