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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즈, 돌아오다

<바이오닉 우먼>이 리메이크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영화가 아니라 텔레비전 시리즈로요. 영국 배우 미셸 라이언에게 제이미 소머즈 역이 넘어갔고 지금 파일럿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한국계 배우인 윌 윤 리도 파일럿에 캐스팅된 모양인데 고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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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닉 우먼>이 리메이크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영화가 아니라 텔레비전 시리즈로요. 영국 배우 미셸 라이언에게 제이미 소머즈 역이 넘어갔고 지금 파일럿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한국계 배우인 윌 윤 리도 파일럿에 캐스팅된 모양인데 고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아역 배우 출신 메이 위트먼이 제이미의 동생으로 나온다는 말을 얼마 전에 들었고요. 원작은 <600만 불의 사나이>의 스핀 오프로 시작한 작품이지만 리메이크에는 그런 설정이 없을 것 같아요. 시리즈가 성공하면 원작 시리즈의 DVD도 나올까요? 전 여전히 이 시리즈와 제이미를 연기한 린제이 와그너에 대해 좋은 기억을 품고 있습니다.

미셸 라이언이 린제이 와그너의 인기를 넘어설 수 있느냐도 재미있는 질문이겠지만 전 이 작품의 설정이 어떻게 개조될지가 더 궁금합니다. 원작이 나왔던 1970년대와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1970년대 사이보그의 기능은 좀 미심쩍었습니다. 양쪽 다리가 기계인 건 좋았습니다. 하지만 한쪽 팔만 기계인 건 수상쩍었죠. 아무리 힘이 센 팔을 달아준다고 해도 자동차처럼 무거운 물건을 드는 데엔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런 건 팔만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몸 전체가 움직이며 무게를 지탱해야 합니다. 이 문제점은 나중에 지적되어 역시 비슷한 사이보그가 주인공이었던 아류작 〈Running Delilah〉에서는 전체 골격을 통째로 손보는 까다로운 작업을 거칩니다. 제 생각엔 이번 리메이크에서도 비슷한 순서를 밟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시청자들은 꽤 까다로워졌으니까요. 70년대의 수법이 지금도 통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 궁금한 건 사이보그의 능력입니다. 스티브 오스틴이나 제이미 소머즈의 능력은 지금 보면 꽤 심심합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인간의 몸을 빌린 중장비 차량입니다. 무거운 물건을 집어들고 악당을 던지고…. 다른 중장비 차량보다 상당히 빠르긴 하지만 중장비인 건 다를 게 없죠. 물론 인간의 형상에 작은 중장비 기계를 숨기고 들어가는 건 여러모로 쓸모가 있어서 이들은 몇 시즌 동안 버티면서 스파이 경력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간의 몸 안에 엄청난 양의 기계를 넣는데, 과연 중장비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 휴대전화 기능은 있겠지요? MP3 플레이어는? 인터넷 기능은? 카 내비게이션은?

린제이 와그너 주연의
70년대 TV 시리즈 <바이오닉 우먼>
여기서 우린 세상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네, 여전히 우리는 다른 인간보다 더 빠르고 더 힘이 센 슈퍼 영웅의 이야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계와 결합했을 때는 사정이 다른 거죠. 70년대 미국 시청자의 구매욕을 가장 자극했던 기계는 대부분 자동차였을 겁니다. 그것도 다소 어정쩡한 연비의 힘세고 빠른 차요. 하지만 몇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기를 끄는 기계는 더욱 다양해지고 작아지고 섬세해졌습니다. 이 유행을 충실하게 따른다면 새 바이오닉 우먼은 바이오닉 다리로 23층의 비밀 연구실로 점프해 들어가 골격 안에 숨긴 잭을 꺼내 컴퓨터의 비밀 정보를 해킹해 무선 인터넷으로 전송하고 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능력이 추가된다고 해도, 당시 시청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새 바이오닉 기능이 매력적으로 느껴질까요? 역시 모르는 일.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 두 시리즈가 그리는 바이오닉 기술은 거의 신적인 능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글쎄요. 우린 이미 대부분 어느 정도 사이보그고 개조인간입니다. 엄밀한 사이보그의 단어적 적용에 국한해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예를 들어, 지금 이 글을 모니터에 뿌려주는 여러분의 컴퓨터도 사실은 콘택트렌즈나 인공심장처럼 여러분의 일부입니다. 누군가가 이 컴퓨터를 들고 달아난다면 여러분은 질겁하겠지요. 오래전부터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여러분의 소중하거나 불순한 기억을 담은 뇌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세월이 지나면 노골적인 이식수술을 거치지 않아도 둘의 경계는 흐려질 것이고 모두가 어느 정도 바이오닉 인간이 될 겁니다. 그 어느 순간부터 인간의 정체성은 그렇게까지 지킬 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될 거고요. 새 <바이오닉 우먼> 시리즈가 탐구해볼 만한 주제지만… 글쎄요. 호감 가는 주인공을 몇 시즌 동안 따라가는 게 임무인 텔레비전 드라마가 쉽게 개척할 수 있는 길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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