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DVD로 <미션 임파서블>(한국 방영 제목: <제 5전선>) 1시즌을 보고 있어요. 텔레비전으로 이전에도 가끔 봤던 시리즈지만 1시즌부터 차근차근 마스터하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피터 그레이브스가 아닌 스티븐 힐이 리더로 나오는 것도 처음 보았고요. 정통파 유대교 신자였던 스티븐 힐은 유대인 축일을 지키고자 1시즌 이후로 시리즈에서 빠졌는데, 보고 있노라니 좀 아쉽더라고요. 피터 그레이브스도 괜찮았지만 스티븐 힐이 시리즈를 끝까지 끌어도 괜찮았을 텐데. 하긴 종교와 직업이 충돌하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때가 있죠.
| <미션 임파서블> 포스터 |
|
<미션 임파서블> 1시즌을 보면서 느끼는 건, 이 시리즈가 무척 쿨하다는 것입니다. 6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작품이고 그 당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만 스타일이나 액션이 낡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단지 그건 60년대 식일 뿐입니다. 양식화된 액션 장면이나 핵심만 쏙 빼낸 건조한 연기 스타일은 지금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 효과적이라는 건 아니죠.
그건 80년대에 잠시 리메이크되었던 속편과 비교해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 버전은 거의 같은 형식으로 이전에 하던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했지만 60년대 오리지널 시리즈의 쿨함은 거의 놓치고 있었어요. 심지어 90년대 이후 톰 크루즈 주연으로 만든 영화 시리즈도 뭔가 심하게 어색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크루즈와 같은 슈퍼스타의 명성을 이용해 3편까지 끌어왔지만, 지금까지 시리즈의 성격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인 거죠.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그건 한 시대의 스타일이 성공적이라면 그것은 결코 낡지 않는다는 거죠. 물론 그 스타일이 다음 세대에도 계속 사용되라는 법은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설정을 모방해 자신만의 언어에 이식한 리메이크작이 원작보다 계속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 과거의 스타일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980년대 한국에서 방영되었던 <미션 임파서블> 등장인물 |
|
물론 시대의 한계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도 자기만의 한계는 있었죠. 가장 노골적인 것은 그 정치성입니다. 격동의 6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한 시리즈지만 그 정치적 인식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순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위험하다고도 할 수 있지요. <미션 임파서블>의 내용이라는 건 미국의 첩보원들이 당시 동구권이나 중남미의 국가에 몰래 잠입해 고도의 사기를 친 뒤 그 나라의 정세를 미국에 유리하게 돌리는 것이니까요. 냉전이 서방 세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지금 와서도 이 시리즈가 그리는 ‘동구권’ 국가의 모습은 좀 괴상하기까지 해요. 분명 헝가리가 모델인 나라에서 미국을 쑥대밭으로 만들 세균전을 계획하는 식이죠. 끝까지 조국에 남아 연구를 돕겠다는 충성스러운 과학자를 비밀 감옥에 집어넣어 고국의 끔찍한 현실을 보게 한 뒤 망명으로 이끄는 에피소드 같은 건 너무나도 순진해서 오히려 귀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지금 와서 보면 하나의 매력입니다. 당시 관객들처럼 완벽하게 몰입해서 볼 수는 없지만 냉전 시대의 그 날카로운 긴장감과 적개심을 당시의 관점에서 즐기는 건 그 나름대로 재미있는 거죠.
이런 재미는 우리의 옛 영화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반공영화’라는 장르는 따분하고 진부하게 들리지만, 그래도 그 틀 안에서 우리의 옛 영화장이들이 쌓았던 성취는 은근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거든요. 당시 관객들처럼 일관된 증오와 충성으로 영화를 볼 수는 없어도 그들이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즐거움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겁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션 임파서블>은 코드 1번으로나마 DVD로 나와 침실에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고, 우리의 영화는 감상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거겠죠. EBS나 영상자료원의 상영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지 않는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