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에서는 연말 특집 - ‘키워드로 보는 2006 출판 트렌드’를 12월 동안 매주 목요일 총 4회 연재합니다. 키워드는 2006년 출간된 도서 종수와 판매량을 근거로 추출되었으며, 각 키워드에 해당되는 책 중 출간 의의나 기획에 있어서 가장 주목할만하다고 평가되는 책을 한 권 선정, 해당 책을 책임 기획, 편집한 제작자를 만나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듣는 것이 이번 특집의 내용입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에 찾아갈 ‘채널예스 연말 특집 - 키워드로 보는 2006 출판 트렌드’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연재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2월 7일 : 자기 계발 (대표도서 - 『달란트 이야기』) ▶12월 14일 : 좋은 부모 역할 배우기(대표도서 - 『부모와 아이 사이』) 12월 21일 : 음모(대표 도서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12월 28일 : 2030 여성(대표도서 - 『모든 여자의 인생은 이십 대에 결정된다』)

대한민국 출판시장에서 ‘우리 아이 영재로 키우기’ 식의 책은 그 종수도 상당하거니와, 지금도 꾸준히 나올 만큼 인기다. 또 한국 출판계에서 아동서 시장은 절대적일 만큼 넓다. 자리를 잡을 만큼 성장한 출판사가 아동서 출간에 뜻을 품는 절차를 밟는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의 최대 손님도 자타공인 한국이다. 물론 양서로 어린아이들에게 양식을 키워주고 교육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일조하려는 소망과 함께, 아동서 시장 자체가 워낙 넓다 보니 도전해 보고픈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아동서 출판 시장은 그야말로 치열한 격전장이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책 많이 읽어서 손해날 것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왕이면 그 와중에 학습효과도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품는다. 그런데 책을 읽고 있자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책이나 읽고 앉아 있느냐고 면박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주로 중·고등학교에 들어서면 시작되는 일로, 대학만 가면 책을 읽든 뭐를 하든 맘대로 하라며 학과공부나 열심히 쫓아가라는 얘기였다. 그전까지는 책 좋아하는 아이가 자랑거리가 됐지만, 입시전에 뛰어든 바에야 시간 많이 드는 독서습관은 학업에 방해가 될 뿐이었다. 그리고 청소년 교양서, 문학서 시장은 누가 물 한번 뿌려주지 않는 불모지에 가까워졌다. 달라지는 부모들 세월이 바뀌어, 이제는 입시생이 책 읽기 좋아하는 것은 미덕이 되었다. 아마도 논술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장기간의 습관적인 독서보다는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비법’에 의존하는 면이 많아 역효과라는 비판도 거세지만, 독서와 스스로 생각하기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도 점차 퍼져가고 있다. 꼭 논술이 아니라고 해도 흐름을 바꾸어 보려는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가 커지고 있는 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모 노릇이란 배우지 않아도 자연히 아는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가장 가깝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서로 잘 모르는 것이 가족 사이일 때도 적지 않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에만 매진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부모 노릇도 배워서 익혀야 할 때라는 자각이 높아지고 있다. 또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아이만 잘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니, 아이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라도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부모도 행복해야 하고 서로 상처주지 않으면서 격려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일까? 2006년 출판계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책이 한 분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2006년 출판계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책이 한 분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엄마학교』『현명한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다』『사랑이 서툰 엄마 사랑이 고픈 아이』『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부모들의 대화기술』 등이 출간되었다. 아동서와 교육서를 내는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영업자로 일해 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양철북을 창립하고 학부모와 교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서와 문학서를 내는 조재은 대표를 만났다. 부모-아이 사이를 다룬 책으로서는 이미 오랫동안 고전의 자리를 지켜온 『부모와 아이 사이』를 찾아낸 기획자다. 교육 전문 출판사로 자리 잡은 양철북 조재은 대표는 아동서와 교육서를 많이 내는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창업을 결정하고 나서는 교육 전문 출판사로 자리 매김을 하자고 생각했다. 교육적 가치를 담지 않은 책은 내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청소년 소설을 낼 때도 교육이라는 주제가 살아 있는 책을 만들려고 늘 유념하고 있다. 조 대표가 출판사를 시작할 때, 청소년 문학의 본격적인 시장은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었다. 교과서나 학습서 위주의 시장이었지, 인문학이나 문학 등이 청소년에게 읽힐 시장은 형성되기 어려웠다. 지금은 청소년 인문서나 문학 쪽으로 많은 출판사에서 기획을 도모하고 있다. “아주 어려웠던 시절에는 한국 사회의 질서도 수직적이고,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죠. 하지만 급속한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교과서 중심의 교육이 막을 내렸다고나 할까요?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다지만, 지금 사람들 사는 건 오히려 더 불안정해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불황이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바라는 것은 더 커졌고요. 사회가 더 복잡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또 공부 잘하는 것만이 인생을 순탄하게 해주던 시절이 지나갔습니다. 스포츠 스타나 프로게이머가 이름을 떨치고, 그들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자기가 잘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지요. 학교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바뀌고 제도도 바뀌다 보니,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도 그 하나이고요.” 1990년대 말부터 지역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한 독서연구회가 생겨서 열심히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때 유아의 부모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청소년을 키우면서 그들이 읽을 수 있는 책에 관심을 쏟게 되었다. 아이들 책이라면 전집류 하나 갖춰놓으면 되었던 때에서 한층 다양한 책을 접할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논술의 영향은 어떨까? 조 대표는 논술은 청소년 문학과는 다른 시장이라고 보고, 독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느끼는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논술 교육이 지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너무 어렵고, 허식도 없지 않지요.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게 책 한 권 읽어서 될 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독서가 공부처럼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책을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한다면 현재 독서운동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요. 수행평가 같은 것 때문에 누가 시켜서 읽어서는 말입니다.” 청소년에게 자기 스스로 소양을 쌓게 해주는 청소년서 시장은 이제 막 움을 틔우는 단계라고 조 대표는 말한다. 출판계 내부에 풍부한 인력을 채 갖추지 못했고, 작가군도 성인서나 아동서보다 미약하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점으로 지적한다. 부모 노릇의 길잡이 조 대표는 부모 역할에 일종의 자각 같은 것이 찾아온 시기라고 할 수 있는 때를 1990년대 중반 무렵으로 본다. 격동의 시기를 거쳐 온 당시의 초보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에게는 부족하다 싶었던 교육의 갈증을 아이에게는 그대로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다. 유아서, 아동서, 청소년 출판 시장에서 아빠들이 깨닫고 엄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의 양상이 달라졌다고나 할까요? 옛날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저도 시골에서 자랐습니다만, 옛날 한국의 시골에서는 부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할머니 손에 자라는 아이들이 많았고, 동네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타며 품앗이로 길러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할머니가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이 애는 어떻고 저 애는 어떻고 하는 얘기를 옆 이불 속에서 들으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배웠지요. 그런 전통적인 가족은 진작 해체되었습니다. 또 학교 교육은 어떻습니까? 학교 교육은 학문의 영역과 현실, 아이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일치시키지 못했습니다. 오늘의 부모들은 단절과 해체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아진 셈이지요.”

양철북 조재은 대표

그런데 기존의 교육서는 전공자를 위한 것이 많았고, 부모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책은 찾기가 어려웠다. 한때 잘난 자녀의 부모로서 경험한 책이 풍미하기도 했다. 경험을 나누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것을 대안으로까지 제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조 대표는 생각한다. “사람마다 다 다른 요구와 꿈이 있는데 그런 걸 하나로 뭉뚱그려 얕게 다루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정화 과정이 필요했지요. 오랜 경험과 임상에서 검증되어 실제에 써먹을 수 있는 책을 내보면 어떨까, 경전이 될 만한 책을 우선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술서와 개인의 자녀교육 경험담에 다리를 이어주는 책, 자녀를 교육하려고 치면 반드시 아니 할 수 없는 것을 다루는 책이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 길목 같은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강요나 부담감을 안겨주지 않고, 읽는 부모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무엇을 찾다 보니 교육심리학의 거장 하임 기너트를 만나게 된 것이지요.” 상위권의 성적과 물질적인 성공, 결과만을 주목하는 자녀교육서에는 사람이 없었다. 올바르고 행복한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 회복이 중심에 놓여 있고, 그에 대한 관심은 점점 늘어날 것이며 자녀 교육서 시장은 확대되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은 TV 프로그램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부모와 아이 사이』도 실은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결정적으로 도약했다. “『부모와 아이 사이』는 지금은 문을 닫은 종로서적 출판부에서 오래전에 구판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절판된 지도 오래됐지요. 관계자에게 연락을 해서 다시 내보겠다는 뜻을 전하며 양해를 구한 다음, 미국 출판사 측과 계약을 하려고 하니 그곳에서도 절판이 되었더군요. 알고 보니 기너트의 부인과 동료가 세상을 떠난 기너트를 대신해 개정판을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사례를 보충하거나 현대적으로 다듬은 책이 2003년, 미국과 한국에서 거의 동시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사이’ 시리즈라고 이름 붙인 책 가운데 『교사와 학생 사이』『부모와 십대 사이』도 계약해서 출간했고요. 저자 기너트의 진정성과 책의 충실함에 대한 믿음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모두 계약했습니다. 워낙 잘 만든 방송으로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전에도 출간하고 나서 지금까지 3년 동안, 알아봐 주시는 분들의 덕분으로 꾸준히 반응을 얻었던 책입니다. 이러저러한 구호보다는 시도와 경험을 통해 친절하고 검증된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것, 그것이 독자들이 보여주신 반응의 이유겠지요. 거의 모든 언어권에서 번역이 되었다는 것도,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부모들이 갖는 공통의 관심사를 보편적으로 잘 보여주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훈련이다 이제 20만 부 가까이 팔린 이 책을 읽고 자녀를 둔 많은 독자가 책의 구구절절 옳기 그지없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벅찬 심정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 상황에는 이렇게, 저 상황에는 저렇게 하라고 꼭꼭 집어주는 매뉴얼 책이 아니다. “자녀 교육이라는 것이 책 한 권으로 어떻게 해결이 되겠습니까? 카타르시스를 주면서도, 다만 부모와 자식 간이라는 이유로 관계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 있다는 것, 어떤 태도를 지니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지요. 그러니까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머릿속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훈련을 통해서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훈련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어요. 우리 출판사도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에서 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좌 프로그램을 돕고 있고요.” 책 한 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그 책 한 권을 통해 아이와의 관계와 의사소통에서도 훈련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그 훈련을 실행에 옮기는 부모가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조 대표의 바람이다. “아이들은 천사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그 자체로 오롯한 하나의 존재입니다. 기쁘고 슬퍼하는 감정, 부끄럽고 뿌듯해하는 감정을 지닌 존재지요. 그런 감정의 존재를 무시하면, 아이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결국은 부모 자신도 시간이 갈수록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와 아이 사이』를 비롯해서 ‘우리 사이’가 그 같은 문제를 일깨워 주었다면, 이제는 하나하나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키고 프로그래밍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물론 우리 출판사도 책으로 그런 프로그램에 동참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말에는 『부모와 아이 사이』 사은품으로 대화 노트를 제작하고 있지요. 부모가 자기 기분도 적어보고, 아이와의 대화도 기록하는 대화 일기장 같은 것입니다. 평화로운 소통이 이루어지는 가족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길에 다양한 방법의 연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은 계속된다 조 대표는 같은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부모와 아이 사이』 같은 자녀교육서나 청소년서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리라고는 전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완만하게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누구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또 누가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존재가 포함된 자녀교육서는 꾸준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은 설익은 상태에서, 좀 더 진정한 마음으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물론 독자들은 결국에 가서는 그런 식의 접근에 마음을 열어줍니다. 그런 책이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이지요. 특히 교육이란 그 어떤 것보다도 가치와 밀접한 영역입니다. 요즘의 부모들은 자기가 당해 왔던 것, 대학 이후로 행복을 유보하고 사는 인생은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내면적으로도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부모, 그러한 접근이 독서 시장에도 일부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우리 출판사도 그런 행복에 대한 훈련을 다양한 적용을 통해 실현하는 데 계속 힘을 쓰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느끼는 감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에 대한 이야기로 풍부해질 때,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는 책, 그리고 교사가 읽어야 할 책이 한때의 트렌드로 지나가 버리고 마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