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공연계는 그야말로 대목이다. 가수들의 콘서트는 물론이고, 시장이 점차 커지는 뮤지컬도 봇물 터지듯 대형 작품을 쏟아낸다. 실제로 최근 막을 올린 <에비타>에 이어 <황진이>, <명성황후>, <돈주앙>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내년 초에는 <로미오 앤 줄리엣>, <토요일 밤의 열기> 등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까지 이어지면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물론 뛰어난 작품성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따지자면 소극장에서 빛을 발하는 멋진 뮤지컬도 많다. 그러나 ‘뮤지컬’과 ‘화려한 무대 볼거리’를 동등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현란한 무대 연출을 자랑하는 대형 뮤지컬이야말로 즐거운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시작은 뮤지컬 <라이온킹>이 확실하게 열어주었다.
뮤지컬 <라이온킹>은…
<라이온킹>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이야기다. 아기 사자 심바는 왕위를 탐내는 삼촌 스카에 의해 궁지에 몰리다 결국 아버지 무파사까지 잃고 왕국인 프라이드 랜드를 떠나게 된다. 밀림을 떠돌며 어느덧 늠름한 사자로 자란 심바는 우연히 어릴 적 친구인 나라를 만나고, 스카의 악정으로 황폐해진 프라이드 랜드를 되찾는 디즈니 만화의 원작 그대로다(음악도 엘튼 존이 맡았다).
그러니까 무대의 배경은 밀림이고, 등장인물은 사람은 없고 온통 동물들이다. 뮤지컬 <라이온 킹>이 1997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한국은 세계 9번째 공연국이다) 세계 각지에서 찬사를 받는 이유는 바로 이 밀림과 동물들을 무대 위에 올려놓은 눈부신 표현력 덕분이다.
| 정글의 동물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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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억 제작비, 무대 위에 고스란히 펼쳐져
무대가 열리고 동물들이 등장한다. 일단 사자는 의상과 분장에 초점을 맞췄고, 머리 위에도 위상을 뽐내는 커다란 관을 쓰고 있다. 수사자는 좀 더 늠름하게, 암사자는 좀 더 매끈하고 오동통하게. 치타는 모형 중간에 사람이 들어가서 그의 팔 움직임대로 날렵하게 앞다리가 움직이고, 얼룩말도 사람의 다리가 앞다리가 되어 정글을 누빈다. 긴 대나무 위에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처럼 서 있는 이들은 누군가? 팔은 길게 이어져 앞다리, 다리는 뒷다리, 그리고 머리에는 역시 긴 탈을 쓴 기린이다. 놀라지 말자.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도 등장한다. 네 사람이 각각의 다리에 들어가 전체를 움직인다.
머릿속에 그려질까? 이런…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안타까움. 필자가 지닌 표현력의 한계다. 사실 뒷자리에 앉은 꼬마와 함께 “우와~”만 연이어 내질렀다. 저 의상을 어떻게 디자인했고, 만드는 데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저 의상을 입고 분장하는 데는 도대체 몇 사람이 필요할까? 의상을 입고 분장하기 너무 힘들 것 같은데 공연 기간 내내 입고 있는 건 아닐까? 다른 동물은 어떻게 꾸며질까, 신기함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무대는 어떤가? 국내 최초 뮤지컬 전용극장답게 무대는 꺼졌다 치솟았다 튀어나왔다 갈라졌다 자유자재다. 가장 멋있었던 연출은 역시 물소떼의 이동장면. 원근감을 살린 설치물에 모형 물소를 붙인 물레 같은 기구가 몇 개 달려있다. 물레를 돌리니 저 멀리서부터 물소들이 맹렬히 뛰어오는 모습이 연출된다. 역시 꼬마와 함께 “우와와와~” 환호한다.
뮤지컬 <라이온킹>의 총 제작비가 250억 원이라고 한다. 너무나 큰 액수여서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규모지만, 무대 위에 오르는 상상을 초월하는 볼거리에서 ‘돈 정말 많이 들었겠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 얼룩말은 이렇게 표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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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쉬운 점…
특별한 연기력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걸음걸이나 몸짓, 울부짖음 등에서 동물의 특성을 드러내려는 노력은 보였으나, 창의적인 분장과 의상만큼 이목을 끄는 특별함은 없었다. 특히 아역배우들이 좀 더 끼가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샤롯데 극장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이왕 새로 개장하는 거 좌석 사이 간격을 좀 넓게 해주지…, 몸집이 작은 필자도 꿈쩍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무대가 너무 좁았다. 마치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고 싶은 배우가 옆 사람과 부딪힐까 몸을 움츠리듯, 그 수많은 볼거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무대가 좀 더 컸다면 보다 웅장하고 그만큼 감동도 커졌을 텐데….
| 심바와 친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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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온킹>은!
이번 공연은 일본 기업 시키가 판권을 사서 국내에 들여온 뮤지컬이라 말이 많았다. 그러나 전후 사정 잘 모르는, 그저 공연을 좋아하는 팬으로서는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와 상상을 초월하는 표현력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신나게 놀다 나온 기분이다. 여느 공연장과 달리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아마 아이가 있었다면 꼭 보여줬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친구나 연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을 거라면 평일 공연이 좋겠다. 주말에는 아이들의 다채로운 생중계를 고려해야 하니까!
뮤지컬 <라이온킹>
2006년 10월 28일 ~ open run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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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The Lion King O.S.T (Original Broadway Cast Recording)
O.S.T | EMI/EMI(기획사) | 2006년 09월
10년을 기다려온 브로드웨이 사상 최고의 뮤지컬 라이온 킹의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레코딩!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을 각색한 뮤지컬로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되어 극찬을 받으며 1998년 토니상등 25개의 주요 상을 휩쓸면서 브로드웨이를 평정한 라이온 킹! 전 세계를 뒤흔든 엘튼 존의 "라이온 킹"의 테마곡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전 세대가 공감하는 [Circle of Life] 경쾌한 멜로디의 [Hakuna Matata] 등 만화영화에서 나왔던 유명한 노래들과 뮤지컬의 새로운 곡인 [He Lives in You]과 아프리카 스타일의 민속음악들이 추가되어 총 20곡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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