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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우 기이하고 잔혹한 역사 판타지 -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1944년, 스페인'으로 시작되어 당시의 시대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는 자막과 함께 시작된 <판의 미로>는 영화의 엔딩 시퀀스와 수미쌍관을 이루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금년도 아카데미상은 한마디로 ‘거장에 대한 뒤늦은 상찬’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 영화 <무간도>를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디파티드>는 결코 마틴 스콜세지의 최고 걸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건 <디파티드>가 졸작이라서가 아니라 스콜세지의 다른 영화가 너무나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스콜세지는 <비열한 거리>(1973), <분노의 주먹>(1980), <좋은 친구들>(1990) 등 영화사의 위대한 걸작을 발표한 지 이미 오래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스콜세지의 감독상 수상이 예견되기는 했지만, 평단의 대대적 지지를 얻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진중한 영화 <바벨>을 제치고 작품상까지 거머쥔 것은 다소 예상 밖의 일이었다. 어쨌든 어느 해보다 상이 골고루 안배된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외 영화, 특히 멕시코 감독들의 선전이었다. 앞서 말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바벨>이 7개 부문에 노미네이션되어 작곡상을 받았고 <칠드런 오브 맨>의 알폰소 쿠아론이 3개 부문에 노미네이션되었으며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는 6개 부문에 노미네이션되어 미술상, 촬영상, 분장상을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글에서는 국내에 이미 DVD로 출시된 <판의 미로>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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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스페인'으로 시작되어 당시의 시대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는 자막과 함께 시작된 <판의 미로>는 영화의 엔딩 시퀀스와 수미쌍관을 이루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딘가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 오필리아가 피를 흘리고 있다. 카메라는 오필리아의 눈 쪽으로 줌 인한 다음 지하 세계에 관한 동화를 들려주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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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카르멘과 함께 새아버지 비달 대위를 처음 만난 오필리아. 대위에게 손을 내밀지만 엄격한 대위의 반응은 서늘하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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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생활을 보조하는 메르세데스는 오필리아를 따뜻하게 안내한다. 새아버지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는 오필리아. |
낚시 마케팅? 잔혹 동화?
<판의 미로>는 국내 개봉 당시 이른바 ‘낚시 마케팅’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영화다. 원제가 단순히 '판의 미로(El Laberinto del Fauno)'인 이 영화는 <판의 미로: 오필리아의 세 개의 열쇠>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여 <해리 포터> 시리즈를 연상케 하며 가족 단위의 관객을 위한 판타지 영화처럼 알려졌다. 이런 홍보 효과 덕분인지 이 영화는 개봉 첫 주 국내 흥행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영화 속 잔인한 장면 때문에 가족 단위 관객의 비난을 많이 받기도 했다.
<판의 미로>는 분명히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잔혹 동화’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영화는, 판타지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행복한 상상이 넘실거리는 판타지의 세계와는 분명히 거리를 둔다. 이 영화는 아직도 고통의 역사가 남아있는 ‘스페인 내전’의 한가운데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기이한 판타지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인 소녀 오필리아(이바나 바쿠에로)는 전장의 한가운데로 이동하는 동시에 판타지의 세계에도 접속한다. 하지만 오필리아가 겪는 판타지는 온통 핏빛으로 물든, 매혹적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잔혹하기 짝이 없는 판타지다. 마치 '그림동화'의 원전이 지닌 처절함과 같은 종류의 감정이 이 영화에서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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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의 뱃속에 있는 아기가 아들이라고 확신하는 대위. 그런 확신은 자신의 가부장적 유산을 계승하려는 욕망을 암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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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가 대위에게 오게 되면서 모험도 시작된다. 자신이 지하 세계의 공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오필리아. <판의 미로>는 '스페인 내전 후 벌어지는 저항군과 정부군의 전투'와 '오필리아의 판타지'라는 2개의 줄거리가 교차하면서 역사를 알레고리화하는 판타지 특유의 감각을 드러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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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달 대위의 집무실. 꼭 필요한 물건만 있는 이 공간에서 대위는 늘 면도를 하거나 구두를 닦는 등의 활동을 한다. 그는 '세상을 청소하겠다'는 이상결벽증을 지닌 인물이다. |
스페인 내전, 아버지의 그림자
이 영화의 연출자인 길예르모 델 토로는 DVD 서플먼트의 메이킹 필름에서 멕시코에서 자란 자신이 ‘스페인 내전’과 그리 멀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그의 영화 스승을 비롯해 주변에는 프랑코의 독재 정치를 피해 멕시코로 망명한 스페인 사람이 많았고 그들에게서 바로 ‘스페인 내전’이라는 역사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고….
<판의 미로>의 첫 장면은 피 흘리는 소녀 오필리아의 얼굴로 시작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오필리아의 동공을 통과해 동화를 내레이션으로 전해준다.
어떤 거짓과 고통도 없는 지하 왕국이 있었고
그곳에는 인간 세상을 동경하는 공주가 살고 있었다.
공주는 푸른 하늘과 산들바람 그리고 따스한 햇살을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는 시중들을 따돌리고 지상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지상으로 나오자
눈부신 햇빛에 눈이 멀고 모든 기억을 잃었으니
공주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추위와 질병의 고통 속에서 결국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공주의 아버지인 국왕은 공주의 영혼이 돌아오리라고 믿고 있었다.
다른 몸을 빌려서라도….
어떤 경우라도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영화의 처음에 등장하는 이 동화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끔찍하다. <판의 미로>는 시종일관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의 주인공 오필리아는 쇠약한 어머니 카르멘(아리아드나 길)과 함께 새아버지 비달 대위(세르지 로페즈)에게로 간다. 하지만 모녀의 이주는 전쟁터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1944년의 스페인을 명시한 이 영화에서, 모녀의 이주는 전쟁과 독재 정권의 폭력적 권위 밑으로 들어가게 된 스페인 민중을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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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달과 메르세데스. 오필리아를 중심에 놓고 정부군과 저항군을 상징하는 이 인물들은 영화 속 역사적 갈등을 은유하며 동시에 그 갈등을 끌고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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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가 겪는 모험은 결코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이 끈적끈적한 느낌의 시퀀스는 델 토로 감독의 전작인 <크로노스> <미믹> <블레이드2> <헬보이> 등을 연상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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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가 지역 유지와 만찬을 벌이는 장면. 성직자와 부르조아 그리고 군인으로 구성된 이 만찬 장면은 당시 프랑코 독재 정권의 구성원을 상징한다. 자신의 아내인 카르멘을 모욕하는 이 장면은 오필리아가 만찬을 차려놓고 잠들어 있는 '창백한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판타지 장면과 대구를 이룬다. |
하지만 대위의 권위에 굴복하고 마는 수동적인 어머니와 달리 오필리아는 대위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으며 ‘저항’한다. <판의 미로>에서 대위와 오필리아 그리고 (군대의 가사일을 돌보는) 메르세데스(마리벨
베르두)의 관계는 스페인 내전 당시의 정치적 관계를 환기한다. 대위가 '프랑코 정부군/아버지'라면 메르세데스는 '저항군/어머니'라고 할 수 있으며, 오필리아는 둘 사이에 있는 '스페인 민중'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냉혹하기 짝이 없는 비달 대위에 대한 이 영화의 묘사는 당시 독재 정권에 대한 스페인 민중의 감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대위가 오필리아의 어머니 카르멘과 결혼한 이유는 오직 ‘아들’을 얻으려는 것이다. 그가 자기 아들의 안위를 묻자 의사는 ‘어떻게 아들임을 확신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즉, 그는 자신의 가부장적 권력을 계승할 ‘아들’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다. 이것은 정확히 '가부장/폭력'으로 대변되는 파시스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영화 초반부에서 대위는 희생자 중 아들의 얼굴을 망가뜨린다. 한 사람의 존재와 계승을 의미하는 아들의 얼굴을 망가뜨림으로써, 그는 영화에서 유일무이한 가부장적 권력을 지닌 존재로 등극한다. 그의 사무실엔 꼭 필요한 서류 뭉치만 있어 단출하며, 세상을 청소하겠다는 지독히도 차가운 파시스트 비달 대위는 결국 프랑코 정권의 얼굴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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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를 판타지의 세계로 이끄는 판이라는 캐릭터는 다소 모호하다. 현실의 비달 대위와 유사한 속성을 지니기도 한 이 캐릭터는 플롯상으로는 오필리아가 궁극의 목표에 이르도록 하는 안내자이자 감시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오필리아가 경험하는 판타지가 소녀의 공상인지 실제인지가 모호한 것처럼, 판 역시 오필리아의 동료인지 적인지는 모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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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정권을 홍보하는 군인. 영화에서 이런 장면은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당시의 시대를 정확히 표현하면서 역사와 판타지 사이의 긴장감을 잘 유지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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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과정에서 어머니를 잃은 오필리아의 보호자가 되는 메르세데스. 메르세데스는 '희생자/민중/딸'인 오필리아에게 '구원자/저항군/어머니'의 역할을 한다. |
메르세데스 / 저항군 / 어머니
반면 영화에서 오필리아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어머니 카르멘이 식물인간과 같은 사람으로 묘사되는 데 비해 저항군에게 은밀히 물자를 제공하는 메르세데스는 오필리아의 실질적인 어머니 역할을 대행한다. 메르세데스 역시 오필리아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아들을 낳고 죽은 카르멘 대신 오필리아의 보호자로 나서는 것은 메르세데스가 유일하다. 물론 <판의 미로>는 '아버지와 어머니, 정부군과 저항군'이라는 단순한 대립 구도로만 구성된 프로파간다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겪어본 독재 정권의 냉혹한 냄새를 비달 대위로 대변되는 프랑코 정권에서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판의 미로>는 위와 같은 정치적 컨텍스트를 영화적 텍스트에 환상적으로 감아 놓는다. 영화의 한쪽은 정부군 대 저항군이라는 정치·역사적 맥락이 진행되는 가운데, 오필리아가 겪는 잔혹한 판타지가 이어진다. 이 영화에서 오필리아가 경험하는 판타지의 세계는 분필로 문을 만들면 들어설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오필리아가 경험하는 판타지 세계의 잔혹함은 현실과 그대로 겹쳐진다. 오필리아는 거대한 두꺼비의 몸에서 열쇠를 찾아와야 하고 잠든 괴물의 집에서 지하세계로 통하는 도구를 꺼내와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오필리아는 목표를 얻으려고 돌진하진 않는다. 그는 미션 수행 과정이 두려워 더 이상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멈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미션 수행은 곧 누군가의 죽음에 맞닿아 있다. 하지만 오필리아에게 ‘미션 수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위독한 어머니 때문에 미션 수행을 진행하지 않는 오필리아에게 정체불명의 요정 판(더그
존스)이 찾아와 미션 수행을 강요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어쩌면 오필리아가 겪어 나가는 판타지의 세계는 ‘운명’과 같은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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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섬뜩한 이 장면에서 피부가 늘어지고 손에 눈을 붙여 쓰는 '창백한 괴물'은 감독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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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무사하도록 뱃속의 동생에게 부탁하는 오필리아. 오필리아의 동생이자 비달 대위의 아들인 이 아기의 존재는 영화의 결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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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와중에 생포되어 고문당한 대원을 치료하는 의사. 유약한 의사는 영화상에서 진화하는 캐릭터로, 겁이 많은 인물이지만 마지막에는 용기를 갖게 된다. |
판타지와 역사
<판의 미로>가 단순하고 명쾌한 여타의 판타지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바로 판타지와 역사의 간극에서 생겨나는 특유의 감정의 틈새 덕분이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당혹스럽다. 이 영화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오필리아가 겪는 판타지가 소녀의 망상이든 실제 겪는 사건이든, 판타지 자체가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으며 그것은 거대한 악몽과 다르지 않다.
오필리아가 겪는 첫 모험 시퀀스에서 산뜻한 드레스를 고이 벗어 나무에 걸어 놓은 소녀는 커다란 벌레와 진흙으로 가득한 고목(枯木) 속에 기어들어가 흉측한 두꺼비에게서 간신히 열쇠를 얻어낸다. 하지만 간신히 미션을 수행하고 나온 소녀를 기다리는 것은 승리의 환호가 아니라 진흙탕을 구르며 지저분해진 드레스뿐이다.
<판의 미로>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판타지의 세계가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필리아는 마침내 행복을 얻기는 하지만 그것은 거대한 슬픔 뒤의 일일 뿐이다.
비달 대위는 늘 아버지의 깨진 시계를 들고 다니며 약속 시간을 확인한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죽은 시간을 알리려고 시계를 깨버렸고 그 깨진 시계는 비달에게 다시 전해진다. 그리고 비달 역시 그 시계를 아들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 시계는 전해지지 않는다. 깨진 시계란 (파시스트에 의한) 고통의 시간을 의미한다. 파시스트는 대를 이어 그 시간을 지속하려 한다. 하지만 시계의 재림(파시스트의 재림)은 당연히 거부된다.
<판의 미로>는 놀랍게도 판타지를 통해 역사를 사유하는 영화다. 길예르모 델 토로는 스페인 내전을 통해 좌파를 성찰했던 <랜드 앤 프리덤>이 했던 일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통찰하며, 그 결과가 바로 <판의 미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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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과 오필리아. 오필리아를 공주로 부르며 신하를 자처하는 판이지만, 영화상의 어떤 지점에 이르면 매우 위협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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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을 훼손하던 비달이 자신의 얼굴을 꿰매는 장면. 이 영화에서 비달은 타인의 얼굴을 자주 공격한다. 얼굴이 개인의 권위 또는 존재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비달의 얼굴 훼손은 자신의 권위 또는 존재의 훼손을 의미한다. 하지만 권위적 정권이 대개 그렇듯 비달 역시 억지로 자신의 얼굴을 회복하려고 애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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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후반부에서, 비달의 궁극적인 소원은 자신의 존재를 아들에게 알리는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지만 그의 그런 갈망은 저항군/민중에 의해 거부당한다. 고통스러운 프랑코 정권의 역사에 대한 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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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영화 홍보용으로 선보인 이 장면은 영화의 맨 마지막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장면의 화려함이 과연 화려함으로 끝나는 것인가?'라고 생각해 보면 의문이 든다. 지나치게 기하학적이고 비정상적인 느낌, 그래서 두려운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
기대 이상의 영상 퀄리티
<판의 미로> DVD는 세계 최초로 국내에 출시되었다. 오히려 이러한 점이 국내 마니아 사이에서 우려를 낳았는데, 원본 소스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훌륭한 퀄리티의 영상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는가 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판의 미로> 국내판의 영상 퀄리티는 충분히 눈을 만족할 만하다. 검은색 표현이 조금 정확하지 못하거나 배경 묘사의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등 약간의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색감 표현이나 뚜렷한 윤곽선 표현 등은 최근작으로서의 품질을 충분히 표현해 낸다. 아카데미 미술상을 받은 영화답게, 디지털과 실제 세트가 조화된 배경 묘사가 탁월하며 델 토로 감독의 특기인 빛의 표현 역시 훌륭하게 구현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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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사운드
만족스러운 영상 퀄리티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는 것은 음향 표현력이다. 돌비 디지털과 DTS 5.1 채널을 모두 지원하는데, 총소리와 같은 임팩트 있는 사운드가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되는 것에 비해 요정의 움직임과 같은 세심한 사운드의 표현이 우수하다. 흔히 '앰비언트'라고 불리는 세밀한 효과음의 표현이 만족스럽다. 가령 째깍거리는 비달의 시계의 초침소리가 잘 표현된다. 우울하면서도 처연한 스코어 역시 부드럽게 표현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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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king of Pan's Labyrinth
<판의 미로> 국내판 DVD는 두 장으로 구성되었지만, 서플먼트는 많이 수록되지 않은 편이다. 아무래도 자료 소스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영국판이나 북미판에 수록될 감독의 음성 해설 트랙이 지원되지 않아 더욱 아쉬움을 준다. 별도로 구성된 2번째 디스크에도 45분 분량의 메이킹 필름만 수록되어 있는데, 언뜻 5개의 메이킹 필름이 분야별로 수록된 듯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연관성을 지닌 하나의 메이킹 필름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4:3의 화면 사이즈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아나몰픽을 선호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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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은 많은 편이 아니지만 메이킹 필름의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다.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며 미술과 특수 효과, 분장 등 영화의 핵심적 요소를 간과하지 않는다. 또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장면도 있어 영화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외판에 수록될 여러 서플먼트가 국내판에는 수록되지 않아 아쉬움이 가득하기는 하지만, 패키지에 수록된 일러스트북과 열쇠형 책갈피 그리고 오래된 양장본 도서를 연상케 하는 패키지 디자인은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없애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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