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요, 달님』과 『내 세상』
아침이면 다시 만나게 될 주위의 모든 것들에 꼬마 토끼는 “잘 자”라는 인사를 여러 번 남깁니다. 행여 그 어느 것에라도 인사를 건네지 않게 되면 곤란해지는 양, 토끼는 두리번거리면서 모두에 잘 자라고 속삭입니다. 심지어 방 안 가득한 따듯한 공기에조차도 말이죠. 잠시 표지 그림을 볼까요? 파란 창밖으로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달과 별들, 그리고 파란 하늘은 그림 속 시간이 차가운 겨울밤인 것을 알려주는 듯하지요? 이와는 대조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속의 빨간 장작은 실내의 따듯한 분위기를 보여주죠. 어떤가요? 겨울밤을 데우는 훈훈한 침실에서 빳빳하게 풀 먹인 포근한 솜이불 속으로 들어가 눕고 싶어지지 않나요?
바로 이 그림책
『잘 자요, 달님(Goodnight Moon)』은 표지에서 보여주듯이, 주인공 꼬마 토끼가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내일을 기약하며 취침 전 인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베드타임 스토리(Bedtime Story)’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간단한 문형에 반복적인 단어들로 된 시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아이들은 이내 책 속의 모든 시구를 자신의 말처럼 기억하게 되지요. 그럼 어떤 내용인지 보실까요?
커다란 녹색의 방에 전화기가 있어요. 빨간 풍선이랑 그림 한 점,
달을 폴짝 뛰어넘는 소, 의자에 앉아있는 세 마리의 작은 곰,
그리고 작은 고양이들, 그리고 벙어리장갑 한 짝, 그리고 작은 장난감집, 또 작은 생쥐,
그리고 빗, 솔빗, 옥수수 죽, "쉬이~" 속삭이는 조그마한 아주머니 토끼.
잘 자 달아, 잘 자.
달을 폴짝 뛰어넘는 소야, 잘 자. 전등아, 잘 자.
빨간 풍선도, 곰들아 잘 자.
의자들아, 잘 자. 고양이들도 잘 자.
벙어리장갑들아 잘 자. 시계야, 너도 잘 자.
작은 집도 잘 자. 작은 생쥐도 잘 자.
빗도 잘 자. 솔빗아, 너도 잘 자
그 누구라도 모두 잘 자.
옥수수 죽, 너도 잘 자.
“쉬~” 속삭이는 조그만 아주머니 토끼도 잘 주무세요.
별들아, 잘 자. 방 공기도 잘 자.
여기저기 소리들아, 너희들도 잘 자.
『잘 자요, 달님』은 1947년 이래로 영미권에서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또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오늘날까지 거의 모든 어린이들이 읽었다고 할 만큼 사랑을 받고 있는 대중적인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주로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이가 잠잘 때 아이의 곁에서 읽어주는 책으로 이런 책을(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흔히들 ‘Bedtime Story’라고 하지요. 한편, 아이들의 일상에 직접 파고드는 이야기 세계를 운율감과 리듬감이 넘치는 시로 옮겨 놓는 글 작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여사는 1930년대 말까지 보여준 것들과는 사뭇 다른 동시를 선보였고,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녀의 동시에 영감을 얻어 그림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떠올릴 때
『잘 자요, 달님』과
『내 세상(My World』 그리고
『아기토끼 버니(The Runaway Bunny)』 등의 작품이 떠오르는데 이 세 작품 모두 클레먼트 허드(Clement Hurd)의 대담하면서도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오른쪽은 그림책
『내 세상』의 표지 그림입니다. 이는
『잘 자요, 달님』의 짝에 해당하는 그림책이죠. 이 또한,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시가 클레먼트 허드의 그림과 만나 만들어진 또 하나의 걸작입니다. 표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제목 밑에, ‘a companion to Goodnight Moon’이란 소제목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 그림책이 단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모로
『잘 자요, 달님』과 유사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간적 배경은
『잘 자요, 달님』에서와 같습니다. 하지만 아기 토끼 이외에도 토끼의 엄마와 아빠가 등장하고, 토끼가 잠드는 시점부터 다음날 또다시 침대에 눕는 시점까지 시간적 배경이 연장되어 있는 점이 다릅니다.
『잘 자요, 달님』에서 보여준 편안한 초록색 배경에 따듯한 화롯가 앞에 아기 토끼와 엄마토끼가 앉아 있는 모습에서 첫 장면은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아기 토끼의 시선에서 부모들의 물건과 자기의 물건을 교차해 나가면서 전개되는데, 이는 마치 어른들의 세상을 동경하듯 자신과 부모의 사물을 비교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빠 아이, 엄마 아이, 곰돌이는 내 아이.
내 강아지, 아빠 강아지, 개구리도 잡았던 아빠 강아지.
이 그림책 역시
『잘 자요, 달님』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적인 느낌을 주는 흑백의 펜화 페이지에서는 주로 사물을 보여주고 원색 컬러 페이지에서는 아기토끼가 가족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아기토끼가 느끼는 따뜻하고도 안정된 마음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이 두 권의 그림책을 읽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일상적인 집안의 물건을 구석구석 찾아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어렸을 적 순수함을 다시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한단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글은 라임을 이루는 언어들의 아름다운 조합으로 더욱 유명한데요,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편안한 자장가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으로 설령 영어로 된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읽는다손 치더라도, 외국어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어려움이나 불편함보다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두 그림책에서 주인공은 아기토끼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소개하는 책
『아기토끼 버니』의 주인공 버니는 앞의 두 작품의 주인공과는 생긴 모습과 행동이 조금씩 다릅니다. 앞의 두 그림책에서는 아기토끼가 집에서 엄마, 아빠의 보호를 받으며 고분고분 자라는 집토끼의 모습이라면, 이 책에서의 아기토끼는 이리저리 궁리를 해가며 엄마토끼에게서 벗어날 궁리를 하는 말썽꾸러기 들토끼의 모습입니다. 이제 머리가 제법 커졌다고 버니는 엄마에게서 달아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버니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가겠다고 말합니다. 버니가 새가 되어 날아가면, 엄마는 버니가 쉴 수 있는 나무가 될 거라고 엄마가 말하자마자, 버니는 엄마가 나무가 된다면 자신은 돛단배가 되겠다고 대꾸합니다. 그러자, 엄마는 또 휘휘 부는 바람이 되어 버니를 데려오겠다고 했지요. 이처럼 버니의 엄마는 버니가 품 밖으로 달아날 궁리로 심술궂은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한결같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버니를 보호하려고 애씁니다.
아기토끼 버니와 엄마토끼가 주고받는 패턴식 대화는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리듬감과 감동을 전해줍니다. 아이의 응석을 끝없는 사랑으로 감싸주는 엄마의 사랑과 이해심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말입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일까요? 버니도 결국엔 엄마 곁에 있겠다고 고백하?요. 한편, 끝없는 엄마의 자식 사랑을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앞서 소개한 두 권의 그림책의 그림을 담당했던 크레먼드 허드의 공도 톡톡히 한몫을 했습니다. 그는 이 그림책에서도 대화가 주가 되는 부분은 흑백의 펜 터치로 간결하게 그리고, 대화에 대한 내용 그림은 컬러로 번갈아가며 구성하여 반복되는 패턴식 대화의 구조상의 단조로움을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반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과 클레먼트 허드라는 전설적인 콤비가 만들어낸 그림책의 고전으로서, 토끼 시리즈 삼부작 중 하나입니다.
“생일 축하해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1910~1952)은 미국의 그림책이 대부분 화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을 때 글만 쓰는 특별한 그림책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원래 작가 지망생으로 컬럼비아 대학의 ‘단편소설 강좌’와 벤크스트리트 대학의 ‘어린이 책 창작 강좌’에서 수업을 받았던 그녀는 미국의 그림책 전성기였던 1930년대 후반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였는데, 그전까지의 것들과 전혀 다른 동시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사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시가 담긴 그림책이 나오기 이전에는 요정 이야기나 동물 우화 등이 그림이 있는 어린이 책(그림책이라기보다는 이야기에 부수되는 삽화가 곁들여진 어린이 책)의 주를 이루고 있었다고 합니다. 녹색 눈에 금빛 머리칼의 귀족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가 파자마를 입은 채 말을 건네는 토끼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자 그녀의 그림책에 자극을 받은 많은 작가와 삽화가에게 아이들을 위한 창작 그림책을 만들고자 하는 열의가 번져나갔습니다.
그녀의 갑작스럽고도 예기치 못한 죽음 이후 지금까지 40여 년 세월 동안, 그녀는 여전히 ‘천재’로 거론되곤 합니다. 그녀의 성공은 그녀 자신의 내부에 살아있는 어린이와 같이 순수한 영혼을 살려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어휘력이 아직 풍부하게 발달하지 못한 아이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그들의 심리를 아름답고 감동이 넘쳐나는 시로 표현한 작가는 지금껏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녀는 ‘여기 그리고 지금’의 철학을 견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아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단순히 그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제재와 이야기가 아닌, 뉴욕시에 있던 뱅크 스트리트 시범학교에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그들과 함께하면서 얻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이와 같은 실천 정신으로, 그녀는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알고자 했고, 아이들이 진정으로 읽고자 하는 글은 어떤 것인지 알고자 노력했으며,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또한, 종종 삽화가를 유치원으로 데려가서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도록 하였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의 작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정확하게 느끼고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란 무궁무진한 창조력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이 부대낀 아이들로부터 느끼고 체험했던 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식의 노력 덕분으로,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십여 권의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책이 서점의 책장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에 대한, 아이들을 위한 소재 거리를 찾고, 그 소재를 이야기로 만드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야깃거리로 가득 찬 머리’로 매일 아침 눈을 뜰 수 있었기에, 그것에 이야기를 더해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무려 여섯 곳의 출판사와 함께 작업하면서 부지런히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는 도중,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이라는 자신의 본명으로 된 책이 서점을 가득 채우는 것이 걱정되어, 골든 맥도널드(Golden MacDonald), 주니퍼 세이지(Juniper Sage), 케인턱 브라운(Kaintuck Brown), 티모시 헤이(Timothy Hay) 등의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하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처럼 왕성하게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쓴 작가이지만, 불행하게도 아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을 맺고 있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자주 그들을 초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놀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만의 시선으로 본 그녀의 작품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교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후 자신의 대표작인
『아기토끼 버니』와
『잘 자요, 달님』을 포함한 여러 그림책에 대한 판권과 로열티를 그 아이들이 받을 수 있도록 유언장에 남겼다고 합니다.
그녀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 모든 어린이들에게 제공될 수 있기를 절실히 바라고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일례로 시리얼 상자 뒷면에 이야기를 싣도록 시리얼 회사에 제안을 하기도 하였고 출판사 ‘골든 북’을 후원하면서 염가로 어린이 책을 출판하여 어린이 책으로부터 소외되는 아동이 없도록 캠페인을 펼치기도 하였습니다. 아직까지도 왕성하게 어린이 책을 만들고 있는 골든 북이지만, 당시 골든 북에서 어린이 책이 나올 때, 많은 출판업자와 도서관 사서들은 ‘질’을 운운하면서 대량 출판에 대해 악평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책의 질은 글과 삽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인쇄가 좌우하지는 않는다”라고 맞대응하면서 그들의 혹평을 무시하는 의지와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듯 용감했던 마거릿 여사가 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반세기가 지났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그림책들에 비하면, 그녀의 이름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은 1910년 5월 23일, 미국 브루클린의 그린 포인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어제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생일이지요. 그녀의 부모님인 로버트 브루스와 모드 마거릿 브라운은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녀가 어렸을 때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가계는 미국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가문인데, 그녀의 할아버지인 B. 그래츠 브라운(B. Gratz Brown)은 미 남북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고, 상원의원으로서 정치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거릿은 엄청난 부를 지닌 가문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평생 돈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자신이 죽을 때까지 아버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마흔두 살의 젊은 나이에 충수염으로 죽었지만, 죽기 얼마 전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위해 프랑스로 건너갔을 때, 아버지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편지로 알렸다고 합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녀의 가족뿐 아니라 출판계에게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언제나 활기차고 강인한 의지를 지니고 한 번 만나본 사람은 결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여인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가 죽게 된 해가 개인적으로 그녀에게는 최고의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록펠러와 약혼을 한 해였고, 달콤한 미래를 약속한 해였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파리에서 머물고 있던 그때, 즉 죽음 직전의 그때, 그녀의 약혼자였던 록펠러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바다를 건너고 있던 중이었다고 하니, 이 역시 드라마틱한 역사의 한 순간이 되었지요.
그녀의 유언에 따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시신은 화장되어 메인 주에 있던 그녀의 집 앞바다에 뿌려졌습니다. 그녀를 기리기 위해 그곳에 마련한 기념비에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노래처럼 아름답고도 넌센스가 살아있는 글을 남긴 작가”라고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흠, 5월 23일, 어제가 바로 그녀의 생일입니다. “생일 축하해요. 마거릿”
작은 기차 두 대가 철길을 달려요
작은 기차 두 대가 철길을 달려요. 작은 기차 두 대가 서쪽으로 가요.
칙칙폭폭, 칙칙폭폭, 서쪽으로 가는 작은 기차 두 대.
작은 기차 한 대는 날씬한 새 기차. 서쪽을 향해 칙칙칙 달려요.
작은 기차 한 대는 조그만 옛날 기차, 서쪽을 향해 폭폭폭 가요.
내려다봐요, 내려다봐요, 기다란 철길을.
「그래요, 동시 같은 글!!!
그 리듬감으로 술술 책장이 넘어가고 이제는 만 세 돌이 지난 지 얼마 안 된 우리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어요. 물론 글씨는 모르지만 그림을 보면서 기억나는 중요한 단어들을 나열해서 말이죠. 참 뿌듯했답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정말 좋은 책이란 내용이 알차고 그림이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술술 읽어 나갈 수 있는 그런 동시 같은 그림책이 영?유아 시절에는 더 좋은 책이란 걸 말이죠. 점점 갈수록 그림도 마음에 들어요. 가만히 기차의 모습을 들여다보노라면 내 마음속에 정적이지만 따뜻한 그 무엇을 담아내는 것 같아요. 처음 볼 때는 몰라요. 이 책을 매일 매일 읽게 되면 알게 된답니다. 한 번 사서 읽어 보세요. 동시가 한 편 외워지게 돼요.~~」
위의 글은 kkmi07 님의 리뷰를 인용한 것입니다. 실제로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입말체의 맛이 입술 끝에서 느껴지고 좌우의 그림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반복되는 동시에 조금씩 바뀌는 문장에서 같은 듯 다른 느낌의 미묘한 차이에 절로 신이 나게 됩니다.
『작은 기차』의 이야기는 표지 그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표지를 들여다보세요. 플랫폼으로 은색 기차가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어요. 그리고 플랫폼에는 여행 가방 두 개와 장난감 기차가 그려진 선물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안쪽 표지로 책장을 넘겨보면, 장난감 기차가 나와 있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제 기차가 슬슬 떠날 채비를 하는군요. “작은 기차 두 대가 철길을 달려요. 은 기차 두 대가 서쪽으로 가요. 칙칙폭폭, 칙칙폭폭, 서쪽으로 가는 작은 기차 두 대.” 그런데 이 책은 참 재미있습니다. 왜냐하면, 왼쪽 페이지에는 실제 우리가 타고 다니는 기차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아이의 상상력을 동력으로 하여 움직이는 장난감 기차가 계속해서 대비를 이루며 종착역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왼쪽 페이지의 실제 기차는 서쪽을 향해 떠나 산을 지나고 강을 지나고 사막을 지나는 동안, 비도 만나고 눈도 만나고 바다를 만나면서 긴긴 여행을 끝내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오른쪽 페이지의 장난감 기차는 바닥에 놓인 곰 인형을 지나 욕조를 지나 창가를 지나 서쪽으로 향하다 하루 종일 계속된 기차놀이에 지친 아이의 침대 옆에서 오랜 여행을 끝마칩니다.
『아샨티족 대 줄루족 : 아프리카의 전설』과 『왜 모기는 사람들 귓전에서 윙윙거릴까』로 두 번이나 칼데콧 상을 받은 레오 딜론과 다이앤 딜론 부부가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사실 레오와 다이앤이 각각 왼쪽 페이지, 오른쪽 페이지를 의논해가면서 따로따로 그렸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살면서 공동작업을 하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의 손을 거쳤기에 1949년에 발표된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여사의 시적인 문장이 반세기가 지난 후에도 여전히 빛을 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만약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여사가 자신의 동시에 딜론 부부가 그림을 그린 것을 보았다면 꽤 만족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관찰하고 아이들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노력한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여사만큼 딜론 부부의 상상력도 화폭을 넘나드니까 말이죠. 말하듯이 부드럽고, 시적인 문장으로 구체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이미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여사의 글이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어린이와 부모님, 심지어 많은 전문 그림책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예가 되어 준 그림책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