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과 포드가 경쟁적으로 르노-닛산에 구애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는 기업 간 경쟁에서 한발 나아간 네트워크 간 경쟁체제 도래라는 점에서 큰 시사점을 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는 양대 자동차 회사가 닛산을 죽음에서 부활시킨, 카를로스 곤의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더십의 본질은 성과 창출에 있다. 카를로스 곤은 2조 엔이 넘는 부채, 대규모 적자, 최저 수준 가동률, 대기업병과 관료주의가 만연한, 파산 직전의 ‘병든 공룡’ 닛산자동차에 사장으로 취임하여 단 1년 만에 사상 최대 흑자로 탈바꿈시키는 기적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그는 2000년 말 타임지와 CNN이 공동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로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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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혁신의 리더로서 곤은 우리에게 두 가지 가르침을 준다.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도적 위기의식 조성과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성과를 창출해내는 철저한 실행력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싫어하기에, 변화하지 않으면 바로 죽게 된다는 위기를 피부로 느껴야만 비로소 변화에 동참한다. 따라서 변화 혁신의 첫 단계는 위기의식의 공유에 있다. 닛산 역시, 회사가 가라앉으면서도 위기의식이 메말라 있었다. 중환자실에 누운 닛산을 수술하면서 그가 제일 처음 투여한 약은 강력한 위기의식 조성이었다. 곤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닛산은 침몰하는 배다. 우리는 불타는 갑판 위에 있다. 살기 위한 선택은 단 하나, 바다에 뛰어드는 것뿐이다.”라고 외치면서 모두가 위기를 현실로 체감케 했다. 그는 “위기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종업원이 둔감해져 수익성 있는 회사를 만들 수 없다. 위기감을 체계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기업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라고 위기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카를로스 곤의 리더십은 강력한 실행력으로 꽃 피운다. 곤은 “실행이 곧 전부다. 이것이 나의 지론이다. 아이디어는 과제 극복의 5%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디어의 좋고 나쁨은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라고 말한다. 그는 실행이야말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라는 신념하에, 한번 결정한 것은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철저하게 실천했다.
취임 직후 2002년 말까지 부채를 7천억 엔으로 삭감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닛산 리바이벌 플랜(Nissan Revival Plan)’을 제시하면서, 이 공약을 어기면 전체 임원과 함께 닛산을 떠나겠다는 충격 선언을 했다. 이후 특유의 추진력으로 속도감 있게 닛산에 대한 대수술을 감행했다. 4,200억 엔의 자산(85%) 매각, 2년간 21,000명의 인원 감축, 20개 판매 회사 사장 교체, 5개 공장 폐쇄, 20% 구매 비용 삭감 등 처음 약속한 바를 하나도 빠짐없이 충실하게 이행했다. 이 같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공격적인 신차 투입 등으로 닛산은 2000년 56억 달러 적자에서 2001년에는 3,720억 엔 흑자로 돌아섰으며, 1조 4,000억 엔에 달하던 악성 부채를 모두 변제했다.
분초를 다투는 위기상황에서 단순명쾌한, 그러나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여 긴장감을 연출하고,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면서 공언했던 계획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여 조기에 목표를 초과 달성함으로써, 저항하던 조직 구성원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변화 혁신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포춘(Fortune)이 “오늘날 경영자의 95%가 옳은 말을 하고 5%만이 그 말을 실행에 옮긴다.”라고 실행력 부족을 꼬집는 것을 볼 때, 곤의 실행력은 실로 놀랄 만하다.
“경영은 변혁, 즉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한 자리에 머무는 것은 경영이 아니다”라고 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카를로스 곤이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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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 카를로스 곤 자서전
카를로스 곤 저/오정환 역 | 이레 | 원제 RENAISSANCE by Carlos Ghosn | 2002년 09월
도산 직전의 일본 닛산자동차를 1년이라는 최단 기간에 일반 회생의 수준이 아닌, 흑자 기업으로 되살려 놓은 구조조정 전문 경영인 카를로스 곤의 자서전.
기적을 만든 카를로스 곤의 파워 리더십
이타가키 에켄 저/강선중 역 | 더난출판사 | 2002년 08월
이 책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을 변화시키고 목표를 달성하는 파워 리더로서의 카를로스 곤을 다루고 있다. 그의 냉철한 경영 철학,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기존 관행의 파괴, 거침없는 추진력 등을 통해 진정한 리더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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