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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지 않는다는 것』 두 번째 이야기

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오늘도 어제에 이어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의 중년일기 ‘철들지 않는다는 것’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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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종업원들에게 봉급을 많이 줄수록 회사의 이익은 더 커진다”

얼마전,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런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임금 삭감이나 인원 감축으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존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이 보고서의 결론은.. “근로자들에게 투자하는 기업에서 더 힘 있는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장지속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특징과 전망’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1인당 봉급이 많을수록 기업들이 얻는 수익이 높다는 명쾌한 증거들을 나열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쉽게도.. 골드만삭스가 이 기준에 해당한다고 분류한 기업의 목록에 우리기업은.. 단 한 곳만이 포함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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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오늘도 어제에 이어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의 중년일기.. ‘철들지 않는다는 것’ 읽어봅니다.

낭독)신윤주

롯데호텔에서 일하는 룸메이드 아주머니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교육을 받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교육장소가 ‘원구단 공원’이라고 했다. 마땅한 교육장소를 구하지 못해 그곳에 모여 교육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결국 비로 인해 교육장소는 시청 앞 지하도로 옮겨졌다. 교육장소에 도착하니 아주머니 6-70명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사람들이 오가고 간간이 비가 들이치기도 하는 지하도 계단에 앉아있는 비정규직 아줌마 노동자들 앞에 서서 한시간 반동안 떠들었다.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호텔에 방 한칸을 구하지 못해, 자기가 일하는 호텔 바로 안 지하도 계단에 모여서 교육을 받아야 하다니, 우리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 한눈에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다가 나는 또 목이 잠겼다.

교육을 마치고 우산을 받으며 길을 건너다 보니 바로 앞이 ‘국가인권위원회’건물이다. 이 비정규직 아주머니 노동자 들이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마지막에 찾아갈 곳이 바로 그곳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마지막에 찾아갈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르는 장소에서 비정규직 아줌마 노동자들은 자신 들의 권리를 찾는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비 내리는 시청 앞 광장을 건넜다.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자본제 사회에서 사람들은 흔히 노동자에게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수단이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노동운동가 하종강은 기업이 높은 임금을 줌으로써 오히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기업상을 제안합니다.

INT)하종강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노동자의 인건비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노동방식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했거든요. 우리 경제가 올바르게 발전할 수 없고, 선진경제화 할 수 없습 니다.

노동자들에게 최고의 인건비를 지불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 하면서 경쟁력을 가지는 이러한 기업들이 우리 사회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노동자의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들이 정책에 좀 반영이 돼야겠죠.

이건 별로 진보적인 경제학이 아니라.. 영미식 시장주의에 입각한 시각인데요.. 노동비용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계속 유지 하게 해 주면.. 말하면 기업들이 삼성처럼 전환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지만 상당히 국익에 보탬이 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삼성의 인건비가 결코 낮은 것이 아니거든요, 지금.. 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비교적 높은 인건비를 지불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꾸 변화시켜야 우리 기업이 유익해집니다.

낭독)신윤주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지 3개월이 지났다. 한달 정도는 집에서 거의 누워지냈다. 아내의 표현대로 ‘20년만의 휴식’이었다지만, 고역이었다. 어느날, 그렇게 누워서 맥없이 천장을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아, 내가 4년이나 살았던 이 방의 벽지가 저런 꽃 무늬였구나...’ 찬찬히 뜯어볼수록 벽지의 꽃 무늬는 낯설었다.

한 식구가 모두 한 방에서 지내야 했던 어린시절, 그 작은 방 벽의 사방 연속 무늬는 수십년이 넘도록 기억 하고 있으면서, 왜 이 방의 벽지는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왔다니,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동안 느끼지 못한 다른 많은 소중한 것들은 또 얼마나 될까. 살고 계신 방 벽지 무늬는 알고 계시는지......

노동운동가로서, 앞만 보고 달려온 30년의 세월동안 밤늦게 집에 들어가거나 새벽까지 일해야만 옳은 줄 알았던 그에게.. 세상은 이제, 부채감으로 일하지 말라 합니다. 하지만, 그는 부채감을 넘어서는, 커다란 보람이 노동운동의 동력이라고 말합니다.

INT)하종강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하고 같이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연말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손가락이 몇 개 안 남은 노동자가 자기가 백화점에서 직접 골랐다고 하면서 그 손으로 목도리를 제 목에 감아준 적이 있었는데.. 그런 순간 상당히 행복했구요..

그리고.. 쓰레기 더미에 푹 파묻혀서 한달넘게 파업하고 있는 환경미화원들이 저를 불러서 갔는데.. 목이 쉬도록 한 두시간쯤 떠들었더니.. 어떤 환경미화원이 저에게 오셔서.. 노동자로 살아 가는 게.. 부끄럽지 않게 느껴졌다.. 그렇게 말할 때.. 참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청년 노동운동가에서 어느새 중년이 돼버린 하종강은 ‘그 시절’을 완전히 잊어버리지 못한 채, 여전히 철들지 않은 채로 아직 많은 노동자들이 걸어가는.. 그 ‘길’ 위에 서 있습니다.

낭독) 하종강

“조금씩 자주 아픈 것이, 오래 묵혔다가 한꺼번에 아픈 것보다 훨씬 견디기 쉽습니다. 오래 묵혔던 아픔을 한꺼번에 끄집어내면, 그동안 잊을 수 있었던 작은 고통들을 모두 더한 것보다 그 크기가 훨씬 더 커집니다. 자주 아파해야.. 면역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바르게 살기’ 위해 작은 이익부터 포기하는 경험이 쌓여야 나중에 ‘큰 일’을 위한 ‘큰 희생’ 도 가능해집니다...”

노동운동 하는 강한 사람, 하지만, 큰 목소리로 우리의 무관심을, 게으름을 질타하기 보다 낮은 목소리로 우리를 일깨우는 노동운동가 하종강의 메시집니다.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 KBS 홈페이지 kbs.co.kr과 온북티브이 홈페이지 onbooktv.co.kr을 통해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주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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