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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 백재현의 <루나틱>!

과연 개그맨이 만든 (평소 개그맨의 뇌구조는 일반인과 다를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뮤지컬, 그 뮤지컬이 주는 감동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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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를 하던 백재현이 뮤지컬 연출을 한다기에 당연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시간과 금전이 허락된다면 보고 싶은 공연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봐야할 공연에 백재현의 <루나틱>이 떡하니 자리 잡게 됐다. 필자가 외면하는 사이, 기발한 웃음을 선사하는 <루나틱>은 입소문을 타고 뮤지컬 예매순위 1위까지 당당히 올라섰던 것이다. 과연 개그맨이 만든 (평소 개그맨의 뇌구조는 일반인과 다를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뮤지컬, 그 뮤지컬이 주는 감동은 어떤 것일까?

루나틱(lunatic)??

살짝 미쳐 행복한 <루나틱>
일단 ‘루나틱’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달의 신 ‘Luna'에서 파생된 말인 'lunatic'은 ‘미치광이, 정신이상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무엇에 미쳤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뮤지컬 <루나틱>에서 ‘미쳤다’는 바로 ‘열정’을 의미한다. 즐겁고 열정적인 사람들, 미쳤기에 행복한 사람들.

그래서 뮤지컬 <루나틱>은 무대 자체가 아예 정신병동이다. 다소 과장된 몸짓의 여의사, 그리고 3명의 환자. 무대는 이들이 집단발표를 통해 자신이 ‘루나틱’이 된 사연을 공개하는 과정으로 채워진다. 연기자는 달랑 4명이지만 춤과 노래가 되는 ‘나제비(환자)’, 섹시한 푼수 닥터 등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라 전혀 지루할 새가 없다.

특히 <루나틱>은 전체적으로 코믹함과는 다른 기발한 웃음을 선사한다. 당연히 웃길 줄 알았던 부분에서 반 박자 늦게 터트리는 시간차, 미묘한 애로버전을 황당한 몸짓으로 넘기는 돌려치기, 섹시함을 물씬 풍겨놓고는 안 되는 웨이브와 푼수 같은 표정으로 허를 찌르는 황당함, 전혀 상관없는 scene에 앞선 장면의 연기를 갖다 붙이는 의외성 등 무대 전체에 백재현의 감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루나틱>의 웃음코드는 일반적인 공연이 주는 재미보다 한 단계 위인 것이다(역시 개그맨의 뇌구조는 일반인과 다르다!).

뛰어난 반전! 아쉬운 반전..

<루나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반전’이다. <루나틱>이 open run(마감이 정해지지 않은)으로 진행되는 만큼 앞으로 공연을 볼 사람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관객들은 100% 속고 만다. 그 같은 설정과 연기력은 정말 뛰어나다.

소극장이라 무대의 열기가 바로 전해진다

그러나 모름지기 ‘반전’이란 치고 재빨리 빠지는 것이 묘미일진데, 호흡이 너무 길게 갔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덕분에 잘 유지되고 있던 재미와 유쾌함의 맥도 끊긴다. 마무리도 다소 엉성하다. 물론 그것이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용의 개연성이 떨어져 공감 역시 덜하다. 관객을 감쪽같이 속인 설정과 연기력이 아까울 정도다. 쇼킹한 건 좋지만 억지스러워서야 되겠는가?

그런가하면 기대했던 또 다른 반전이 없어 아쉽기도 했다. 극의 흐름을 이어가는 굿 닥터, 여의사. 처음부터 그녀의 말투나 몸짓이 범상치 않았기에 마지막에 한 방 터트릴 줄 알았는데, 그냥 섹시한 무대가 끝이었다. 그녀 역시 ‘루나틱’으로 드러났다면 ‘모두가 환자’라는 그들의 외침이 훨씬 설득력 있었을 텐데.. 아쉽다.

<루나틱>의 또 다른 재미, 백재현의 무대 인사!

그렇다. 무대가 막을 내리면 반가운 얼굴 백재현이 올라와 인사를 건넨다. 개그맨 아니던가? 말 한 마디, 표정 하나하나가 그대로 웃음, 개그콘서트에 와 있는 기분이다. 그러는 사이 연기자들이 무대 앞으로 빠져나간다. 백재현은 공연 환경이 열악해 무대 뒤에서 바로 나가는 통로도 없다며, 입소문을 더 내달라고 너스레다. 본인도 솔직히 <오페라의 유령>보다 재미없는 것은 알지만, 광고도 없이 30만 관객을 동원했다며 자랑도 한 보따리다.

‘창작뮤지컬’은 세계적인 작품들이 갖는 튼실한 스토리나 화려한 무대, 스타급 배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대자본이 모두 결여돼 있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기에 어쩌면 상당히 무모한 도전이다. 그러나 다 알면서도 ?어든 이들, 열악한 무대 위의 이들이 바로 ‘루나틱’이 아니겠는가? 솔직히 <오페라의 유령>보다 재밌으려면 많은 것들을 보충해가야겠지만, 무대 위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을 보니 ‘살짝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는 그들의 기획 의도는 제대로 전달된 듯 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일이든 사랑이든 미치도록 몰입해 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인생은 행복하다. 누구보다 당당하기 때문이다.


<루나틱>
2006년 6월 30일 ~ open run
대학로 예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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