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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가장 좋은 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자유로운 작업 시간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지극히도 개인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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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자유로운 작업 시간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지극히도 개인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피곤이 완전히 가실 때까지 깊은 잠을 자고 말끔한 모습으로 커피 한 잔 끓여 마시며 하루 스케줄을 정리하고 간단히 식사한 다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구름 위에 앉아있는 기분이 드는 에어론 체어에 앉아 정리해놓은 하루의 스케줄을 묵묵히 수행하고 저녁에는 지인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시원한 맥주로 입을 적시고 돌아와서는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내일을 위한 잠을 청하는 멋진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완전한 거짓말이고…. 밝은 햇빛에 눈을 뜨고는 ‘어이쿠 맙소사, 너무 많이 잤다!’라며 부리나케 일어나서는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아아, 오늘은 어디 어디까지 일을 끝내놔야 하는데 너무 많이 자버렸네!!’라며 요란스럽게 컴퓨터를 켜지만 ‘아아, 너무 배고파서 도저히 일할 수 없어. 우선 뭐라도 먹어야지.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라며 대충 냉동식품으로 한 끼 식사를 끝냅니다. ‘자, 이젠 배부르게 밥도 먹었으니 일 시작해볼까!’라며 단호한 결의로 의자에 앉지만 일이란 게 그렇게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단순한 녀석이 아닌지라 조금 소화도 할 겸 잠시 인터넷 서핑을 할 때쯤 업무 관련 전화가 한 통씩 오기 시작합니다. ‘아아, 일 아직 안 끝났는데 뭐라고 변명하지?’라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능숙한 거짓말로 담당자분들께 양해를 구하곤 그때부터 정신없이 일하기 시작하지요.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니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어제인지 오늘이 7일인지 17일인지도 헷갈리는 엉성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음…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의 장점인 ‘자유스러움’을 이야기하려 한 건데 그 자유가 동반하는 나태함에 대해 너무 긴 이야기를 한 것 같아 민망하네요. 자, 그럼 정말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할 때 생기는 장점 중에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실 만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주 조금은 자랑일지도 모르겠어요.) 그건 바로 소설 표지 작업을 의뢰받았을 때의 일인데요. 서점에서 판매되기 전, 다른 어느 독자보다도 먼저 읽어 볼 수 있는 특혜 아닌 특혜를 누리기 때문이죠. 거의 초벌 원고를 받고 일을 하는지라 조금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때도 있지만 무언가 따끈따끈한 원고를 읽을 때의 기분은 참 뿌듯하답니다. 일을 하는 데에도 좋아하는 만큼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라 매우 즐겁게 하고 있고요. 간혹 일을 하며 친해진 담당자께서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의 책이 진행되고 있을 땐 먼저 읽어보라고 몰래 건네주시면 정말 정말 감사해서 울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최근에는 처음으로 국내작가의 표지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이정하 시인의 『나비지뢰』란 책입니다. 처음 담당자분의 전화를 받았을 때 ‘이정하 시인이 소설도 쓰나?’ 하고 놀랐지만 처음 쓰시는 소설이란 이야기를 듣고 첫 페이지부터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연애소설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정하 시인의 첫 소설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매우 즐거웠고요.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라든지 『한 사람을 사랑했네』를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계신 분들은 이정하 시인이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한번쯤 읽어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