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취미 중에 어떤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딱히 뭐라고 말할 것은 없지만 재미있는 만화책을 함께 보는 것이죠”라고 대답하면 십중팔구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라는 식으로 되묻곤 합니다. 그러면 “이런, 만화책 아직 안 읽어 보셨어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하고 그때부터 저는 만화예찬론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늘어놓지요. 상대에 따라 반응도 가지각색이지만 “만화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하며 놀라는 얼굴을 합니다. 아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만화’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지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만화와 그저 멀어지기만 했는데, 다시 만화를 보기 시작하게 된 건 친구네에서 그 집 동생이 전 권으로 갖춰놓았던 『미스터 초밥왕』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지요.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밤새는 줄 모르고 읽던 기억이 나네요. 그 뒤로 나름대로 취향이랄까 그런 것도 생기고 또 좋아하는 작가도 생겨서 꾸준히 만화책을 찾아 읽으면서 ‘도대체 이런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한번 만나보고 싶네’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 문화원에서 ‘초밥왕 원화 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하니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미스터 초밥왕』 애장판 한 권을 들고 일본 문화원으로 향했습니다.
| 『미스터 초밥왕』의 저자 테라사와 다이스케 사인회 현장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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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초밥왕』을 쓴 테라사와 다이스케는 1959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났습니다. 1985년 <플래시 매거진>에서 『이슈쿠』로 데뷔하였고 1986년 <주간 소년 매거진>에 연재한 『미스터 맛짱』이 큰 성공을 기록하며 1988년 제12회 고단샤 만화상을 받았습니다. 그 후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스터 초밥왕』으로 1996년 제20회 고단샤 만화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현재 <이브닝>에
『미스터 맛짱 2』와
『절대미각 식탐정』을 연재 중입니다.
『미스터 초밥왕』의 원제목은 ‘쇼타의 스시’로, 이 만화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1편 27권, 2편 17권이 간행되었고 국내에 소개된 요리 만화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린 작품이라네요.
내용은 다들 아시겠지만 동경 ‘오오토리 초밥’ 가게의 수습생으로 일하는 세키구치 쇼타가 초밥의 명인이 되고자 피나는 연습과 노력을 하며 그 와중에 만나는 인생의 스승과 수많은 인연, 또 초밥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특히 요리란 실력뿐만 아니라 그 요리를 먹는 사람에 대한 요리사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나들이를 갈 때 근처에 초밥 가게가 보이면 ‘이곳에서는 어떤 초밥을 제일 잘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또 실제 초밥 가게에 가서는 요리사 아저씨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는 큰아이 덕에 저도 초밥에 대해 여러 가지 상식도 늘고 단골 초밥집도 생겼답니다. 특히 일본 동경의 친구 집에 갔을 때 제일 먼저 아이들이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은 바로 100엔 스시 가게였다니까요. (ㅎㅎ) 그곳에서 회전판 위에 놓인 접시를 구경하면서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어떤 것인지 구별하며 열심히 초밥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와 아이들에게 볼거리와 함께 음식에 대해 잊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추억을 안겨준 책이기에 그 저자가 온다는 소식은 정말 반가운 일이었지요.
| 전시된 『미스터 초밥왕』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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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원 전시실에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절대미각 식탐정』의 원본을 전시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다가 사인을 받았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의 테라사와 다이스케 씨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름을 물어보고 또 원하는 캐릭터를 물어본 다음, 그림을 그리고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큰아이에게는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인 쇼타를, 둘째에게는 맛짱을, 제게는 식탐정을 그려주었어요.
| 『미스터 초밥왕』을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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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사와 다이스케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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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그려주는 테라사와 다이스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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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맞짱’ 그림을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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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을 해주는 작가를 보며 평소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큰딸이 가만히 물어보네요.
“엄마, 난 작가 아저씨가 굉장히 뚱뚱할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도 않네.”
“왜 그런 생각을 했어?”
“거기에 나오는 초밥을 그리려면 다 먹어봐야 할 텐데 그러다 보면 살찌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많은 그림을 그리려면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고 해야 하니까 운동도 못하고….”
“하하하,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런데 정말 어떤 분야에서든지 자기만의 것을 이루어 가는 사람은 굉장한 것 같지 않니?”
“응,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몇십 년이고 쭉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거 같아.”
“나도 네가 그런 일을 찾아서 너만의 스타일대로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구나.”
“나도 꼭 저 아저씨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정말 재미있어하는 일을 꼭 찾을 거야”
쇼타가 그려진 초밥왕 만화책을 꼭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그 아이의 다짐이 꼭 이루어졌으면, 하고 저도 속으로 기도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