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시간이 날 때면 함께하는 놀이가 있습니다. 바로 입체북 만들기인데 입체북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팝업북의 대가 로버트 사부다의 홈페이지(//robertsabuda.com)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아이들과 만들어 보는 겁니다. 같은 모양인데도 사람에 따라 그 안에 담는 이야기가 달라지고 나중에 서로 완성된 것을 비교해 보면서 하하 호호 웃는 시간은 저와 아이들에게 분명 행복한 시간일 겁니다.
큰아이가 3살 때였을까… 근처 백화점에 갔다가 사온 『메이지 하우스』 입체북은 우리 집 아이들에게 어떤 때는 이야기책으로, 어떤 때는 소꿉놀이 책으로 페이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사랑을 받았고 아직도 큰아이는 낡고 헤진 그 책을 제일 아끼고 좋아하지요. 마침 충무아트홀에서 이런 팝업북을 주제로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가보았습니다.
| 충무아트홀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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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아트홀은 2,6호선 신당역 근처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1층의 충무갤러리가 바로 이번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죠. 아이들과 전시장을 들어서자 큰아이가 ‘우와’ 하고 감탄하네요. 왜냐고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메이지 하우스』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이 있었으니까요.
“엄마, 냉장고 문도 열리고 서랍장도 열리고 진짜 책이랑 똑같아.”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네요.
| 『메이지 하우스』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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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은 국내 동화 일러스트 작가의 상상여행이라는 주제로 2개의 공간과 외국 입체 그림동화책을 전시한 공간, 그림책 영상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책 읽는 공간, 입체카드 만들기 등을 해볼 수 있는 크래프트 공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아이들과 전시된 팝업북을 구경하는데 도우미 한 분이 오시더니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팝업북 한 권을 실제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읽어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책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들었고 저는 마침 이 전시를 기획한 충무갤러리의 큐레이터인 오성희 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충무갤러리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많은 관심을 두는 것 중 팝업북을 선택하여 이번 전시를 열었다고 하네요.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는 팝업북을 만드는 작가층도 얇고 또 출판사도 선뜻 출판하기를 꺼려서 국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소개할 수 없다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외국의 유명한 팝업북을 국내에 소개하는 웬디북의 협찬을 받아 평소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팝업북을 많이 전시하여 아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 자랑이라고 하였습니다.
| 팝업북 전시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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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아이들은 갖가지 팝업북이 한가득한 공간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큰아이는 세계 건축물이 페이지마다 실물처럼 튀어나오는 책과 중세 복식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팝업북을 좋아했고요, 작은아이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책 작가인 로렌 차일드의 주인공이 그려진 팝업북을 찾고놼 좋아라 감상을 하더군요. 작품마다 엄마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짧은 도움글이 적혀 있었어요.
오성희 님께 따로 설명을 해주시는 분이 계신가 물어보았더니 사실 이런 전시를 기획한 것은 부모와 아이들이 자유롭게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감상을 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더군요.
“보통 미술전시 같은 데 가보면 도슨트(docent,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긴 줄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곤 하는데 그럴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시간을 두고 감상해 보거나 하기 어렵잖아요. 또 도슨트의 설명이 아이들에게 자칫 자유로운 작품감상에 선입견을 심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이 작품을 만나는 그 첫 느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큐레이터 오성희 님은 그러나, 안내를 받고 싶은 분이 전시 도우미에게 부탁하면 작품 설명을 해주신다고 하셨어요.
전시된 작품을 보니 아이들의 눈높이보다는 약간 높게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작년에 한 번 전시를 해보았는데 눈으로만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간혹 전시된 책을 내려서 펼쳐 보기도 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그럴 때 제재를 하면 오히려 부모가 ‘아이가 궁금해서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러느냐?’라며 화를 내는 일도 있었고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다시 반환해야 하는데 간간이 훼손된 것도 있어서 곤란할 때가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책 중에 가장 흥미로운 페이지를 펼쳐서 고정해 두었지만 아직도 간혹 책을 꺼내어 아이에게 하나씩 펼쳐보여 주려는 부모들이 있다며 성숙한 관람문화가 아쉽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닮아간다고 하는데 ‘우선 내 아이부터’라는 생각에 뒤에 올 다른 아이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은 없었는지 저부터 살짝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전시관을 돌고 나서 갤러리에서 마련한 ‘입체카드 만들기’를 아이들과 함께 해보았어요. 역시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른이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어찌나 재미있는 표현이 가득한지 다른 아이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감탄했답니다.
| ‘입체카드 만들기’ 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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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체카드 만들어 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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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 ‘창작교실- 재미난 공작소’는 엄마들로부터 인기가 대단해서 대부분 마감이 된 상태라고 하네요. 실제 그림책을 만든 작가들이 나와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 그 느낌을 배지나 동화 티셔츠, 우산 만들기, 클레이인형 만들기, 판화 체험, 장난감 병정 만들기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네요.^^
[열려라! 동화책] 전시를 둘러보고 책도 읽고 입체카드 만들기도 하고 나니 벌써 한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습니다.
“엄마, 배고파요. 우리 떡볶이 사먹고 가요!”
예전 충무아트홀에 뮤지컬 <알타보이즈>를 보러 왔을 때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갔던 기억이 난 둘째가 손으로 가리킨 곳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그 이름도 유명한 신당동 떡볶이 타운이었지요.^^
‘며느리도 몰라~’라는 말로 유명한 마복림 할머니의 얼굴이 커다랗게 붙어 있는 신당동 떡볶이 타운에서 떡볶이에 라면 사리, 만두, 어묵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 아이들과 먹으면서 DJ 아저씨의 코멘트에 맞추어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도 꽤 재미난 시간이었네요.
“마지막은 아이스크림~”
둘째의 꼬임에 추운 바람에도 아이스크림으로 떡볶이의 매운맛으로 얼얼해진 입안을 녹이며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Tip]
● 충무아트홀 겨울방학특별전 – 열려라! 동화책
- 기간: 2007.1.5~3.2(57일간) (2/17~2/19 설 연휴 휴관)
- 문의: 02-2230-6678/6629/6654
- 주최: 충무아트홀(
//www.cmah.or.kr, 02-2230-6600)
- 협찬: 웬디북(
//wendybook.com, 031-812-7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