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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TV를 추방하자!’외(外) 몇 가지 단상들

연전에 출판사를 운영하는 후배를 만나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평소 출판 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후배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중 하나가 “출판사 하면서 제일 힘들고 골치 아픈 게 뭐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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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봉’인가? “나 기잔데.”

연전에 출판사를 운영하는 후배를 만나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평소 출판 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후배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중 하나가 “출판사 하면서 제일 힘들고 골치 아픈 게 뭐냐?”는 것이었다. 돌아온 후배의 대답이 뜻밖이다. “출판일 하면서 새삼 확인한 건데, 언론의 행태가 참으로 꼴사나워요. 모 신문사 기자는 다짜고짜 전화해서 책 몇 권 보내라고 명령(?)하기도 해요. 기사를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나 기잔데’하는 식이죠. 정말 어이없더라고요.” 나는 되물었다. “그러면, 보내주니?” 이어진 대답이 씁쓸하다. “어쩌겠어요. 밉보이면 안 되겠다 싶어서, 보내게 되죠.”

후배의 말을 들으며 정작 곤혹스러웠던 건 나 자신이었다. 그간 공짜 책 받아보는 걸 큰 재미로 여겨왔던 데다 은연 중 그게 무슨 대단한 능력이기라도 한 양 떠벌리고 다녔던 게 걸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기자들이 그 치처럼 몰상식하거나 거지근성을 가졌으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간혹 출판사는 봉, 책은 얼마든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쯤으로 여기는 치들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작년 10월 YES24 클럽 <책 나누는 사람들>(‘성프란시스대학’ 노숙인 선생님들에게 책을 지원해주는 블로거들의 모임)을 만들면서 회원들에게 몇 가지 원칙 같은 걸 제시했던 기억이다. “우리들의 의도가 순수하고 좋은 취지를 가졌더라도, 그걸 빌미로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나 동참을 강요하지 맙시다.” 일테면, 좋은 일 한답시고 애꿎은 출판사에 무리한 할인이나 공짜 책을 요구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책은 졸려요, 어떡해야 하죠?

일주일에 이틀 논술강의를 한다. 주로 독서와 글쓰기 지도를 하는데, 강의 때마다 나오는 단골질문이 있다. “저는 책만 펴면 졸음이 쏟아져요. 이유가 뭐고, 어떡해야 하죠?” 물론 나는 그 질문에 답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되뇌곤 한다.

“일단 책읽기와 공부를 동일시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부담 갖지 말고 우선 관심 가는 분야의 책부터 읽도록 해라. 그래도 졸릴 것이다. 여러분은 영상세대니까 편안하게 보는 것에 익숙할 것이다. 반면 책읽기는 장시간 집중해야 하는 것이니 힘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내다. 한번쯤 독하게 마음먹고 졸음을 물리쳐봐라. 이후 놀라울 정도로 속도가 붙고,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내용 파악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도 없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단지 재미, 감동, 교훈, 지식만이 아니다. 그에 못지않게 값진 건 성취감을 느끼는 거다. 졸음을 참고 마침내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그때 오는 뿌듯함 말이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다보면 저절로 책읽기가 즐거워 질 것이다.”

거실의 TV를 치우고, 책장을 놓자!

등장한지 100년도 안된 ‘TV’가 수천 년 역사를 가진 ‘책’을 물리치고 대한민국 온 가정의 거실을 점령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형 주거형태가 일반화된 뒤 TV의 집안 내 위치(혹은 위상)는 확고부동해졌다. 어쩌면 하나의 공식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거실의 한쪽 면은 TV, 반대편엔 소파를 놓는 게 말이다.

책 소개를 하고 있는 라디오방송에서 “거실의 TV를 치우고, 그 자리에 책장을 놓자”고 연거푸 제안했던 적이 있다. 청취자들의 구체적 반응은 들은 바 없지만, 내 말을 듣자마자 감행했노라고 자랑스럽게 거실 사진을 찍어 보여준 후배는 한명 있었다.

재작년 딸아이들이 하루 종일 TV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을 보다 못해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사리 거사를 결행했던 기억이다. 이후 우리 아이들은 책하고 놀고, 책과 함께 이야기 하고, 책과 함께 잠을 자곤 했다. 안타까운 건 작년 여름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온 뒤 다시 TV가 거실의 점령군이 되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 오늘도 호시탐탐 역전을 노리고 있다.

YES24, ‘책 향기 나는’ 서점이 되고 있나?

연초 YES24 주최 ‘2005 올해의 책’ 시상식에 참석해 네티즌 대표로 인사말을 했던 적이 있다. 거기서 이런 말을 했다.

“YES24를 자주 이용한다. 가격할인 때문이 아니라 편리하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의 책에 선정된 책과 저자, 출판사, 그리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YES24에도 축하의 말을 하고 싶다. 한 가지 당부하건대 좀 더 책의 향기가 묻어나는 곳, 사람 냄새나는 YES24가 되었으면 한다.”

커뮤니티를 좀 더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YES24의 생명력과 경쟁력은 ‘Jam’과 ‘채널예스’로 대표되는 탄탄한 커뮤니티에서 비롯된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그러나 근래 YES24의 커뮤니티 공간을 들여다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산뜻한 기획이 종적을 감춘 듯하다.

원인은 자명하다. 회사의 인식부족과 그에 따른 인색한 투자 때문. 최근에 알게 된 깜짝 놀랄 만한 사실 하나 - YES24의 ‘거대한’ 커뮤니티 공간을 관리·운영하는 담당직원이 각 섹션별로 고작 한 명씩에 불과하다는 것.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기획·관리·운영해야 하는 온라인 서점업계 1위 YES24의 주요 커뮤니티 섹션을 고작 한 명씩의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편집인의 기획력과 편집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편집의 방향과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 개발이 매체 성패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는 ‘채널예스’를 단 한 명의 직원이 기계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데만 매달리고 있다는 건 안타까움을 넘어 난센스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어느덧 채널예스는 웬만한 웹진을 능가하는 인터넷의 주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는데 말이다.

근래 채널예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혼란스럽기 만하다. 더불어 근본적인 의문들이 고개를 내민다. 과연 채널예스의 운영과 편집의 원칙은 무엇인가? 각종 문화 콘텐츠를 백화점식으로 늘어놓는 게 우선인가, 아니면 ‘책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집중 발굴, 육성, 개발하는 게 우선인가?

현재 채널예스에서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건 단연 만화, 영화, 드라마 관련 콘텐츠들이다. 물론 책 관련 콘텐츠가 수적으로 다수이긴 하지만 독자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썰렁한 편이다. 썰렁한 반응에는 그럴 만한 분명한 원인이 있다. 만화, 영화, 드라마 분야의 칼럼니스트들이 대체로 검증된 외부(?)필진들이라면 책 관련 칼럼을 올리고 있는 필진들은 대부분 아마추어들이기 때문(‘기획리뷰’ 제외). 그래서 책 관련 콘텐츠의 경우, 글의 퀼리티가 널뛰기를 하고 주제 선정에 있어서도 시의성과 거리가 먼 경우도 속속 발견된다.

그러나 채널예스 내의 아마추어리즘은 한계이면서 동시에 커다란 장점이기도 하다. 전문기자나 수준급 전문필자의 맛깔스런 글보다 아마추어의 깔깔하면서도 팔딱팔딱한 글이 오히려 네티즌들의 공감을 자아낸다는 건 이미 YES24의 네티즌 독자 서평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어딘가 허전하다.

결론적으로 채널예스에 바라건대, 인터넷 ‘서점’의 성격과 위상에 맞는 책 관련 콘텐츠 개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문화 전반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미국드라마나 일본만화 등을 굳이 한국의 대표 인터넷서점 YES24에서 ‘부양’할 필요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이런 건 어떤가. 출판인들의 출판현장이야기, 서점·문단·학계의 동향 및 국내외의 문화계 이슈 등을 다루는 칼럼란을 통해 그네들과 일반 독자와의 거리를 좁혀주는 것. 그게 어쩜 ‘출판사도 서점도 죽어 가는데 온라인 서점만 행복하면 그게 행복이냐’는 독설 혹은 위악적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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