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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 한 알』로 만나보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

책 읽는 사람들이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좁쌀 한 알’입니다. 아니 책 읽는 사람들을 통해 만나볼 분이 무위당 장일순 선생인데요, 무위당이 어떤 분인지 이 책을 엮은 최성현씨를 만나서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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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자가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어째서 '조 한 알'이란 가벼운 호를 쓰십니까?"

그 말을 들은 장일순은 너털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나도 인간이라 누가 뭐라 추어주면 어깨가 으쓱할 때가 있어. 그럴 때 내 마음 지그시 눌러주는 화두 같은 거야. 세상에서 제일 하잘것없는 게 좁쌀 아닌가. '내가 조 한 알이다' 하면서 내 마음을 추스르는 거지."

안녕하세요,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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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
모두 읽어요 / 날마다 읽어요 /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 그냥 읽기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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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들이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좁쌀 한 알’입니다. 아니 책 읽는 사람들을 통해 만나볼 분이 무위당 장일순 선생인데요, 무위당이 어떤 분인지 이 책을 엮은 최성현씨를 만나서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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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인터뷰

제가 당시 댁에를 자주 갔어요. 여러 차례. 또 혼자도 안 가고 여럿이 같이 갈 때도 많았고 그랬는데, 뭐,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신 일이 없어요. 늘 환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반겨주시는 그런 모습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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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낭독

작은 것이 아름답다.

하루는 장일순이 책 한 권을 들고 이형만을 찾아왔다.
슈마허의《작은 것이 아름답다》였다.
“한번 읽어보게. 내 일주일 뒤에 다시 들림세.”
이형만은 그때까지 책 읽는 재미를 몰랐다.
읽어도 책 내용이 좀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주일 뒤에 정말 장일순이 찾아왔다.
“찾아와 물으시는 거라. 그러니 안 읽을 재간이 있어요?”
장일순은 좋은 책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사서 주거나
그 가운데 한 대목을 얘기해 주며 사서 읽기를 권했다.
그리고 일주일이나 열흘쯤 뒤에 가서 이야기 속에
그 책 내용을 섞어넣는 방식으로 대화를 풀어갔다.
어벙하게 앉아 있으면 아직 책조차 안 산 것을 알고
책방에 데리고 가서 손수 책을 사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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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교육자이며 서예가입니다. 원주를 지키면서 70년대 지학순 주교와 함께 반독재투쟁을 한 재야운동가이기도 하죠.

이렇게 설명은 해보지만 사실 이렇다 할 직함 하나 없는 초라한 분이면서 그 크고 넓기가 헤아릴 수 없는 분이 바로 무위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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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주 낭독)

-밑으로 기어라.

장 선생님을 생각할 때는 언제나
맨 먼저 떠오르는 말씀 한마디가 있다.
‘밑으로 기어라!’
이 말씀이다.
우리가 수십 년에 걸쳐 그토록 외쳐왔던
민중민족론의 핵심이 한 마디로
‘밑으로 기어라!’가 아닐까?
우리네 같은 지식층이 그야말로
민중과 민족 아래 바짝 엎드려
밑으로 밑으로 기지 않는다면
우리의 그 외침이나 주장 자체가
전혀 실현될 수 없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바로 그 이치가 아니겠는가!
핵심을 찌르는 정확한 지침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매 선생님의 그 유명한 암묵적인 가르침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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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인터뷰

(선생은) 말하자면 사람을 쫓아가는 여행가 같은 분이었는데, 곳곳에서 “야, 이렇게도 살 수가 있구나! 참 놀랍다!” 이런 감동으로... 가슴 뜨겁고 벅찬 그런 순간이 아주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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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살다간 예수’라고까지 불리는 장일순 선생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씨가 단 한 번을 보고 홀딱 반했다는 사람, 유홍준 교수가 어디를 가든 함께 가고 싶다고 한 사람, 김지하, 김민기, 이철수씨가 아버지이고 스승이라고 한 사람, 이렇게 해도 장일순은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앞에 이야기한 장일순 선생의 호에 대한 이야기 한번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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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주 낭독

-조 한 알

어늘 잡지사 기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어째서 ‘조 한 알’이라는 그런 가벼운 호를 쓰십니까?”
장일순이 그 말을 듣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인간이라 누가 뭐라 추어주면 어깨가 으쓱할 때가 있어.
그럴 때 내 마음 지그시 눌러주는 화두 같은 거야.
세상에서 제일 하잘것없는 게 좁쌀 아닌가.
‘내가 조 한 알이다.’ 하면서 내 마음을 추스르는 거지.“
장일순은 호가 여러 개였다.
호암 湖岩, 일초 一草, 이암 荑庵,
한도인 閑道人, 청감 淸江, 일충 일충一虫,
무위당 無爲堂, 모월산인 母月山人,
일속자 一粟子 혹은 조한알,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썼던 것은
청강과 무위당과 일속자였다.
나머지는 잠깐 쓰다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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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인터뷰

원주에 조미료를 안 쓴다는 식당이 있어서 거길 갔는데, 그 식당에 눈에 띄는 서예 한 폭이 걸려 있더라구요. 그 내용이 ‘우리가 평생 배워야 하는 것이 밥 한 그릇을 아는 이만 못하다.’ 이런 글이더라구요.

그게 그 당시에 저에게는 아주 가슴에 와 닿아서... 옆에 보니까 ‘해월의 말을 장일순이 풀어쓰다’ 이렇게 되어 있더라구요. 그때 ‘이 분이 보통 분이 아니구나’ 하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언젠가는 한 번 뵈리라 그렇게 생각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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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22일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13주기가 됩니다. 당대의 큰 어른인 장일순 선생의 일화집이 서거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나오게 된 건, ‘내 이름으로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선생의 유언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은 저희 KBS 홈페이지 kbs.co.kr과 온북티브이 홈페이지 onbooktv.co.kr을 통해 보이는 라디오로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주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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