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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아티스트, 엄정화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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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부터 무대 연출이라거나 콘셉트를 결정하는 전체 과정을 스스로 통제해왔던 엄정화는 8집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음악세계를 규정하던 윤일상, 주영훈과의 작업에 더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인 일렉트로니카를 CD 한 장을 통째로 할애해서 시도했습니다.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tintin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한 달에 두 번, 별다른 일이 없으면 그리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분께 글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에 채널예스에서 원고의뢰가 들어왔을 때 사실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고를 의뢰하신 분의 성함이 제가 아는 분과 토씨 하나 안 다르고 같았거든요. 게다가 채널예스면 아부성 코멘트 다 걷어내고서라도 국내 굴지의 인터넷 서점이 자랑하는 문화웹진 아닌가요. 제 글이 명문이라거나 미문도 아닌데, 글 써놓고 늘 주변 분들께 자랑스레 보여드렸다가 오타 난 것, 내용 틀린 것이나 지적당하고 부랴부랴 고치는 졸문을 마음에 든다고 연재를 하자고 하시니 믿기 어려웠지요. 다른 곳도 아니고 채널예스라는 점 때문에 더더욱 못 믿었고요.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입니다. 아마 이 글이 채널예스에 올라간 것을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날 것 같아요.

각설하고, 제가 쓸 칼럼의 제목은 <땡땡의 요주의 인물>입니다. 한 달에 두 명씩, 화제가 되는 사람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해보는 시간…이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만, 채널예스 편집자 분들의 기대와는 조금 다르게, 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될 공산이 더 큽니다. 벌써 편집자 분들의 근심 어린 탄식이 들리는 듯하네요.^^ 하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을 옹호하는 것으로만 원고를 다 채울 생각은 없어요. 어떤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여론과 저널에 의해 비난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분명 주목해야 하는 사람임에도 대중의 관심 밖에 방치된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정색하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뭐, 이 칼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앞으로 더 써봐야 알 일입니다. 미리 예측하고 방향을 조율한다고 해서 사는 게 그렇게 생각처럼 움직여지진 않잖아요.

사실, 이런 식의 칼럼은 흔하고 또 흔해요. 각종 연예뉴스를 다루는 매체가 속속 생겨나면서 대중문화계, 문화예술계의 인사에 대해 쓰는 칼럼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지요. 웹의 변방 한편에서 제가 꾸리는 코딱지만 한 웹진 안에서만 이런 콘셉트의 글이 분야만 달리해서 서너 개나 되는 걸요. 쓰는 사람이야 남이 쓴다고 해서 써서 안 된다거나 하는 법은 없어요. 다만 읽으시는 독자들이 매번 그 나물에 그 밥인 식의 글을 만나실 때 지루해하지 않으실까 걱정일 따름입니다. 지루하시지 않게, 실망하시지 않게 새로운 시각,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출발하겠습니다. :)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아티스트, 엄정화


지금까지 엄정화가 출시한 앨범 표지들

연말 어떻게들 보내셨는지요? 저는 전부터 계획해뒀던 여행과 제가 운영하는 웹진의 마감이 공교롭게도 겹치는 통에 여행지에서 인터넷이 터지는 곳을 찾아 뛰어다니며 원고마감에 정신이 없는 연말을 보냈습니다. 나쁘지 않았어요. 생산적이기도 하고…. 아무튼, 제가 운영하는 웹진에서는 ‘연말 각종 시상식에 대해 언급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말은 많아도 시상식은 그 나라 대중문화의 척도를 한눈에 살펴볼 좋은 기회니까요. 덕분에 다들 MKMF나 대한민국 영화대상 등을 거푸 돌려 보면서 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있나 브라운관만 노려봤죠. 결론적으로, 저희는 연말 시상식에 대한 언급을 안 하기로 했었어요. 작년보다 올해의 MKMF는 지루한 편이었고, 대한민국 영화대상 역시 부산영평상과 함께 가장 이해가 가는 후보와 수상작들을 선정한다는 평에도, 작년보다 별로 할 이야기가 없었거든요. 그러고 나자 자연스레 관심사가 이동했습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다고, 축하무대에 오른 이들의 퍼포먼스가 편집진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것은 엄정화였어요. 대한민국 영화대상 무대에서 류덕환의 손을 잡아 끌어내서 함께 가졌던 ‘Like A Virgin’ 무대나, MKMF에서 선보인 드랙퀸들과의 무대는 확실히 엄정화가 아니면 보여주기 어려운 무대였습니다.

잠깐 정색하고 엄정화의 8집 앨범 〈Self Control〉(2004년 출시)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8집 〈Self Control〉에서부터 이미 엄정화는 어떤 경지에 올랐어요. 그전부터 무대 연출이라거나 콘셉트를 결정하는 전체 과정을 스스로 통제해왔던 엄정화는 8집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음악세계를 규정하던 윤일상, 주영훈과의 작업에 더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인 일렉트로니카를 CD 한 장을 통째로 할애해서 시도했습니다. 롤러코스터, 프랙탈, 달파란, 윤상 등의 걸출한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가 참여했던 이 앨범은 평단에서 ‘엄정화가 자의식이 있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려나 보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지요. 그때 한참 그런 기사가 허공에 둥둥 떠다녔어요. 천하의 엄정화가 ‘진짜 스스로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려고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모셔오느라 삼고초려 해야 했다는, 그리고 지금은 더없이 흡족하다는 기사였습니다. 그럴 법도 했을 거예요. 섹시퀸이자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앨범이 6집, 7집까지 쌓이도록 ‘가창력 없이 댄스음악으로만 승부하는 가수’라는 딱지를 달고 다녔으니까요.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기도 했을 것이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 싶기도 했을 거예요. 앨범 제목부터 〈Self Control〉이잖아요? 마치 마돈나가 〈Ray Of Light〉에서 윌리엄 오빗과 함께 작업하면서 평단의 만장일치 호응을 받았던 것처럼, 엄정화 역시 비슷한 방법론을 통해 한 명의 아티스트로 인정받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건 무엇인고 하니, 이때만 해도 엄정화의 음악적 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사가 넘쳐났어요. 그러면 이번 9집 〈Prestige〉가 나오고 나서는 어땠는지 기억하세요? 아마 여러분이 가장 자주, 많이 보신 기사는 엄정화의 의상에 대한 이야기였을 겁니다. tvN 개국 축하공연에서 선보였던 ‘파격적’인 ‘팬티’ 의상에 대한 뜨거운 기사가 연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수놓았지요. 그리고 ‘Cum 2 Me’에서 ‘Come 2 Me’로 제목을 바꾸면서 일어난 잡음에 대한 기사도 한 움큼이었고요. 그러고 나자 ‘꼭 그렇게 선정적이어야만 했나’라는 기사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정석대로 ‘네티즌의 반응’이라며 남이 쓴 리플 뒤에 숨어서 소심하게 구는 기사도 있었지만, 대담하게 ‘나이 먹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생존의 몸부림은 추하다’며 준엄하게 꾸짖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들 기억하시죠? 그런데 엄정화의 이번 앨범의 ‘음악적’인 면에 대해 언급한 기사,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제겐 기억이 희미합니다. 몇몇 음악 웹진에서의 호평과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 씨의 언급을 본 기억은 있는데, 서해안 밀물 들어오듯이 넘쳐났던 ‘그 나이에 그런 의상 자중하라’는 기사의 홍수 덕에 정작 음악적 야심이 역대 최대로 만개한 이번 앨범의 다양한 시도에 대한 기사는 거의 생산된 적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가장 많이 본 기사’라는 포털 사이트식 헤드라인에서 밀려나고 말았지요.

도대체 어떤 의상을 입었기에 그럴까요. 무대 위에서 스트립을 한 것도 아니고 비키니를 입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다못해 여자 연예인들이 앞 다투어 찍는 모바일 화보를 찍은 것도 아니에요. 고작 란제리룩을 선보였다고 선정성을 꼬집던데, 그분들은 ‘큐티 하니’에 이어 ‘잘못된 만남’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유미가 란제리룩을 선보였을 때 뭐하고 계셨을까요. ‘이제 마흔이 눈앞인 중견가수’가 선택하기엔 너무 선정적인 행보였다고 하시는 분도 계신데, 정작 정말로 마흔이 넘었던 인순이가 ‘또’를 부르며 망사스타킹에 딱 붙는 가죽옷을 입고 나와 열창할 때 사람들은 모두 ‘나이를 잊은 열정’이라고 말했거든요. (심지어 이건 10년 전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곱씹어서 생각해봐도 이상해요. 그러니까, 아주 어리거나 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이 노출을 시도하면 어울리거나 멋진 건데, 아직 마흔도 안 된 엄정화가 란제리룩을 선보이면 그건 ‘지나친 노출’이고 ‘선정성으로 승부’를 보려는 수작이라고 이야기하니 보는 사람은 어안이 벙벙할 밖에요.

어쩌면 이건 엄정화라는 한 명의 연예인을 대중과 저널이 소비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건지도 몰라요. 돌이켜보면 엄정화는 연기에서도 그렇게 좋은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결혼은 미친 짓이다><싱글즈>에서의 연기가 만장일치의 호평이었을 뿐, 드라마 <아내>와 <12월의 열대야>에서 시도했던 진지한 연기에도 연기력 부족이라는 반응이 넘쳐났어요. <아내>를 찍을 때 처음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반응을 확인했던 엄정화가 넘쳐나는 안티 반응에 깜짝 놀라고 상처 입었다고 했던가요? 심지어 2006년 부산영평상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영화 <오로라 공주>에서의 연기도 ‘억지로 모성을 가장한 어색한 연기’라는 혹평이 나돌았습니다. 그녀의 장기인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역시 같은 작품에서 공연했던 서영희나 황정민 등과 비교하는 평가를 피할 순 없었어요. 그래서 최고로 잘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해서 <미스터 로빈 꼬시기>에 출연하자 사람들은 비로소 엄정화의 연기를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영화의 평이 좋지 않자 ‘엄정화가 나오는 영화가 그렇지’ 하는 의견이 또 여기저기서 스멀스멀 일어나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예요. 엄정화가 작정하고 얌전한 작품이나 진지한 음악을 시도하면 ‘연기력이 부족하다’라거나 ‘역시 왕년의 섹스심벌도 나이 먹고 나니 어쩔 수 없다’라고 하면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거나 섹스어필하는 무대를 선보이면 ‘엄정화가 나오는 작품이 뭐 그렇지’라거나 ‘나이 먹고서도 아직도 몸으로 어필하려고 하다니 안쓰럽다’라는 식의 반응이 쏟아져 나오는 겁니다. 이러면 이건 이제 아티스트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냥 특정 대상에 대해서 정해진 반응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한 게 되어버리는 겁니다. 제가 엄정화였다면 아마 미치고 팔짝 뛰었을 거예요. 도대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건가 싶고 말입니다.

배우로 활동하는 엄정화의 모습들



영화 <싱글즈>에서



영화 <오로라 공주> 시사회에서



영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황정민과 함께



영화 <미스터 로빈 꼬시기> 시사회에서



영화 <미스터 로빈 꼬시기> 에서


조금 격양되었던 어조를 가라앉히고자, 이번 9집 앨범 〈Prestige〉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롤러코스터로 활동하는 지누가 전체 프로듀싱을 맡은 이번 앨범은 ‘하고 싶은 음악’과 ‘팔릴 것 같은 음악’ 두 가지 중 하나를 모질게 포기하지 못해 어정쩡한 위치였던 8집의 실수와는 거리가 멀어요. 앨범은 전반적으로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일관된 장르 진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여한 아티스트만 둘러봐도 숨이 찰 지경이에요. 지누, 방시혁, 페퍼톤즈, W, 캐스커 등 당대 일렉트로니카/시부야계 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라인업이고 말이죠. 마치 금방이라도 나직한 톤의 조원선 목소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전형적인 롤러코스터식 전주 끝에 엄정화의 목소리가 올려지는 것이 처음엔 어색할지 몰라도, 듣다 보면 지누의 음악색에 엄정화가 자연스레 어울리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엄정화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최고의 앨범 〈Prestige〉
지누와 엄정화, 두 사람의 톤을 잘 조율해낸 결과물 ‘Friday Night’과 ‘Shining Star’가 지나가고 나면 작년 말을 여러 가지 의미로 뜨겁게 달궜던 문제의 타이틀곡 ‘Come 2 Me’가 나옵니다. 전체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트랙이고, 엄정화가 그간 고수해왔던 음악 스타일의 연장선상에 놓인 곡이지만, 곡의 만듦새만큼은 같은 앨범의 다른 곡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엄정화가 지누와 함께 작곡한 몇몇 곡 중 근래 대중에게 가장 자주 노출되는 ‘바람의 노래’는 빠른 박자에 엄정화의 처연한 목소리가 실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서늘하게 하지요. 그리고 W와 함께 작업한 ‘Ticket To The Moon’이나, 페퍼톤즈와 함께 작업한 ‘여왕 폐하의 순정’은 엄정화의 목소리가 어떻게 당대 일렉트로니카 신과 조화롭게 어울리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트랙입니다. 특히나 페퍼톤즈 특유의 발랄하고 방방 뜨는 비트에 맞춰 엄정화가 나지막이 노래하는 ‘여왕 폐하의 순정’은 제법 잘 어울립니다. 10집이 나온다면 페퍼톤즈의 참여비중을 조금 더 높여도 좋을 거예요.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은 지누와 함께 작곡한 ‘사랑해, 사랑해’라는 곡입니다. 앨범 속지를 보면 피처링 명단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겁부터 더럭 나는 트랙이지요. 듣기 전에는 ‘설마 이 사람들이 다들 합창이라도 한다는 걸까’ 하는 상상을 잠시 했었습니다만…. 잠깐 피처링 명단을 쭉 적어볼게요. ‘최화정, 서은영, 정선희, 홍진경, 이소라, 이영자, 전덕중, 김만집, 황정민, 서동철, 마틴.’ 누가 보더라도 대번 ‘엄정화의 든든한 지원군들이군’이란 생각이 들 때쯤, 음성사서함에 녹음된 친구들의 메시지가 전주 후에 흘러나옵니다. “어, 정화야. 난데, 앨범 녹음 잘 되고 있어? 그, <미스터 로빈 꼬시기> 포스터 나온 거 봤어. 정말 예쁘게 잘 나왔더라”라고 살갑게 안부를 건네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이 기나긴 피처링 명단의 의미를 알게 되는 거죠. 뒤에 조용히 깔리는 엄정화의 허밍을 배경으로, 힘내라는 말, 보고 싶다는 말, 밥이나 한 끼 하자는 말, 보내준 김치 잘 먹으라는 말 등의 시시콜콜하지만 소중한 친구들의 메시지가 계속 흘러나오는 이 곡으로 9집 〈Prestige〉는 그 문을 닫습니다. 앨범의 문을 닫는 이 곡으로 엄정화는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그들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지요. 이 곡으로 엄정화는 일종의 헌사를 합니다. 적어도 제겐 이 곡이 ‘나는 이 앨범이 정말 자랑스럽고, 이 앨범을 사랑하는 당신들과 함께하고 싶다’라는 제스처로 보여요.

글쎄요. 어쩌면 첫 글부터 지나치게 주관적인 시선으로, 편파적으로 옹호만 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 이번 〈Prestige〉 앨범은 작년 한 해 한국에서 나온 모든 팝 앨범 중 최상위에 올라가 있는 앨범입니다. 엄정화의 모든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서도 이만한 완성도와 이만한 음악적 성취를 이뤄낸 음반이 없었고요. 한 장의 디스크 안에 대중성과 음악성 두 마리 토끼를 내실 있게 잡아낸 흔적이 여실한 이번 앨범은,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 싫을 정도로 판매량이 저조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이 앨범을 사고 계실 분이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이 앨범을 사던 작년 12월까지만 하더라도 판매량은 제가 다 억울할 지경으로 적었거든요.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엄정화 무대의 선정성을 준엄하게 꾸짖던 그 ‘문화비평가’ 분들은 이 앨범을 돈 주고 사셨을까요?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엄정화의 란제리룩을 꾸짖던 그분들이 앨범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셨다면 적어도 ‘음악성이 떨어지니까 섹스어필로 만회하려 한다’는 식의 말씀은 안 하셨을 텐데 말입니다.

제 글은 - 두렵게도 - 앞으로도 아마 계속 이렇게 편파적인 시선을 유지할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동의하시고, 어떤 분은 동의 못 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글 쓰는 사람치고 많은 사람의 동감을 얻뾽 걸 꺼릴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전 독자 여러분이 제 글을 읽고 한 번 정도는 엄정화라는 아티스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엄정화 무대의 ‘선정성’에 눈살을 찌푸리셨던 분이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겠지요. 만약에 제 글을 보고 이번 앨범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분이 계신다면, 이 글은 의도했던 목적을 추가 달성한 거겠지요. 그런 분이 계시다면 지금 이 창 맨 위에서 ‘음반’을 눌러 엄정화 9집을 카트에 담으시면 어떨까요. 원래 뭐든 결심이 섰을 때 저지르고 봐야 하는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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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땡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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