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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래요』의 작가, 토미 드 파올라

영화배우 이준기 씨가 ‘왕의 남자’에서 여성스러운 캐릭터인 ‘공길’ 역을 맡으면서 그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사랑과 동시에 시기 어린(특히 남성분들로부터) 질투를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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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 Strega Nona의 한국어판은 언제 나옵니까?”

계집애같은 남자 아이?


영화배우 이준기 씨가 ‘왕의 남자’에서 여성스러운 캐릭터인 ‘공길’ 역을 맡으면서 그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의 사랑과 동시에 시기 어린(특히 남성분들로부터) 질투를 받게 되었습니다. ‘여성화되는 남성, 남성화 되는 여성’이 시대의 키워드로 떠오르는 요즈음, 어른들 사이에서는 여성화된 남자에 대해 전과는 달리 조금은 관대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남자 아이가 소꿉장난이나 줄넘기 등에만 열중하고 동년배의 남자 아이들과 어울려 축구공을 차며 뛰어놀지 않을 때는 걱정을 하고 심지어 야단까지 치시는 것을 왕왕 볼 수 있지요.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래요』의 주인공 올리버도 그런 남자 아이에요. 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 여느 사내아이들처럼 거칠게 노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 올리버. 이런 올리버를 바라보는 아빠와 엄마는 더는 참다못해 야단을 칩니다. “계집애 짓 좀 그만둬라! 바깥에 나가서 야구나 축구나 농구를 해” 소심한 성격의 올리버는 부모님의 야단에 주눅이 들지만 그렇다고 그런 성향이 쉽게 고쳐지는 것은 아니었지요. 그나마 집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지만, 학교에 오면 올리버는 남자 애들의 놀림감이 되었어요. 개구쟁이 남자 애들은 올리버의 탭 댄스 구두를 빼앗기도 하고, 벽에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래요.’라고 낙서까지 써놓았지요. 이렇게 노골적으로 남자 애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올리버를 놀려댑니다. 그럴 때마다 올리버를 감싸주는 것은 여자 애들이었지요. 하지만 올리버의 마음이 편할 리는 없겠죠? 늘 외톨이인 올리버!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리버는 춤추기를 좋아하고 재능까지 있었어요. 그런 재능을 알아주는 선생님도 있고요.


그림책 이야기는 이 정도 하고 제 초등학교 6학년 때 짝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누나들이 여섯이나 있는 집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 친구가 꼭 올리버 같았거든요. 의자에 앉을 때도 바지 뒤 쪽에 구김이 가지 않게 매만질 정도인 영락없는 계집애였지요. 그런데 짝으로서 그 애가 좋을 때도 있었어요. 반대로 저는 여자 친구들이 즐겨 하는 공기놀이나 줄넘기놀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럴 때면 그 친구가 저를 대신해주었으니까요. 물론 그 친구도 올리버처럼 남자 아이들로부터 많은 놀림을 당했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제 짝의 속마음이나 장점을 보지 못하는 남자 아이들이 우습게 보이기도 했어요.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초등학생 아이를 둔 애 아빠가 되어 있을 듯 싶은데.... 참 궁금해지네요.


다시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래요』로 돌아와 볼까요. 책 속에서 주인공인 올리버가 주위의 몰이해 속에서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래요.’라는 놀림을 계속 당하기만 했느냐고요? 천만에요. 이야기는 ‘올리버 버튼은 스타래요.’라는 낙서를 발견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끝나는 걸요. 물론 이 그림책의 작가인 토미 드 파올라는 올리버가 남자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는 과정을 간단하게 다루었지만, 나름대로 눈물겨운 과정이 반드시 있었을 거예요. 물론 올리버가 남자애들 놀이에 끼려고 애를 쓴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요. 어떤 노력이 올리버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는지 궁금하시죠? 그건 이제 여러분의 몫이에요.

토미 드 파올라(Tomie dePaola)

그의 댄싱 파트너 캐롤과 무대에서















토미 드 파올라는 1934년 9월 15일, 미국 코네티컷 주 메리든에서 태어났어요. 아일랜드인들은 전통적으로 대가족인데요, 파올라의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토미의 형제자매는 2남 2녀니까요. 토미 씨가 그림책 작가가 되는데 어머니 플로렌스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해요. 플로렌스는 토미 씨가 어렸을 때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을 읽어주었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많은 책을 접한 토미씨는 이미 네 살 때 어른이 되면 책에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작가가 되리라는 장래 희망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래요』에서도 올리버가 탭 댄스를 추는 모습이 나왔는데, 토미 씨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탭 댄스와 노래를 배웠어요. 작가가 되고 싶은 장래 희망 외에도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일도 꼭 하고 싶었다는데, 토미 씨는 학교생활 에도 간간히 메리든의 무대에서 그의 댄스 파트너 캐롤 모리세이(Carol Morrissey)와 함께 무대에 서곤 했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한 토미 씨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말합니다. “4년 동안 프랫에서 깡통, 강아지, 고양이, 말, 나무 등등 거의 모든 것을 어떻게 그리는지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리고 매일 그림을 그렸지요.”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미술 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 여러 해 동안 어린이 책을 꼭 만들고 싶은 토미 씨에게 출판 계약을 맺어주는 출판사는 없었습니다. 책과 연관해서 그가 처음으로 맡은 것은 『Sound』라는 제목의 과학 책의 삽화를 그리는 일이었죠. 그리고 그 이듬해에야 비로소 자질을 인정받아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 『The Wonderful Dragon of Timlin』이라는 어린이 책을 발표하게 되었어요. 그 후 지금까지 무려 4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토미 씨는 200여 권 정도의 책을 냈는데, 그 중에서 100여 권은 직접 글을 쓴 책이에요.

출처: 토미 드 파올라 홈페이지 (//www.tomie.com)



















사람들은 그의 이름에 대해 자주 묻고 하는데요, 그는 자신의 영어 이름을 ‘Tomie dePaolo’로 쓰지요. 일반적으로 사랑들의 성의 첫 자는 대문자로 시작하는데 그의 성은 소문자로 시작되니 궁금했겠죠. 이에 대해 토미 씨는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답하는데요, 토미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자신을 소개하는 첫 페이지에서 이름의 발음 기호까지 달아놓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네요. 가끔 저는 그의 그림책을 읽다 보면 어떤 작품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일지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그의 홈페이지를 꼼꼼하게 읽어 보고 꽤 많은 작품이 자전적이거나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그 중에서 오늘 소개하는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래요』, 『오른발 왼발』,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등이 모두 자전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 밖에 주목해야 할 책으로는 그에게 뉴베리 메달을 안겨준 책 『페어몬트가 26번지』『미술 수업』, 『톰』 등이 있답니다. 한편 토미 씨는 자신의 수많은 책 중에서도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네요.

네에? 그럼 이 마녀가 토미 씨의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요? 당연히 『마법사 노나 할머니(Strega Nona)』이지요. 토미 드 파올라 씨는 이 그림책으로 1976년에 칼데콧 명예상을 받았는데, 아쉽게도 국내에서 단행본으로는 아직까지 번역 출판이 되어 있지 않네요. 어떤 그림책이냐고요? 내용만 살짝 소개하자면 이래요.


노나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도와주는 착한 마법사 할머니인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집안일을 도울 사람이 필요해져서 안토니라는 청년을 고용하지요. 안토니는 나름대로 부지런하지만,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 청년이었어요. 하루는 노나 할머니가 파스타 냄비에 주문을 걸자 빈 냄비에서 파스타가 만들어지는 것을 안토니가 보게 되는데요, 이 부주의한 청년은 노나 할머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지요.

하여튼 이렇게 전개되는 『마법사 노나 할머니(Strega Nona)』의 이야기는 토미 씨가 70년대 중반 당시 소속된 대학의 교직원 회의에서 구상한 것이래요. 토미 씨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보통 교직원 회의 시간이면 뒷자리에 앉아 낙서를 하곤 했다는데요, 그 운명적인 날에도 그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만화풍의 그림을 그린 이탈리아 화가 푼치넬로(Punchillo)의 ‘코메디아 델아르떼(Commedia dell'arte)’를 흉내내서 그림을 그리는 것에 푹 빠져있었대요. 콩알만한 눈에 매부리코를 가진 웃는 입술의 할머니를 그리고 나서 몸을 뚱뚱하게 그렸대요.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입힌 다음에는 그 캐릭터 옆에 ‘Strega Nona’라고 써놓고 ‘언젠가 그 캐릭터를 이용해서 그림책을 써야지’라고 생각하며 좋아했대요. 그런데 우연하게 개발해 낸 캐릭터 노나 할머니가 등장하는 『마법사 노나 할머니(Strega Nona)』 시리즈는 지금까지 모두 8종의 그림책으로 만들어졌지요.

할아버지 저한테 어떻게 걸음마를 가르쳐주셨어요?


할아버지로부터 걸음마를 배우고, 할아버지와 블록 쌓기 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보비는, 어느 날 엄마로부터 이제 다시는 할아버지와 놀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요.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사람도 못 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보비는 할아버지가 곧 일어나시리라 믿고 예전에 그랬듯이 할아버지 앞에서 블록 쌓기를 합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코끼리 블록을 올려놓는 순간 꼼짝할 수도 없는 할아버지가 옛날에 그랬듯이 재채기를 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이 일어나서 할아버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보비와 차츰 차츰 이야기를 할 수 도 있게 되었고, 건강도 차츰 되찾게 되었어요. 보비의 간호와 관심 덕으로 건강을 되찾게 된 할아버지에게 이제부터 보비는 할아버지가 아기였을 때 자신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오른발, 왼발’ 하며 할아버지가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저는 『오른발 왼발』의 그림책의 표지를 보고 몇 장을 넘겨보았을 때까지는 이 책에 대해 사실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이야기 자체의 얼개가 간단하고 담겨져 있는 그림들도 너무나 차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눈시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책을 펼쳤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아리고 쓰라리네요. 왜쒳하면 최근 들어 저의 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게 자주 아프시기 때문인데요, 이제 곧 칠순을 바라보시게 될 아버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척 건강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시던 분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에는 형제들 모두를 등에 업고 비행기를 태워주실 정도로 건장하셨고, 큰 조카가 어렸을 때에도 조카를 업은 채 산에 까지 오르셨을 정도로 튼튼하셨지요. 그런데 요즈음은 관절이 아프신지 매일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신답니다. 이처럼 한없이 몸도 마음도 약해진 아버지의 모습이 그림책 속의 보비의 할아버지의 모습과 자꾸만 겹쳐 떠올라보였어요. 보비가 어렸을 때 걸음마를 가르쳤던 책 속의 보비 할아버지처럼 저의 아버지도 조카들의 걸음마를 가르치셨는데 이제는 당신의 걸음걸이가 예전 같지 않으시니 제 마음이 편할 수는 없는 것이겠죠.


핵가족 시대라지만 맞벌이 부부가 많아진 시절이라 요즈음은 아이를 어른 분들께 맡기는 가정이 늘었어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와 각별한 정을 나누게 되요. 책 속의 보비처럼 말이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점점 더 약해져가고 아이들은 점점 독립적으로 변해가면서 그 분들을 떠나게 되어요. 게다가 ‘학교, 학원 때문에...’ 등등의 핑계로 아이들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어렸을 때 자신을 돌봐준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뵐 시간도 적어지게 되요. 아쉬울 때는 연로하신 부모님께 아이들을 맡겼다가 아이들과 정을 잔뜩 붙여놓고, 어줍지 않은 이런 저런 변명을 들이대며 그분들을 제대로 찾아뵙지도 않는 우리들의 현재 모습을 반성해봐야 해야 할 것 같아요. 어쨌거나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은 이 책이 갖는 의미에 대해, 그리고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혀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지요. “아이들은 젊다는 것, 늙는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죽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 하면서 이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고 싶어 할 것이다.”

할머니와 박하사탕


토미 드 파올라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그린 많은 그림 책 중의 또 하나의 작품인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그렸기에 독자로서 더 많이 공감하게 되요. 실제 토미 씨는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일랜드 사람인 증조할머니와 한 동네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토미에게는 두 할머니가 계셨는데, 두 분 다 나나 할머니에요. 토미는 그 분들 중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나나 할머니를 아래층 할머니, 항상 위층 방 침대에서만 지내는 증조할머니를 위층 할머니라 부른답니다. 토미가 일요일마다 할머니 댁을 방문하면 위층 할머니는 토미에게 박하사탕을 주고 많은 옛날이야기를 들려 주셨지요. 할머니와 깊은 정이 든 토미는 토미의 형이 위층 할머니를 ‘마녀같다’고 놀릴 때도 ‘할머니는 정말 예쁘다’라며 할머니 편을 들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직도 어린 토미는 엄마로부터 위층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토미는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지요. 사실 엄마의 입장에서도 토미처럼 어린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서 죽음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그렇지만 현명한 토미의 엄마는, ‘다시는 위층 할머니를 만날 수 없지만 토미의 마음속에는 항상 할머니가 있고 따라서 토미가 할머니를 생각할 때면 할머니도 토미에게 돌아온다.’라며 죽음에 대해 잔잔하게 설명합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 문득 잠에서 깨어난 토미는 하늘에서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하는데요, 어린 아들에게 토미의 엄마는 ‘별똥별은 위층 할머니가 토미에게 해 주는 입맞춤’이라고 설명해 주십니다.


이런 식으로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작가인 토미 드 파올라는 어린아이들에게 죽음이란 끔찍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의 한 과정임을 알려 주고 있지요. 그림책 속에서는 시간이 흐른 후 토미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도 보여주는데요, 아래층 할머니도 나이가 들어 돌아가시게 돼요. 그리고 토미는 어렸을 때 보았던 별똥별을 다시 한 번 보게 되는데요, 이제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이 된 토미가 두 할머니를 회상하며 ‘이제 두 분 모두 위층 할머니세요’라고 담담히 독백합니다. 부드러운 연필 선을 사용하여 가급적이며 화려한 색깔을 배제하여 검정, 분홍, 황토의 세 가지 색으로만 그린 그림은 차분하면서도 따듯한 느낌을 주어 가족 간의 사랑이 무엇이며, 사랑하는 사랑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저에게도 박하사탕을 주곤 하시던 외할머니가 계셨지요. 백내장으로 앞도 잘 보이지 않던 제 할머니는 가난한 작은 서랍을 열고 거즈 수건에 싸놓았던 박하사탕을 하나씩 꺼내주며 등을 토닥여주신 분이셨어요.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저는 할머니 몰래 그 사탕을 하나씩 빼어 먹곤 했는데, 참 많이 후회되어요. 지금 만날 수 있다면, 맛있는 것을 많이 사드릴 수 있는데, 이제 제 마음속에만 살고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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