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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로 듣는 연주, 막심 콘서트

그가 돌아왔다. 190cm의 훤칠한 키에 오뚝한 콧날, 우수어린 눈빛으로 뭇 여성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막심 므라비차(Maksim Mrvica)! 혹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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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190cm의 훤칠한 키에 오뚝한 콧날, 우수어린 눈빛으로 뭇 여성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막심 므라비차(Maksim Mrvica)! 혹시 배우? 아니다, 그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로, 정통 클래식으로 입문했으나 바네사 메이(Vanessa Mae)와 본드(Bond)를 키워낸 프로듀서 Mel Bush(멜 부쉬)에 의해 일렉트릭과 손잡았다.

수려한 외모의 막심

클래식한 요소가 짙었던 지난 내한공연과 달리 이번 공연에는 그의 밴드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무대 조명이 켜지고 드럼과 퍼커션, 베이스, 역시 훤칠한 미녀 현악단이 자리를 잡자 객석에서는 긴장감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다. 이윽고 막심이 성큼성큼 걸어 나오고, 팬들은 참아왔던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멋져도 되냐’고 묻는 듯한 함성을 내지른다. 청바지에 쓸어 묶은 듯한 머리, 팔찌에 문신. 폭주족 같은 복장으로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살인미소를 날리는 이 ‘크로스오버함’이라니..!

첫 곡은 3집에 실린 ‘Nostradamus'. 바로 이거다. 하늘 어딘가를 응시하는 눈, 발레리노 같은 팔 동작, 드라마틱한 모션. 특히 막심의 외적인 면이 갖는 효과 때문인지, 이번 공연에는 여러 각도에 카메라가 설치돼 그의 현란한 연주를 보다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짧은 인사말과 함께 막심의 속주가 가장 돋보이는 'Flight Of The Bumble Bee'와 'Exodus',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이어지면서 이대 대강당은 뜨거운 열기로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하다.

그러나 가장 돋보여야 할 막심의 연주가 MR(반주만 있는)과 다른 세션들의 연주소리에 묻힌다. 이건 CD로 듣는 것보다 소리가 좋지 않다. 속주부분의 현란한 연주는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도 세세하게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밴드라고 하기엔 MR 비중이 커서 live 느낌도 기대에 못 미친다. 또 카메라도 건반 위쪽에서 잡았다면 벌새의 날갯짓 같은 막심의 손놀림을 제대로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팬들이 격정적이고 강인한 일렉트릭 사운드에 환호하지만 막심은 항상 자신의 기본이 정통 클래식에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크로아티아에서는 1년에 몇 차례 공연을 여는데, 대부분 클래식 연주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무대에서도 1부를 마무리하며 Bach의 ‘Aria from Goldberg Variations' 등 2곡을 피아노 독주로 선사했다.

10월 발매 예정인 막심 4집 앨범 자켓
2부 무대는 드보르작의 ‘New World Concerto'를 시작으로, 10월 발매 예정인 4집에 실릴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과 'Nathrach'로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보다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다. 팬들이 막심에게 기대하는 격정의 바로 그 무대며, 이제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팬들의 환호는 고막이 터질 듯한 괴성에 가깝다. 이러다 그 옛날 Cliff Richard 공연 때처럼 부끄럼가리개(^^)를 벗어던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다. 'Totentanz'와 앵콜곡인 ’Cubana'까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의 연주를 두고 ‘타건’이라고 하던가? 건반이 부서질 듯 내리치는 힘과 그 안에서 살아 숨쉬는 섬세함, 무엇보다 어찌나 빨리 돌아가는지 보이지도 않는 그의 기다란 손가락, 모두 환상이다.

막심만큼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여럿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 듣는 이를 열광하게 만드는 연주가는 드물다. 특유의 다이내믹한 연주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갖는 단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깨부수고,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지닌 고루하고 지루한 면을 뒤흔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루 8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 연습하는 그의 후천적인 노력과 함께, 그 연주만큼 돋보이는 선천적으로 빼어난 외모와 카리스마가 연결돼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그야말로 눈과 귀로 듣는 연주인 것이다.

막심의 연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단연 뮤직비디오를 권한다. 근사한 피아니스트가 선보이는 환상의 몸짓, 그 안에서 작렬하는 격정적인 울림! 막심이 공연 마지막쯤에 객석을 향해 들어올렸던 엄지손가락돃럼, 이제 그는 당신의 베스트 뮤지션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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