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도 짝이 있고 킹콩도 짝이 있다는데, 오늘도 솔로부대의 많은 대원들은 짝이 없다. 그들은 속상하다. 그래서 애꿎은 방바닥에 화풀이를 하고 주위에 있는 커플부대를 훼방 놓기 일쑤다. 하지만 솔로부대만 힘든 건 아니다. 커플부대도 힘들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사랑을 지키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연애 초창기에야 무엇이든 사랑스럽게 보인다고 하지만 점점 서로를 알아갈수록, ‘환상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지고 비로소 이성이 평범한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커플부대는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책에서 그 답을 구해보자. 가브리엘 마츠네프의 『거짓말하는 애인』과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 이 두 권이면 아름답게 사랑하는 커플부대의 위풍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연인은 서로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
연애할 때 거짓말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처음으로 사귀는 거예요”와 같은 과거날조, “부끄러워서 못해요”, “술 같은 거 못 마시는데, 그럼 딱 한 잔만!”의 내숭, “널 위해 이 정도라면 까짓 거!”, “나한테 그런 건 식은 죽 먹기야!” 같은 호언장담 등 많은 연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이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부정적이기에 그렇지, 거짓말도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면, 특히 ‘하얀 거짓말’처럼 선의의 의도를 지닌 것이라면 ‘상대방’에게 멋진 감정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더불어 그것은 연인관계를 더 친밀하게, 그러면서도 더 애틋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로도 적격이다. 연인관계에 거짓말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많은 커플부대는 해체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진짜야? 거짓말이지? 솔직히 말하라니까!
그런데 여기에도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적용된다.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듯이, 거짓말하는 것도 지나치면 연인관계는 당장 파탄 날 지경에 이른다. 『거짓말하는 애인』의 주인공 커플, 이폴리트와 엘리자베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폴리트는 엘리자베스로부터 쪽지를 받은 것을 계기로 그녀에게 홀딱 반해서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엘리자베스의 말에 상당한 거짓말이 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얼마나 거짓말을 하는가?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폴리트는 처음엔 그러려니 하지만 결국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적당한 수준을 넘어선 거짓말은 생각해서는 안 되는 금기까지 건드리기 때문이다. 가령 엘리자베스가 어제 전화를 안 받았다고 해보자. 다음날 이폴리트가 물으니 엘리자베스는 아파서 잤다고 한다. 한창 사랑에 빠진 이폴리트라면 그 말에 눈물이라도 흘려야 할 텐데 거짓말하는 애인을 못 믿기에 의심하고 심하게 추궁하게 된다. 이때 엘리자베스가 진짜 아팠다면? 결과야 보나마나다.
『거짓말하는 애인』에서 이폴리트는 일기장까지 훔쳐보며 엘리자베스를 의심하고 그녀의 거짓말을 밝혀낸다. 소설은 그 과정을 유쾌하고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감정을 자아낸다. 이미 이런 단계에 이른 커플이라면 끝장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미 강을 건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카이사르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거짓말 아냐?’라며 상대방을 의심하는 커플부대도 강을 몇 번은 건넜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랑하는 데, 사랑을 지키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거짓말하는 애인』은 커플부대에게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지나친 것은 사랑에 해롭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일까』는 어떨까? 이 소설 역시 연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을 알려주는데 그것은 바로 이해의 필요성이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진다. 환상호르몬이 분비될 때만 해도 무슨 짓을 해도 귀엽고 사랑스럽고 멋지게 보인다. 코 고는 소리까지 감미롭게 들린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점점 그 막이 걷힌다면 어떨까? 숨 쉬는 소리가 불쾌하게 여겨질 수 있다.
또한 모르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할 수도 있고 그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갈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가령 소설광 애인을 향해 “난 소설책 같은 건 안 읽어! 유치하잖아!” 같은 말을 할 수도 있고, “너희 집은 왜 그 모양이야?”라는 말까지 할 수도 있다. 이때 듣는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거 하지 마! 난 원래 그래!
『우리는 사랑일까』의 에릭과 앨리스가 그런 위기에 처한 커플이다. 에릭은 읽기 편한 책을 좋아한다. 반면에 앨리스는 자기계발을 꾀하는 책을 좋아한다. 이런 경우 둘이 함께 독서를 할 때 둘은 서로를 향해 무슨 말을 하게 될까?
앨리스는 에릭이 말 돌리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에릭은 자주 그런다. 에릭은 앨리스와 섹스 중에 얼굴 보는 걸 꺼린다. 앨리스가 그것을 원하지만 에릭은 그것이 싫고 자기 뜻대로 하지 않는다. 앨리스는 에릭이 사람들 몸을 두고 뚱뚱하다느니 잘 빠졌다느니 하는 식으로 말하는 취향을 싫어한다. 하지만 에릭은 계속 그런다. 이럴 때 둘은 어떻게 해야 할까?
조율해야 한다. 소중한 악기를 연주하듯 그 틈을 조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난 원래 그래!”라는 말을 고집한다. “원래 그래”라니? 그럼 어쩌라는 말인가? 이 말은 ‘난 원래 그러니 네가 맞추라’는 말이 아닌가?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내가 그것을 싫어하는데, 상대방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맞추라면 그것을 하고 싶겠는가? 당연히 No!
계속 사랑하기 위해서…
사람마다 하고 싶은 것이 다르다. 취향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평생 다르게 살던 ‘너’와 ‘내’가 어떻게 쉽게 서로에게 맞출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해야 한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에리히 프롬까지 유명한 사상가들의 사랑타령을 백날 뒤져보고 노트에 베껴 적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TV 광고에서는 사랑하면 초콜릿을 주라는데, 그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이번에는 이 두 권의 책을 선물해보자. 『거짓말하는 애인』은 ‘나’에게, 『우리는 사랑일까』는 ‘너’에게 주자. 그러면 저 먼 곳, 아름답고 예쁘게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는 길이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 두 권이면 그곳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