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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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무리 바빠도 주에 한 권 정도의 독서량은 유지하려고 틈날 때마다 페이지를 넘기곤 합니다. ‘꼭 주에 한 권을 읽자!’라는 단호한 결의를 가진 건 아니고 ‘사회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이상한 이야기에 솔깃해서 독서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감에 치이고 이래저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작은 여유를 가지자는 의미도 있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데는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이미지 트레이닝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 다른 한편으론 정말 재밌고 기발하며 충격적인 소설을 읽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계속 갈망하며 또 다른 무언가를 계속 찾는 것일 수도 있고, “만월이 되지 않는 초승달이 없듯 호전되지 않는 난국도 없다”라는 문장처럼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한 줄을 찾기 위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01년도엔 “올해는 책을 100권 이상 읽어보겠어!!”란 다짐을 하고 1월부터 묘한 목적의식으로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체크하며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도 많이 잃었을 때라 책이라도 많이 읽자는 취지로 시작했었는데 한 주 한 주 지나며 다이어리에 체크되는 도서 목록을 보니 왠지 뿌듯해지는 게 나름대로 재미있더군요. 책을 읽는 게 꼭 직업이 된 것 마냥 정말 열심히 읽었고 눈에 띄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거침없이 읽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한 달 지나서 한 해가 갈 때까지 읽었던 책이 170여 권쯤 됐던 것 같은데요, 한 시간에 60페이지 정도 거북이 독서를 하는 저로서는 나름대로 엄청난 양을 읽은 것이었죠. 지금이야 할 일도 많고,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서 불가능한 일입니다만, 여유 있을 때 읽어둔 책은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고요. 여러분도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쯤 도전해보세요. 12월이 되었을 때 ‘와우! 올해는 이만큼의 책을 읽었군~!’ 하며 나름대로 뿌듯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여담입니다만, 제가 170권을 읽은 해에 구입한 책은 아마 300권쯤 됐던 것 같네요. 10권을 사면 5권을 읽고 5권을 남겨둔 상황에서 다음에 읽을 10권을 미리 주문합니다. 그리고는 새로 산 10권에서 읽고 싶은 5권을 먼저 읽고 나머지 5권을 읽기 전에 또 새로 10권을 구입하죠. 이렇게 계속 로테이션 되다 보면 읽은 책 반, 안 읽은 책 반이 되는 묘한 현상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제 책장에는 읽지 않은 책도 상당수 있습니다. 후후. 근데 제 생각엔 여기서 책을 구입하시는 분들 중 대부분이 저와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만 엉뚱한 낭비를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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