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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휴가 보내기 3. 맘껏 웃으며 더위 날리자! - <폴 인 러브> & <라이어>

실컷 웃을 수 있는 유쾌한 공연 두 편, 뮤지컬 <폴 인 러브>와 연극 <라이어>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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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어린이는 하루에 3백 번 웃는 반면 성인은 고작 열일곱 번 웃는다고 한다. 자연 진통효과에 기의 흐름까지 부드럽게 해서 ‘웃음치료’라는 게 있을 정도인데, 어쩌다 이 좋은 웃음을 멀리하게 된 걸까? 휴가라는 것이 결국은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 기운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면 재밌는 공연을 보면서 마음껏 웃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휴가라 할 수 있겠다. 실컷 웃을 수 있는 유쾌한 공연 두 편, 뮤지컬 <폴 인 러브>와 연극 <라이어>를 소개한다.

* 뮤지컬 <폴 인 러브>

인기절정의 김다현 - 느끼한 바람둥이 역이 제격이다
1분이면 세상의 모든 여자를 유혹할 수 있다는 바람둥이. 꽃미남에 깔끔한 매너, 느끼하지만 듣기 좋은 말들, 관객들 수십 명은 자지러지게 만드는 눈웃음을 보니 빈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던 그가 결혼을 앞둔 동생의 약혼녀를 보고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능숙한 레퍼토리는 어디가고, 그녀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떨리고 말문이 막힌다. 삐리리~ 사랑에 빠진 것이다! 한편 그의 동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 공포증에 시달리는데.. 천하의 바람둥이는 이 기회를 얼씨구나 부여잡을 것인가?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큰 감동이나 깊이를 기대할 수 있는 뮤지컬은 아니다. 소극장 공연인 만큼 무대도 작고, 5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선보이다 보니 전체적인 완성도나 집중도도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약점을 숨기려 들지 않고 자신 있게 드러내 보이면 오히려 더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법! 뮤지컬 <폴 인 러브>는 젊은층이 좋아할 가볍고도 재미난 주제에 화려한 음악과 춤을 더해 전체적으로 유쾌함을 선사한다. 또 소수의 멤버가 소화해내야 할 무대이기에 연기자들은 그들이 지닌 숨은 기량과 개성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실제로 5명의 배우는 쉴 새 없이 무대 위를 오르내린다. 바람둥이 주인공에서 때로는 청소부 아저씨로, 여주인공에서 때로는 지나가는 여자 1로, 그리고 간호사에 종업원, 갓난아이, 아줌마, 조직 보스, 수감자 등 다 기억할 수도 없는 수많은 역할을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와 순발력, 열정에 절로 박수가 쳐진다.

아담하지만 요소요소 적절하게 꽉 들어찬 세심한 무대연출과, 배역에 맞게 재빠르게 갈아입는 의상도 볼거리다. 특히 의상은 어찌나 빨리 갈아입는지 패션쇼 무대 뒤편이 생각날 정도다. 이런 관객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한 번은 아예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결혼 공포증에 시달리던 동생이 급기야 아이 둘이 태어나 학교에 다니고 결혼할 때까지 아빠한테 돈 달라고 떼쓰는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다. 아기 분장을 한 두 명의 배우가 ‘분유 값 달라’며 춤추고 노래하다 무대 위에 마련된 행거에서 보란 듯이 유치원복으로 갈아입는다. 같은 방법으로 쉬지도 않고 교복, 정장 등으로 옷을 갈아 치운다. 기발함과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폴 인 러브>는 꽃미남이 선사하는 느끼함에 소름 돋아가며 웃고, 수십 가지 역을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에 놀라워 웃는 기분 좋은 뮤지컬이다. 아참, 극중에 <지킬 앤 하이드>와 <반지의 제왕>을 패러디한 부분이 있으니 그 재미도 놓치지 말자!

1인 수십 역을 선보인 개성만점 연기자들


* 연극 <라이어>

‘7천만이 볼 때까지’ 라는 당찬 구호와 함께 3천 회 이상 무대에 오른 공연이 있다. 덕분에 70만 관객들의 배꼽을 강탈해 간 연극 <라이어>! 명성대로 평일 한낮인데도 객석은 빈 자리를 찾을 수 없다.

차로 5분 거리인 두 동네에 각각의 아내를 두고 두 집 살림을 하는 택시 운전사, 존 스미스. 정확한 스케줄에 따라 별 탈 없이 두 집을 오가던 그의 이중생활은 가벼운 강도사건에 개입되면서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강도에게 머리를 맞은 그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두 아내가 각각의 관할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한 것이다. 게다가 강도사건을 맡은 이쪽 지역 형사에게 저쪽 집주소가 알려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간다.

더 이상의 스토리는 소개할 수 없다. 연극을 볼 사람들을 위해 반전의 재미를 남겨놓겠다는 것이 아니라 능력부족, 소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꼬이기 전까지의 무대는 억지스런 설정에 연기자들의 다소 과장된 연기가 ‘너무 기대하고 왔나’ 하는 우려를 낳게 했다. 그러나 스미스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극에 몰입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는 진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스미스와,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스탠리는 폭포수 같은 거짓말을 쏟아낸다. 그러나 이들은 미리 각본을 짜 놓았던 게 아니기 때문에 마주치는 사람에 따라,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한 뒤, 그 사람과 상황이 다시 교차할 경우 또다시 기발한 거짓말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해 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행진


연극 ‘라이어’의 재미는 여기에 있다. 다각도에서 공격해 들어가는 진실게임에 치밀하게 돌려 막는 거짓말 퍼레이드! 극이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몇 줄기의 거짓말들이 충돌하면서 관객들은 한 치 앞도 상상할 수 없는 긴박함과, 또 다른 거짓말로 응수하는 반전에 웃느라 정신이 없다. 도대체 원작자, Ray Cooney는 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얼마나 복잡한 회로를 그려야 했을까? 놀라울 따름이다.

관객들이 이 지경인데 배우들은 오죽할까? 긴박한 상황 전개에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 모두들 진실을 알아내느라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일부는 실신 직전이다. 한 회 공연하고 나면 며칠은 앓아눕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특히 절대적인 피해자인 스탠리! 옷은 다 찢기고 호모로까지 오해받아 불쌍하기 그지없지만,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의 열연과 관객들의 배꼽을 쥐락펴락하는 코믹함에 누구보다 큰 박수를 받았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결국 그 거짓말들은 들통이 났을까? 앞서 말했듯 연극 <라이어>는 ‘7천만 관객 동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과는 직접 확인해보자! 공연장 나올 때 빠진 배꼽 챙기는 것도 잊지 말고..^^

fall in LOVE(폴 인 러브)
2006년 6월 2일 ~ 8월 27일
연강홀

Liar 1(라이어 1탄)
2006년 7월 7일 ~ 2007년 3월 4일
대학로 틴틴홀
2006년 7월 21일 ~ open run
강남 동양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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