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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과 함께하는 미국 개척의 역사 - 『초원의 집』

요즘에야 수많은 외국 TV 시리즈물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안방으로 들어오지만, 막 컬러 TV가 보급되기 시작했던 80년대 초에는 몇 안 되는 TV 시리즈물이 안방극장에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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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수많은 외국 TV 시리즈물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안방으로 들어오지만, 막 컬러 TV가 보급되기 시작했던 80년대 초에는 몇 안 되는 TV 시리즈물이 안방극장에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중 일요일 낮의 평온한 시간대를 점령했던 정말 평온한 시리즈물이 하나 있었는데, <초원의 집>이라는 이름의 미국 TV드라마였습니다.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미국 개척시대 한 가족의 이야기는 전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인기 시리즈로 등극했는데, 그 원작이 오늘 소개할 책,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자전적 소설 『초원의 집』입니다.

총 9권으로 구성된 책은 미국 개척시대에 희망을 품고 서부로 넘어가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잉걸스 가족의 이야기를 둘째 딸 로라의 시점에서 그려낸 소설입니다. 실제 소설 속 인물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의 어릴 적 아름다웠던 경험을 되살려 9권의 책으로 출판했는데, 1~4권은 로라의 어린이 시절 위스콘신 숲 속에서 태어나 서부로 넘어가기까지의 이야기, 5권은 로라의 남편이 보냈던 소년 시절의 이야기, 6~9권은 서부 도시의 발달과 함께 중소 서부도시에서의 생활을 그려낸 사춘기~청년기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로라는 어느 숲 속의 작은 통나무집에서 태어납니다.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운 대자연의 깊은 품속에 마련한 작은 통나무집은 잉걸스 가족의 따뜻한 보금자리입니다. 아빠는 사람이 북적대는 곳보다는 사슴과 토끼가 자유롭게 뛰놀고, 언제든지 신선한 열매와 과일을 얻을 수 있는 자연 한복판을 좋아해서 숲 속 한가운데에 집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 사이에는 메리, 로라, 캐리, 그레이스 네 명의 딸이 차례로 태어나 숲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자라납니다.

이 가족의 살아가는 이야기 중 가장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은 바로 자급자족의 생활에 대한 풍부하고 세밀한 묘사입니다. 오직 한 가족만 숲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들은 모든 의식주를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해결해야만 합니다. 우유를 짜 모았다가 위에 뜬 크림만을 모아 가죽 주머니에 넣고 온종일 두드려 만드는 버터, 사슴을 잡아 고기를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큰 나무의 속을 파내어 그 안에 넣고 히코리나무 연기를 올려 만드는 훈제 사슴고기, 첫눈이 내릴 즈음에 단풍나무에 생채기를 내어 흐르는 즙을 모아 만드는 메이플 시럽…. 고요한 자연 속의 일상을 그려내는 작가의 회상은 여간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아빠는 집부터 짓기 시작했다. 걸음걸이로 집의 치수를 잰 후, 삽으로 그 공간의 양옆을 따라 좁고 긴 구덩이를 팠다. 그리고 구덩이에 큰 통나무를 굴려 넣었다. 집을 떠받쳐야 하기 때문에 상한 데가 없이 완전하고 튼튼한 통나무를 사용했다.

이어서 아빠는 튼튼하고 큰 통나무를 두 개 더 골라 밑틀의 양끝에 걸쳤다. 이렇게 하여 네 개의 통나무가 네모꼴을 이루었다. 이제 아빠는 밑틀 위에 걸쳐놓은 통나무의 양끝을 도끼로 찍어 깊고 넓은 새김눈을 만들고, 완성된 통나무를 굴려서 밑틀 위에 엎어놓자 새김눈에 밑틀이 끼어들어가 단단히 맞물렸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조금씩 통나무들을 쌓아 올려가며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

(…) 아빠는 벽 위에 올라가 어린나무로 만든 지붕 뼈대 위에 포장마차 포장으로 썼던 천막을 씌웠다. 이로써 간단한 형태의 통나무집이 완성되었다.」

-『초원의 집』 2권 중 통나무집 만드는 부분에서 발췌


로라 잉걸스 와일더 (본명 : Laura Ingalls Wilder)


로라네 가족은 위스콘신 숲 속에서 처음 시작해 많은 사냥감과 기름진 땅이 있는 서부 대초원으로 옮겨 갑니다. 초원에서 잉걸스 가족은 갑작스런 들불도 만나고, 인디언과 함께 살면서 여러 가지 긴장되는 순간과도 맞닥뜨립니다. 정부의 서부개척 정책에 휘둘리면서 때로는 강제로 이주당하고, 때로는 메뚜기 떼를 만나 한해 농사를 망치기도 하는 등 고단한 순간을 끊임없이 만납니다. 그러나 로라의 아버지는 한결같습니다. 아버지는 소설 전체에서 항상 딸들에게 관용구처럼 말합니다.

“그래 얘들아, 언제나 그렇듯이…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란다.”

바이올린을 잘 켜고, 매사에 적극적이며 자연을 사랑하고 적을 만들기 싫어하는 아버지의 평생 입버릇이 바로 저 말입니다. 백인에게 적대적인 인디언이 집에 들어와 모피와 식량을 몽땅 들고 가도, 메뚜기 떼가 갑자기 닥쳐와 수확하면 빚을 갚기로 했던 밀밭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이주 중에 마차가 시냇물을 건너다가 물살에 떠내려갈 뻔했을 때에도 아버지는 한결같습니다. 가족의 생계와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의 이 한마디는 항상 자신만을 의지하는 아내와 어린 딸들의 놀란 마음을 풀어주며,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소설 전체를 통해 늘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됩니다.

사실상 『초원의 집』 주인공은 로라의 아버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가 보여준 자연과의 교감, 딸들을 향한 끝없는 애정과 지치지 않는 유머와 위트는 소설 전체에서 고단한 개척 가정을 받치는 기둥이 되며, 주인공 로라와 네 자매의 영혼을 만드는 근간이기도 합니다. 개척시대의 전형적인 아버지상으로서 자리 잡은 로라의 아버지 캐릭터가 없었다면 소설이 갖는 매력은 훨씬 줄어들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유쾌하고 듬직한 아버지가 딸들을 지켜줬다면, 학교 교사 출신인 어머니는 신앙심 깊고 딸들에게 엄격합니다. 언니 메리보다 장난이 심했던 로라는 매일같이 어머니에게 불량한 태도와 에티켓 문제로 혼이 나곤 합니다. 특히 딸들이 다른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자연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남에 대한 예절이 부족할 것을 크게 염려하는 어머니는 유독 딸들에게 매너를 강조합니다.

이런 부모님 밑에서 네 자매는 서서히 자라가고, 그와 동시에 미국 사회는 조금씩 발전합니다. 처음에 허허벌판에 직접 통나무로 집을 지어야 했던 시대를 살던 로라의 아버지는 조금씩 미국 정부의 서부개척 정책에 발맞추어 서부로 진출하고, 그 속에서 인디언들과 조우하며 동부와 서부를 잇는 철도 건설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처음에 마차를 타고 이동했던 로라의 가족은 어느 날부터는 기차를 타기 시작하고, 서부의 작은 마을이 서서히 커지면서 마을을 거쳐 도시로 가는 과정 또한 가족의 역사와 함께 진보합니다.

드라마 <초원의 집(Little House on the Prairie)>의 가족들


미국이라는 나라가 여타 민족국가와는 남다른 시초가 있다는 점, 그래서 미국에는 이렇다 할 건국신화가 없다는 점에서 『초원의 집』은 미국 역사의 그 공백을 충분히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모양입니다. 위스콘신에서 캔자스에 이르는 실제 무대를 배경으로 작가의 세밀한 기억력이 되살려 내는 건국 초기의 프런티어 정신은 국가의 시초를 궁금해 하는 많은 미국인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저 넓은 초원과 뛰노는 야생동물뿐이었던 아메리카 대륙을 그들의 선조가 어떻게 개척해 나갔는지를 풀어낸 『초원의 집』은 미국인만의 건국 신화입니다.

한국의 독자에게야 미국 건국 신화로서의 의미는 크지 않겠지만, 대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 미국 개척시대가 가진 새로운 형태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 참고로 이 책은 일반적으로 어린이용 도서로 분류되지만, 어른이 읽어도 그 재미가 줄어들거나 유치한 느낌을 주는 구석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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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아하고 고고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책 읽기가 어느 날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어디 가서 취미가 책 읽기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책보다 좋은 것은 먼지 날리는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하루 두 번 오는 버스 기다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가 좀 더 들고 감성과 지성이 경륜으로 불릴 쯤이 되면 포크 가수로 전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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