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에 전제덕 콘서트에 갔다. 연주야 두말없고 전제덕 씨의 보컬(스캣)까지 감상할 수 있었던 감동의 무대였다.
화이트데이에 전제덕 콘서트에 갔다. 연주야 두말없고 전제덕 씨의 보컬(스캣)까지 감상할 수 있었던 감동의 무대였다. 특히 초대 손님으로 바비 킴이 나왔는데 ‘Two Stories’에서 보여준 스캣은 정말 라이브 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멋진 모습이었다.
그렇다, ‘스캣(scat)’ 얘기를 하고 싶었다. 스캣은 이처럼 재즈에서 가사 대신 아무 뜻 없이 흥얼거리는 창법을 말한다. ‘스와르뚜뚜 뜨빠빠빠 뜨리따따콰…’ 이런 후렴 있잖은가. 그런데 그 ‘스캣’을 뮤지컬 무대 위에 올린 작품이 있다. 바로 올해 가장 주목받는 창작 뮤지컬 가운데 하나인 <컨츄리보이 스캣>이다.
자유로움의 극치, 뮤지컬 <컨츄리보이 스캣>
“저희 작품에서 ‘스캣’은 ‘마음이 원하는 소리,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얘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작품 속 준호에게는 원하는 소리를 내뱉는 것, 또 안나에게는 원하는 대로 춤추는 것을 말하겠죠.” 연출을 맡은 홍상진 씨(김수용과 함께 주연으로 참여, <난타> <점프> 등에서 배우로도 유명하다)의 말이다.
“몇 년 전에 악보도 볼 줄 모르면서 엉터리로 스캣을 한 번 만들어봤어요. 동료나 선생님들께 들려줬는데 독특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때 창작뮤지컬이 하나 둘 올라오고 있었는데, 저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없는 얘길 만드는 건 더 어려우니까 제 캐릭터, 제 삶을 바탕으로 스캣을 넣어서 작품을 만들게 됐어요.” 어떤 고정된 형식이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써 내려간 작품. 그래서인지 뮤지컬 <컨츄리보이 스캣>을 보고 있으면 무엇보다 ‘신선하다’는 느낌이 크게 다가온다.
‘콘서트형 뮤지컬’이라는 형식부터 참신하다. 뮤지컬이 밴드나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이브로 음악을 선사하는 만큼 대부분 미니 콘서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컨츄리보이 스캣>은 이 밴드를 무대 위에 떡하니 올려놓고, 극 중 캐릭터로 연기에도 직접 참여케 했다. 부가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들이 없으면 스토리 전개가 안 되도록 장치한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역할은 ‘양만춘밴드’가 맡았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바다마을 준호가 내뱉는 소음에 가까운 스캣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들으면 멋진 노래가 된다는, 그렇게 모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스토리가 이렇다 보니 동화적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바다마을, 지상, 달나라가 공간적 호환이 가능해야 하고, 사람이 인어가 되는 저주나 양만춘밴드가 마법을 걸면 무조건 춤을 추는 현상 등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양만춘밴드와 그의 마법에 걸린 사람들
내 마음을 누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준호와 안나가 만나서 노래가 시작되는 부분, 기억나세요?” “네?” 연출가 홍상진 씨에게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을 물었더니 대뜸 이렇게 되물었다. “밴드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과 노래가 시작되는 타이밍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창작자로서의 고민 같은 건데, 뮤지컬의 어떤 발전적인 형태를 제시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관객들이 거기까지 알아차리지는 못하시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컨츄리보이 스캣>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할 것이다. 마음속 원하는 것을 드러낸 참신함, 반면 추상적인 것에 대한 난해함. 실제로 극이 절반 이상 진행되도록 스토리가 확실히 잡히지 않는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지?’ 게다가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는 선물을 받지 못했던 것처럼, 웬디가 어른이 되고는 피터팬과 함께 네버랜드에 가지 못했던 것처럼, 이제는 정말 마음이 굳었는지 무대 위 상상의 공간에 잘 동화될 수도 없다.
마치 준호의 노래를 친형마저도 이해할 수 없었듯, 연출가의 의도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연출가는 딜레마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원하는 걸 무대에 올려놓긴 했는데, 관객들이 내 마음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동화적 감각이 돋보이는 무대
<컨츄리보이 스캣>에 대한 기대
공연을 함께 봤던 후배가 인터뷰 잘했느냐고 물었다. “어, 연출가가 딱 준호 같아.” 정말 그의 마음이 무대 위에 올려진 것이다. 그리고 곰곰이 되새겨보니, 준호와 안나가 만나 마음속 얘기를 꺼내다가 슬그머니 멜로디가 입혀지고 하나의 멋진 노래가 완성됐던 장면이 떠올랐다. 마음의 빗장을 좀 더 열어젖힌 것일까? 원고를 쓰려고 홍상진 씨와 나눈 대화를 떠올려보니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뚜 루비루비루바레 루비루비루바레 루비루비루바레 루~’ 공연을 보고 나면 아마 며칠은 이 멜로디가 입가에 맴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상진의 의도는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스캣을 사람들이 따라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콘서트형 뮤지컬답게 양만춘밴드의 현란한 연주도 흥을 돋운다.
준호 역을 열연한 김수용
<헤드윅> <뱃보이> 등에서 열연한 김수용의 연기와 노래 실력도 놓칠 수 없다. 온 힘을 쏟아 내지르는 스캣에서는 맑고 뜨거운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 잠수함을 비롯해 여러 동화적인 무대 장치도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편안함을 준다. 로맨틱 코미디에 신물이 난 뮤지컬 팬이라면 특히 관심을 기울일 만한 공연이다. 그렇다, <컨츄리보이 스캣>은 스토리를 좀 더 확연하게 보완한다면 그야말로 참신한 창작뮤지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컨츄리보이 스캣>은 CJ가 마련한 ‘창작뮤지컬 쇼케이스’에서 당선돼 2년여의 제작과정을 거쳤다. 국내 쇼케이스 1호 작품인 만큼 그 성공 여부에 따라 창작뮤지컬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많은 창작뮤지컬이 무대에 오를 준비하는 올해, 그래서 공연계는 2007년을 ‘창작뮤지컬의 해’로 부른다. 어렵게 피어난 꽃들이 너무 쉽게 시들지 않도록 창작자의 끊임없는 발상의 전환, 그리고 관객의 열린 마음과 따뜻한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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