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책은 늘 책 이상이다 - 『冊』 & 『공부』
책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경험, 다들 있으시죠? 김남일의 『冊』을 보면서 그랬던 경험이 많습니다. 서점에 담긴 추억이며, 책 욕심 이야기며, 출판사에 대한 꿈까지 여러모로 가슴을 훈훈하게 채워줬거든요.
책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경험, 다들 있으시죠? 김남일의 『冊』을 보면서 그랬던 경험이 많습니다. 서점에 담긴 추억이며, 책 욕심 이야기며, 출판사에 대한 꿈까지 여러모로 가슴을 훈훈하게 채워줬거든요.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그럴 거예요. 한번 볼까요? 책장이 미어터지는데, 심지어 책장의 중간 받침대가 휘어지는 것이 보이는데도,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빌려보는 것으로 성이 차지 않아서 기어코 구입하고 마는 경험! 그도 아니라면, 읽을 책이 있는데도 유혹에 못 이겨 또 책을 사고 마는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으시죠?
아, 그것도 있네요. 친구네 집에 갔는데, 친구가 뭐 뭐 샀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건 다 흘려버리고 눈과 마음은 그 친구의 집에 어떤 책이 있는지에만 관심을 쏟는 기이한 경험! 아니면 그건 어떨까요? 나중에 출판사를, 혹은 서점을 차리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상상하며 혼자서 피식 피식 헤헤 비실비실 웃었던 경험은 어떤가요? 그런 경험 있지 않으세요?
또 있어요. 지금은 YES24처럼 온라인 서점이 있어서 책에 대한 정보를 방안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은 아주 드물었잖아요. 그러면 신문을 보거나 아니면 서점으로 발품을 팔러 나가야 했죠. 그때, 몇 시간이나 서점에 한 자리 잡고 직원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뚫어지게 봤던 경험은 어떤가요? 다들 있으시죠?
김남일의 『冊』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감히 ‘진실’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성을 노리고 쓴 글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진솔한 이야기가 솔솔 풍겨오는데, 그 맛이 일품입니다. 다들 아시죠? 만들어진 이야기는 겉모습은 화려해도 알맹이는 없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렇지가 않잖아요. 서툴어도 재밌고, 낯설어도 금방 친해지고.
이 책도 그런 책이에요. 책에 담긴 이야기들,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만나게 해주는 책이죠. ‘책은 사랑이다! 책은 추억이다! 아니, 인생이다!’라는 말이 무색하지가 않아요.
그래, 책은 이런 맛에 보는 거지… 김남일의 『冊』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들 끄집어내는 것, 글자를 따라가면서 내 기억을 더듬어보고 그러면서 웃고, 가슴 설레는 것. 책이 아니면 어렵지 않을까요? 이 책을 보면서 ‘책이 내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봤습니다. 기분 좋게, 따뜻하게 말이죠.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나 더 던져준 책이 있어요. 이제 막 본 책인데 장정일의 『공부』입니다. 이 책은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부제가 있는데, 쉽게 ‘독서일기’의 연장선상으로 보면 좋을 것 같네요.
이 책은 책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짚어주고 있어요. 그게 뭘까요? 책 제목, 그대로입니다. 공부예요. 책으로 공부한다면, 오래전 대학입시 준비하던 시절부터 떠오르네요. 문학책을 문학으로 보지 않았죠. 지문의 첫 문장만 보고도, 이 글의 특징이 무엇인지, 주제의식은 무엇이며 이 단락에서 자주 나올 법한 문제가 뭔지 따위를 외워야 했으니까요.
그리고는 책이라는 것은 여흥거리로 전락해버렸죠. 흔히들 ‘취미’에 ‘독서’라고 쓰시죠? 정말 취미가 돼버렸어요. 취미! 하면 하지만, 굳이 하는 건 아니죠. 생활의 일부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절실한 건 아닙니다. 일상도 아니에요. 말 그대로 취미죠.
그런데 장정일은 공부를 하자고 하네요. 당연히 취미는 아니죠. 절절하게, 뼛속 깊이 공부하자는 말입니다. 어떠세요? 뜬금없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번 고개가 돌아가시죠?
그래, 책은 이래서 보는 거지… 장정일의 『공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어렵죠. 책을 읽고 공부하기에는, 예컨대 『공부』에서 소개한 미국의 극우파, 레드 콤플렉스, 친일파 문제 등은 몰라도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죠. 아니, 지장이 있어도 할 수가 없죠. 장정일 말처럼 무지할지라도, 그것을 부끄러워할 틈이 없을 정도로 요즘은 ‘바쁨’을 강요하는 시대잖아요.
지하철을 탄 시간도 광고를 보게 하고, 승진을 준비하게 하고… 심지어 성격까지 바꾸라고 강요하고 있죠. 그런 마당에 책 읽고 공부한다는 거, 한가롭게 들리죠. 하지만, 아시죠? 그렇게 살기에는 사는 게 너무 얄팍하잖아요. 팍팍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느끼지 않으세요? 아닌가요?
“책은 늘 책 이상이다!” 김남일의 『冊』에 나오는 문장인데, 이 책이나 장정일의 『공부』를 보면서 이것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책은 늘 책 이상이다!”라고요. 이 문장, 어떤가요? 동감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