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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에 있는 '만화 도서관' 탐방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둘째가 “우와~~~~” 탄성을 지르네요.^^ 그럴 만도 한 것이 그곳에는 1만 3천여 권의 만화책이 빼곡하게 책꽂이를 채우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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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 천호역에서 암사 방면으로 걷다 보면 천호동 공원을 만나게 됩니다. 12월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큰아이가 천호동 공원 안에 있는 [청소년 미디어 센터]에서 수업을 받게 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보았습니다.

큰아이는 수업에 들어가고 남은 시간 동안 둘째와 함께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다행히 강사님이 아래 1층 도서실에 이야기를 해두었으니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귀띔해 주셨습니다.

1층 도서관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자원봉사자 두 명이 유리문을 깨끗하게 닦고 있었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둘째가 “우와~~~~” 탄성을 지르네요.^^ 그럴 만도 한 것이 그곳에는 1만 3천여 권의 만화책이 빼곡하게 책꽂이를 채우고 있었거든요.

이곳은 [만화도서관]으로 ‘1318’이라 부르는 청소년(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전용공간이었습니다. 사서 분께 이야기를 하니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만화책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만화 도서관이라면 남산 애니메이션 센터 옆에 있는 [만화의 집]에 가보았지만 이렇게 집 가까이에 이런 공간이 있는 건 처음 알았답니다.^^

청소년 미디어 센터 內 [만화도서관] 전경


[만화의 집]은 만화책을 주제별로 추리·순정·코믹·학습·전문도서·일반 등으로 나뉘어 진열해 놓았는데 이곳은 ㄱ부터 ㅎ까지 가나다순으로 만화책을 진열해 놓아서 제목만 알면 찾기가 더 쉬웠습니다. 아마 이곳은 만화를 보고 나서 반납을 하면 사서가 다시 제자리에 꽂아 두는 것이 아니라 만화를 본 사람이 제자리에 꽂아놓는 시스템이라서 이용자 편의를 위해 그리 정리해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화라고 하면 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 못지않은 만화 마니아가 되었기에 눈에 띄는 만화책을 찾으려고 부지런히 서가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찾은 만화책은 바로 『내 마음속의 자전거』입니다.^^

아직 두발자전거를 못 타는 둘째가 자전거 타는 거 가르쳐달라고 졸라도 “엄마 바빠, 이제 겨울이 되었으니 날씨도 춥고 하니까 내년 봄에 가르쳐줄게” 하고 핑계만 대었는데 만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자전거와 관련된 추억을 소개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당장에라도 아이 손을 잡고 나가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둘째가 “엄마, 이거 해도 돼요?” 하고 저에게 내민 것은 하얀 봉투와 크리스마스카드였습니다. “이거 공짜래요.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주소를 적고 카드에 내용을 적어서 저기 우편함에 넣으면 여기서 공짜로 보내준대요.” 아이는 손에 예쁜 카드 한 장을 들고는 신나서 말했습니다. “누구한테 보낼 건데?” “담임선생님한테 보내려고요.”

크리스마스 카드를 무료로 나누어 드려요~


자리에 앉아 무슨 말로 시작을 할까 골똘히 생각하는 둘째를 보니 저도 카드 한 장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서 분께 카드와 봉투를 받아들고 앉았는데 그러고 보니 친구들에게 종이카드 보낸 지가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 얼굴도 순간 떠오르고 흰 종이에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친구를 생각하게 되어서 그 시간이 참으로 푸근하게 느껴졌고 이런 시간을 가질 기회를 준 도서관 측의 아이디어가 참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다 썼다!” 둘째는 풀로 꼭 붙인 편지봉투를 도서관 입구의 빨간 우체통에 쏙 집어넣고는 뿌듯한 얼굴로 언제 편지가 도착할까 벌써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이제 언니 수업 끝날 때까지 만화의 바다로 뛰어들어 볼까?”

벌써 학교수업이 끝나고 책가방을 메고 속속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중·고생 언니 오빠들이 많이 보이네요. 삼삼오오 모여 만화책도 보고 또 오늘 하루 일과를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는 모삽을 보니 이제 1년만 있으면 중학생이 되는 큰아이 생각이 났습니다.

흔히 만화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이야기하며 만화를 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비난을 하는 어른들의 태도 때문에 만화보기의 즐거움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이 작은 공간은 공부와 일상의 스트레스를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는 탈출구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만화책을 고르고 있는 아이


열심히 만화책 속으로 빠져든 아이들을 바라보니 눈이 오는 추운 겨울날 삶은 고구마를 머리맡에 두고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교과서 아래 엄마 몰래 빌려온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펼쳐놓고 정신없이 읽다가 엄마 발소리라도 들릴 참이면 후다닥 이불 속에 만화책을 숨기던 기억이 생각나서 잠시 웃음이 났습니다.

“엄마, 다음에 여기 또 오고 싶다. 엄마도 또 오고 싶어요?” 둘째가 집에 갈 시간이 되자 만화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으며 물어보네요. “그럼, 물론이지!”

그렇게 우리는 빨간 우체통과 만화가 있는 [만화도서관]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TIP]
서울시 청소년 미디어 센터 [만화 도서관]
 - 홈페이지: //media1318.net/mediacenter/program03.html
 - 이용시간: 매주 화요일~일요일(2시부터 8시) / 방학중(오전 11시~8시) / 월요일, 국경일 휴관
 - 이용대상: 청소년(중·고생)
 - 전화: 02-470-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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