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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엄마, 또 그 엄마의 삶에 대해 알아볼까요?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 갈 일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딸만 둘이라서 그럴까요? 이곳 2층에 있는 ‘여성사 전시관’을 꼭 한번 들러봐야지 했는데 이번에 가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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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 갈 일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딸만 둘이라서 그럴까요? 이곳 2층에 있는 ‘여성사 전시관’을 꼭 한번 들러봐야지 했는데 이번에 가게 되었네요.

서울여성플라자 ‘여성사 전시관’

‘여성사 전시관’은 여성가족부가 설립한 곳으로 국내 최초로 여성의 역사를 다루는 전문 전시관이며 문화 공간입니다. ‘위대한 유산: 할머니, 우리의 딸들을 깨우다’라는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로 나뉘어 있어요. 아이와 함께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50대 정도로 보이는 자원봉사자께서 아이들과 저뿐인데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겠다고 하셔서 그냥 휙 둘러보기만 할 공간을 알차게 공부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근대 이후부터 현대까지 약 100년 동안 변화·발전해온 여성의 역사를 5부로 나누어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프롤로그에서 BC 100년부터 현재까지 우리의 역사를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연표가 새로웠어요. 큰아이가 6학년이라 요새 우리 역사 연표를 외우는데 연표에 등장하는 사람 이름은 대부분 남자 중심이더라고요.

그런데 이 연표에는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아 우리나라를 연 ‘웅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BC 18년 소서노가 아들 온조, 비류와 함께 남하하여 백제를 만든 이야기, 6세기에 평강공주가 온달을 장군으로 만든 이야기, 1365년 기씨녀가 원 순제의 제1 황후가 된 이야기 등이 있어요. 비록 역사적인 문헌에 나온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지배세력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색다른 연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1부인 ‘여성 깨어나다’에서는 근대 이후 여성이 교육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를 다뤄요. 그 당시 교과서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바타를 응용해서 1880년대 교복부터 현대의상까지 직접 조합해 볼 수 있어요. 2부 ‘여성 일어서다’에서는 농촌계몽운동과 근우회 창립, 한국 여성단체협회의 설립 등과 현대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개최 등 남녀평등을 위해 투쟁한 여성의 삶을 소개하지요.

종이인형 놀이를 하듯 당시 의생활을 알아볼 수 있다

당시 여성이 교육받을 때 썼던 교과서

3부 ‘여성 일하다’에서는 ‘선구자 15인’의 기념비가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요, 자전사업가 백선행, 상록수의 모델이 되었다는 농촌 운동가 최용신, 교육가로 그 당시 결혼을 했음에도 이대에 입학하여 공부할 수 있었던 하란사, 국악인 함월정동, 영화배우 이월화 등등 그들이 즐겨 읽은 책이나 출판한 책, 일기도 있어요. 또, 여성의 다양한 직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판도 있는데 해당 분야의 대표적인 여성의 사진과 직업을 조합해 볼 수 있답니다.

‘선구자 15인’에 뽑힌 여성들

4부 ‘여성 달라지다’에서는 서구 문화의 유입으로 생활이 달라지고,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의식주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공간이에요. 5부 ‘여성 표현하다’에서는 시, 소설, 민요, 노래, 영화, 설화 등에 나타난 여성의 언어를 살펴보는 공간이 있어 소리 벽을 통해 관심 있는 걸 선택해 들어볼 수 있어요. 1950년 <자유부인>에서부터 2002년 <고양이를 부탁해>까지 영귈에 표현된 여성의 이미지를 재조명해보는 다큐멘터리도 상영하더군요.

당시 의식주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가구와 식기

여성 관련 영화 포스터와 책

처음에는 아이들과 별 뜻 없이 들어갔는데 2시간 동안 꼼꼼히 살펴보고 나올 때는 아이들도, 저도 할 이야기가 많아지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여성사 전시관 입구 쪽에 하얀색 유리로 된 작은 공간이 눈에 띄더군요. ‘얘들아, 여기는 뭐 하는 곳일까?’ 하고 묻자 작은아이가 ‘엄마, 여기 책 읽는 곳인가 봐. 우리 들어가 보자’하더군요. 이른 시간이어서일까? 사서 말고는 아무도 없는, 그야말로 고요한 공간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침 햇살이 하얀 공간에 가득 비추는 것이 저절로 앉아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분위기였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는 사서 분께 여쭈어 보니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공간인데 서울여성플라자를 방문하는 분이나 근처에 사는 분, 또 직원을 위해 마련한 ‘북 갤러리’라고 하더군요. ‘여성사 전시관’ 옆이라서 그럴까요? 책꽂이에는 여성학 관련 책이 정말 많았어요. 물론 아이들이 볼만한 책도 있고 한편에 마련된 책꽂이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여성관련 신문과 잡지가 빼곡히 진열되어 있습니다. 총 5,000여 종의 여성관련 자료가 있다고 하네요.

또 책장 끝에는 DVD 진열장이 있는데 그곳 역시 여성관련 DVD로 채워 있어요. 작은 공간이지만 원하는 사람은 DVD를 빌려서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볼 수도 있고 또 컴퓨터도 있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쾌적한 공간이 될 듯하네요.

이런 공간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사서 분은 ‘아직 홍보가 안 되어서인지 이용객이 적어요’ 하며 여성플라자에서 동아리를 위한 모임방도 대여해주고 세미나실도 대여해 주기도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이 모임도 하고 이곳에서 책도 보고 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어린아이가 있으면 3층에 아이들을 위한 ‘별난 책놀이터’를 이용하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갔을 때는 아직 열지 않아서 사진을 못 찍었지만 그곳도 아이들이 책과 함께 즐길 재미있는 인테리어와 책으로 가득하다고 하더군요.

‘북 갤러리’에는 책뿐만 아니라 DVD와 컴퓨터도 마련해 놓았다

큰아이는 다음에 친구들과 다시 한번 여성사 전시관에 와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리고 선구자 15인으로 선정된 여성에 관한 책도 읽어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날씨 따뜻할 때 아이들 손잡고 다시 한번 구경하고 싶네요. 그때는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저도 우리 엄마의 엄마, 또 그 엄마의 삶에 대해서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Tip]
서울여성플라자(//swplaza.seoulwomen.or.kr/)
* 여성사 전시관
- 운영: 월~토(일요일 휴관)/오전 9시~오후 6시(3월~10월), 오전 9시~오후 5시(11월~2월)
- 교통: 지하철 1호선 대방역 3번 출구 50m
- 문의: 02-824-3085~6
* 북스 갤러리
- 문의: 02-810-5017, 5066
* 별난 책놀이터
- 운영: 월~금 (오전10시~6시)
- 문의: 02-810-5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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