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두 번째 이야기

고전을 읽으면, 일단 시공간이 전혀 다른 매트릭스에 들어가는 것과 같거든요. 그렇게 되면 삶을 굉장히 큰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고, 눈앞에 있는 걸 좇아가다가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이런 무모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요.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안녕하세요,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줍니다.

개미가 두 눈을 부릅뜨고도
코끼리를 보지 못하는 것은 어인 일인가?

보이는 바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코끼리가 한 눈을 찡긋 하고 봐도
개미를 보지 못하니

이는 보이는 바가 너무 가까운 탓이다

연암집에 나오는 글인데요
열하일기에서는 '차이를 사유하라'에 실려 있습니다

다양한 시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즉 '똘레랑스'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

LOGO)
모두 읽어요 / 날마다 읽어요 /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 그냥 읽기만 해요

----------------------------------------

이 프로그램은 책을 가장 빠르고 싸게 사는 방법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함께 합니다.

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오늘도 어제에 이어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를 읽어드릴게요.

『열하일기』 속에는 우리가 잘 아는 『허생전』이나
『호질』 같은 소설이 들어가 있는가 하면
광활한 중국여행기가 들어있는 문명비평서라고 할 수 있어요,

10년째 열하일기를 읽어온 고미숙 씨는
『열하일기』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

INT)고미숙
『열하일기』는 연암의 인생의 노하우와 삶의 지혜,
이런 것들이 완전히 총체적으로 드러난 텍스트고,

일단 배경 자체도 시공간이 굉장히 넓습니다
그 텍스트랑 만나게 되면,

평생의 든든한 백이나 친구를 가진 것 같은
풍요로움을 맛보게 됩니다

-------------------------------------------

낭독)고미숙

내 이제야 도를 알았도다!
명심(깊고 지극한 마음)이 있는 사람은
귀와 눈이 마음의 누가 되지 않고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잗달아져서 갈수록 병이 된다
지금 내 마부가 말에 밟혀서
뒷 수레에 실려 온다

그래서 결국 말의 재갈을 풀어 주고
강물에 떠서 무릎을 구부려
안장 위에 발을 올리곤 옹송그리고 앉았다
한번 떨어지면 강물이다
그땐 물을 땅이라 생각하고
물을 옷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몸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마음이라 생각하리라
그렇게 한번 떨어질 각오를 하자
마침내 내 귀에는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릇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넜건만
아무 근심 없이 궤석(안석과 돗자리)에서
앉았다 누웠다 하며 생활하는 것 같았다

------------------------------------------

자기가 태어난 마을을
한번도 떠나보지도 못하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었던
18세기 중국을 여행하는 일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일입니다.
요즘은 학창시절에 어지간한 나라는
다 가본 학생들도 많은데요,
그래도 그 때나 지금이나
여행의 의미가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낭독)신윤주

이 여행이 시작되는 즈음, 연암은
압록강을 건너며 물었다.
“그대, 길을 아는가?”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길이란 바로 저 강과 언덕 사이에 있다.”고
이제 여행의 마지막 장에서
연암의 질문은 이렇게 바뀌었다
“그대, 길을 잃었는가?”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길은 사이에 있다’와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이 둘은 같은 말인가, 다른 말인가?
같은 말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말일 수도 있다.
물론 두 가지 다 ‘눈을 믿지 말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걸
말한다는 점에선 상통한다.

-------------------------------------------

INT)고미숙

여행을 가서 내 삶이 바뀌었다, 이럴 때는
그곳에 가서 어떤 새로운 '관계'가 구성됐을 때거든요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 거기에 있는 자연과
'접속'을 해야 되거든요

접속을 하려면 내 신체가 전혀 다른 관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려야 되거든요

----------------------------------------------

낭독)신윤주

이제 연암의 여행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열하에서의 시간도 곧 끝날 것이다

그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그리고 그를 따라나선
우리들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대체 누가 그걸 알 수 있으랴
다만, 분명한 건 연암도 우리도
무릇 '길 위의 존재'라는 점이다

길 위에서 나고 길을 걷다 길 위에서
삶을 마감하는 존재
하여, 여행은 곧 끝나겠지만,

그때부터 연암은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할 것이다
삶이 길이고, 길이 곧 삶이 되는 여행을

'길이 끝나자 여행은 시작되었다!'고
할 때의 그런 여행을

그렇다면, 그와 함께 먼 길을 동행한 우리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

-------------------------------------------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는 지금
봄꽃이 활짝핀 남산 아래 둥지를 튼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동의보감』을 읽고 있습니다.
연암에 이어 허준과 우정을 나누는 셈인데요,
복잡한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
고전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INT)고미숙

고전을 읽으면, 일단 시공간이 전혀 다른
매트릭스에 들어가는 것과 같거든요

그렇게 되면 삶을 굉장히 큰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고,
눈앞에 있는 걸 좇아가다가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이런 무모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요

---------------------------------------

이 책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지식을 배우는 건 우정을 나누는 일이다.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우리에게 그 친구는 바로 책이 아닐까요.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은 저희 KBS 홈페이지 kbs.co.kr과
온북티브이 홈페이지 onbooktv.co.kr을 통해
보이는 라디오로 언제든지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주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