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부대를 탈출하라! - 『7월 24일 거리』 & 『오만과 편견』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 거리』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실용서로 삼는다면 허전한 옆구리를 꽉 채워줄 수 있으리라.
커플부대와 솔로부대의 전쟁은 언제나 커플부대의 승리로 끝난다. 솔로부대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들 그것은 모두 시기와 부러움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솔로부대는 절대 승리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이들이다.
하지만 언제나 패배하는 건 아니다. 솔로부대에서 커플부대로 옮겨가면 승리감을 맛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질투심에 몸부림칠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속는 셈 치고 책에서 그 비법을 배워보자.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 거리』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실용서로 삼는다면 허전한 옆구리를 꽉 채워줄 수 있으리라.
인기가 왜 없을까?
질문 : 다음 설명을 보고 공통점을 찾으시오.
1. 인기 많은 남자가 좋다.
2.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다.
3. 늘 들어주는 역할이다.
4. 의외로 가족 관계는 양호하다.
5. 첫 경험은 열아홉 살.
6. 타이밍도 좋지 않다.
7. 때로 순정 만화를 읽는다.
8. 밤의 버스를 좋아한다.
9. 아웃 도어는 싫다.
10. 실수하고 싶지 않다.
정답은? 『7월 24일 거리』에 나온 ‘인기 없는 여자’의 특징이다. 소설 속의 말이라고 하지만 솔로부대의 일원이라면 경청해볼 필요가 있는, 꽤 그럴 듯한 말이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솔로부대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저것과 반대로 하면 될까?
글쎄, 그건 별로 현명한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저것들이지만 그 뒤에 중요한 진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진실이란 무엇일까? 인기가 없는 여자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인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용기’가 없는 여자라는 것이다.
솔로부대의 특징은 무엇인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가슴앓이만 하며 주위를 맴돌고 기적적으로 상대가 먼저 고백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때로는 친구가 나 대신 고백해주기를 바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 품기도 하는데 이것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고백할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실수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과 ‘내 주제에’ 하는 체념 때문에 스스로 솔로부대에 안착한 이들이여, 가슴이 뜨끔하지 않은가?
그 자식, 왠지 마음에 안 들어!
요시다 슈이치만큼이나 제인 오스틴도 『오만과 편견』에서 솔로부대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바로 ‘오만’과 ‘편견’을 지우라는 것!
책 속을 들여다보자. 다섯 명의 딸을 빨리, 그리고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고 싶은 집안에서 자라난 엘리자베스는 언니의 전문 연애 상담가다. 그녀는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다 분석해내고 상대방의 반응 등을 기막히게 포착해낸다고 자부하며 스스로 뛰어난 상담가라고 자화자찬한다. 하지만 아무리 상담만 잘해주면 뭐하겠는가? 자신의 문제점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하는 것을.
엘리자베스는 자신을 향한 다아시의 시선이 못마땅하다. 세상은 다아시는 두고 멋쟁이라고 말하지만 엘리자베스가 보기에 그는 무뚝뚝한데다 거만해 보이는, 한마디로 ‘꽝!’이다. 그래서 다아시라면 치를 떤다. 더욱이 다아시 또한 자신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여 다아시 이야기만 나오면 더 흥분하고 못마땅해 한다. 한마디로 편견에 사로잡혀버린 것이다.
덕분에 그토록 꿈꾸던 백마 탄 왕자님과도 같던, 멋진 가문의 멋진 남자가 자신을 좋아해주는 걸 알지 못한 채 엄해도 너무 엄한 남자를 만나고 마는 엘리자베스. 아, 가련한 우리의 엘리자베스, 굴러온 복을 뻥 차더니 자신의 복까지 내던지는 불상사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놈의 편견 때문에!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엘리자베스도 문제지만 다아시도 문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엘리자베스가 분석한 ?로 다아시는 약간 오만한 기질이 있다. 가문만큼이나 콧대 높은 자존심이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가 큐피드의 화살에 엘리자베스를 사모하게 된다. 더욱이 자신을 지독하게 냉대하는 엘리자베스를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관계개선이라도 시도해봐야 하건만 하는 꼴이 영 말이 아니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가 보고 싶다. 하지만 체면상 말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 콧대 높은 자존심을 유지하면서 만나거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은근슬쩍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다. 다아시의 행동을 요즘 버전으로 바꿔보자.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전화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낸다. 엘리자베스가 전화를 걸어서 차가운 목소리로 왜 그러냐고 묻는다. 그러면 다아시 왈, “어? 문자가 잘못 갔네요.” 물론 그걸로 전화는 뚝….
다아시는 오만하다. 그렇기에 용기를 내야한다. 가면을 벗고 솔직한 마음으로 엘리자베스에게 다가가야 한다. 만나자는 말을 떳떳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평생 잘못 보낸 문자 타령만 하고 말 테니까. 솔로부대여, 이쯤에서 다아시의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보자. 어떤가? 공감이 가지 않는가?
우리의 만남은 세 번의 환생을 거친 것이니…
전철역에서 마음에 꼭 드는 이성을 만났다. 목적지에서 내리고 보니 그 이성도 그곳에서 내렸다. 나가는 출입구도 똑같고 정거장에서 타는 버스도 똑같다. 이쯤 되면 운명을 생각할 만하고 그래서 한 가지 약속(?)을 한다. ‘같은 정거장에서 내리면 말을 걸어보자!’ 무슨 일인지 같은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러자 약속은 다른 약속으로 이어진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말을 걸어보자!’ 글쎄, 그런 날이 올까?
언젠가 유행한 말 중에 “난 너를 만나기 위해 세 번을 환생했다”라는 말이 있다. 솔로부대에게 엄청난 지탄을 받았지만, 사실 이 말은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자, 이런 마음가짐을 갖자. 지금 그 사람을 보기 위해 세 번 환생했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보자. 뭔가를 하지 않을 수가 없고 좋게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용기를 내야한다. 그것이 힘들지라도 용기를 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날 ‘꽝’이다. ‘오만’과 ‘편견’도 마찬가지다. 지우자. 살면서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들 때문에 그 사람을 놓친다면 얼마나 후회하겠는가. 후회는 약도 없는 불치병이다. 그러니 『7월 24일 거리』와 『오만과 편견』을 교재 삼아 늦기 전에 서두르자.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자. 만남을 위해 세 번 환생했다는 사실을. 말도 안 된다고? 그렇다.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당신은 평생 솔로부대에 있어야 할 팔자”라는 말보다는 믿고 싶지 않은가? 그러니 믿자. 그리고 옮겨가자. 커플부대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