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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으로 나가보자구요! -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 『우리는 왜 달리는가』

저를 ‘행동’하게 만든 두 권의 책을 이야기 해볼게요. 아, 행동이라고 해서 대단한 건 아니에요. 걷기와 달리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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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저를 ‘행동’하게 만든 두 권의 책을 이야기 해볼게요. 아, 행동이라고 해서 대단한 건 아니에요. 걷기와 달리기랍니다. 이야기를 하기 전에 경험담을 하나 들려드릴게요. 혹시 그런 시골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3시간에 하나씩 버스가 오는 그런 시골말입니다. 외할머니 댁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읍내에서 버스 한 번 놓치면 큰일 납니다.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게 실수투성이잖아요. 놓친 적 많았습니다.

언젠가 한번, 그때도 그랬어요. 택시를 탈까 했는데 돈이 부족할 것 같고, 기다리자니 심심하고 참 답답하더군요. 그래서 걸었습니다. 걸어서 가자는 마음보다는 심심하니까 조금이라도 걷다가 버스 오면 타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걷다보니 마을이 보입니다. 시간은 두 시간이 약간 넘었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걸었던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둘.
신기했던 그 경험을 기억하게 해준 책이 있습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에서 ‘접촉’을 듣고 그랬습니다. 접촉이라고 말하지만 대단한 건 아니에요. 구름이 흘러가는 것이나 꽃이 피는 것, 누군가가 뛰어다닐 때 산의 풍경이 변하는 것을 걸어가면서, 혹은 걸어가다가 멈춰 서서 보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단어는 대단하지 않지만, 의미는 대단하지 않나요? 걷는 것이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셋.
언제부터였을까요? 걷기에 대한 예찬이 들려옵니다. 책으로 예찬하는 사람들도 여럿 되지요. 책에서 그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어떠세요? ‘걷기’라는 평범한 행동을 지나치게 과장했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스포츠와는 다른, 두 다리만 튼튼하면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그 행동에 놀라버렸거든요.

그 중에서 김남희는 제 무릎을 가장 뜨겁게 달군 사람입니다. 책 제목부터가 흥미로운데,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이라고 하니 상상이 되지요? 남쪽 땅을 걸었던 이야기를 다뤘는데 제 시선을 사로잡았던 건 국토 종단이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걷기’에 대한 의미였습니다.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장미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 걸으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걷기에 가능했던 몸에 대한 배려…… 김남희는 걸을 때에만 할 수 있었던 접촉을 아주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그래서일까요?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기억 속에 있던 신비로운 접촉을 지금 다시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넷.
그때부터 틈만 나면 걸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랬더니 지루하지 않냐는 둥, 시간 아깝지 않냐는 둥 하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됩니다. 글쎄요, 그런 생각은 들지 않던데요? 지루하다는 생각은 멀찍이 사라졌고, 그 시간이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단한 걸 얻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걸으면서 얻게 된 생각들, 걷지 않고서는 발견할 수 없던 ‘세상’과 그것을 향해 손짓하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떠들곤 하죠. 걸어가자, 고 말입니다.

다섯.
두 번째 책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걷기와 많이 비교되는 ‘달리기’에 관한 것입니다. 바로 베른트 하인리히의 『우리는 왜 달리는가』인데요. 이 책은 동물들의 달리기를 상세하게 관찰한 것도 눈에 띄지만, 그보다는 그 동물들의 하나인 ‘인간’으로서 직접 달린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이 더 눈에 띕니다.

달리기에 관한 저자의 경력을 볼까요? 자세히 살펴볼 것도 없습니다. 마흔한 살에 시카고에서 열린 100킬로미터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우승했다는 것이면 될 것 같네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아, 물론 우승했다는 게 놀랍다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 더 놀란 건 다른 거예요. 마흔한 살에 달리기를 시도했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여섯.
저자는 참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를 합니다. 섭취해야 하는 음식물을 계산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훈련방법도 그랬어요. 그런데 참 묘하게도, 그걸 보고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는 마흔한 살에 달렸는데 나라고 못할쏘냐?’하는 얼치기 감정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적으로 강해진다고 할까요? 달리기를 할 때 들리는 심장 박동소리를 조절해가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포기하지 않는 그런 강인함, 그것에 끌렸던 것이지요.

일곱.
그 책을 보다가 달리기로 했어요. 그런데 참 쉽지가 않더군요. 갑작스러운 결정과 함께 무작정 달려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좀 달리다보면 얼마 가지 못해 숨이 콱 막혀오고, 내가 왜 이러나하는 우스운 감정이 들기도 하잖아요. 그런 게 좀 있었어요. 한계였던 거지요.

그만두려고 했는데 「『우리는 왜 달리는가』 때문에 생각을 달리 하게 됐어요.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다는 걸 알았고 그걸 탓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걸 안 거죠. 정작 탓해야 할 것은 한계에서 돌아서는 것이라는 거예요. 책에서 그것을 배운 거죠. 그래서 다시 달렸어요. 신기하던데요. 좀 더 달리다보면, 어설픈 대로 어느 정도 숨을 조절할 수가 있게 됩니다. 초보들의 강적인, 이른바 ‘배 땡기기(!)’도 도망갑니다. 그야말로 달리는 거지요.

여덟.
왜 달릴까요? 그건 달릴 때의 기쁨 때문이에요. 몇 칼로리 계산하며 달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측정해보고 그걸 뛰어넘는 기쁨 때문입니다. 어제는 어디까지, 오늘은 어디까지 하는 것을 비교해보는 건 참 쏠쏠한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달릴 때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뻔한 말 같지요? 저도 달리기 전에는 그랬는데, 알고 보니 이게 참 ‘꿀맛’입니다.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걸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심장소리에 발을 맞추며, 숨을 내쉬고 목덜미를 간질이는 바람을 느끼는 것! 소소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즐거움입니다.

지난 8월은 유난히도 더웠던 한 달이었습니다. 걷기와 달리기에는 쉽게 않았던 시간이죠. 하지만 요즘은 좀 시원해졌잖아요. 요즘처럼 걷고 달리기에 좋은 때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그러니 한번 나가 보세요. 나름의 즐거움에 보너스로 살 빠지는 것까지 있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겠지요? 이 순간에도 세상은 당신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두르세요. 빠를수록, 더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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