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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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따위는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란 걱정이 들 만큼 여름에서 겨울로 곧바로 넘어온 것 같습니다. 분명히 며칠 전까진 더웠던 것 같은데 강원권은 영하로 떨어지고 보드장은 오픈을 위해 제설기를 풀가동하며 인공 눈을 뿌리고 있으니 정말 겨울이 오고 있음을 실감하네요.
매년 겨울이 되면 느끼는 거지만, 한 살 더 먹게 되는 이 야릇한 기분은 시련을 경험해봤다고 다음번에 찾아오는 시련을 좀 더 현명하게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살 더 먹는 건데 별거 있나~’라며 가볍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처음 성인이 되던 해에야 ‘드디어 당당하게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다!’라는 기분에 즐거워했지만 그 이후로는 ‘휴… 한 살 더 먹었는데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걱정했던 기억밖에는 없네요. 가뜩이나 올해는 ‘마지막 20대’라는 타이틀이 걸려있어서 좀 더 시니컬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기분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20대를 마감하며 잠시 돌아보자면, 열정과 순수, 방황과 갈등 마지막으로 고뇌와 비탄으로 가득 찬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이야 일러스트레이터로 간신히 먹고살 형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부족한 재능을 극복해보고자 화장실 가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림만 그리던 시절, 불투명한 미래와 늘지 않는 그림에서 오는 깊고 깊은 딜레마. 별것 아닌 고민을 과대포장하여 패닉 상태에 빠졌던 시절,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결될 것만 같았던 터무니없는 자신감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고민도 여유가 있으니까 가능한 거였지’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들입니다만 당시에는 세상 끝에 홀로 남은 것 같은 외로움과 고독감으로 참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불과 몇 년 전 이야기를 아주 오래된 이야기처럼 하는 자신한테 놀라고 있습니다.) 아무튼 ‘20대’ 하면 떠오르는 게 질풍노도의 시기인데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그들도 스물두 살에는 절망했다』라는 제목을 보고 ‘나도 스물두 살에는 절망뿐이었어!!’라며 구입했던 책이 있어서 소개해 봅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도스토예프스키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훌륭한 문학인들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한 책인데요.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아아, 이런 천재적인 사람들도 다 비슷비슷한 방황과 갈등으로 힘들어했던 시절이 있군’ 하며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론 유진 오닐과 폴 세잔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무언가 갈등과 방황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스펜서 존슨’이나 ‘호아킴 데 포사다’ 류의 책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읽고 나면 ‘같은 이야기를 달리 꾸며두었군’이란 생각이 드는 책보단 이렇듯 남의 경험담 쪽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왠지 대단한 마케팅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신뢰가 가질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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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트 헤밍웨이> 등저/<김만중> 편역7,650원(10% + 5%)
헤밍웨이 및 위대한 작가 31명의 가장 힘들었던 시절들을 그들 전기 작가, 혹은 그들의 회고록에서 발취한 글들이다. 광기와 고독으로 살다간 천재들의 힘든 시절 기록들을 읽으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책은 삶의 위안을 가져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