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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성룡을 만난다, <소권괴초 컬렉션>과 <중안조>
하지만 대개의 성룡의 초창기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소권괴초> 역시 20대 초반의 현란한 몸동작을 선보이는 액션 연기 자체가 최대의 구경거리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성룡을 만난다
최근 들어서야 명절마다 한국산 코미디(특히 한국 고유의 장르인 ‘조폭 코미디’)가 득세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8,90년대의 명절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홍콩 영화였다. 성룡의 최신작들은 늘 ‘추석 대개봉’이나 ‘구정 특선작’ 따위의 제목이 붙어 종로의 극장가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80년대의 성룡은 그의 ‘칠소복’시절 사형제(師兄弟)들인 홍금보, 원표와 더불어 ‘골든 트리오’라고 불리우며 <프로젝트 A>, <쾌찬차> 등의 흥행작들을 양산했다.
<소권괴초> : <취권>으로 동아시아의 쿵푸 스타로 등극한 성룡의 초기 성공작.
<중안조> : 심각한 연기를 펼치는 성룡의 희귀 출연작.
금년 추석에도 극장에서는 <BB 프로젝트>를, TV에선 <신화>와 <턱시도> 등의 성룡 영화들을 볼 수 있었지만 확실히 과거의 찬란한 시절에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에서는, 이제는 어느덧 기억의 저 구석 언저리로 스멀 스멀 사라져가는 성룡의 젊은 모습을 담고 있는 타이틀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소권괴초 컬렉션>과 <중안조> 타이틀들이 바로 그것으로, <소권괴초 컬렉션>에 수록된 <소권괴초, 1979>와 <용등호약, 1983>에서는 <취권, 1978>과 <사형도수, 1978>로 대성공을 거둔 초창기 성룡의 싱싱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중안조, 1993>에서는 평소의 코믹한 이미지와 상반된 성룡의 진지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 소권괴초 컬렉션 : 성룡의 청년기
피칠갑한 비장한 영웅의 죽음의 이미지로 가득한 홍콩 무협 액션 영화의 전통은 이소룡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아니 오히려 각종 이소룡 아류들만 잔뜩 등장했던 것이 70년대 말엽의 현실이었다. 성룡 역시 초기에는 이소룡의 수많은 아류 중 하나로 등장했으나 그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런 성룡을 갑작스럽게 슈퍼스타로 등극시킨 것이 <취권>과 <사형도수> 연작이었다. 현재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무술 감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원화평의 연출작이기도 한 <취권>,<사형도수>는 유가량의 <소림36방, 1977> 이후 정형화된 무술 영웅 성장담과 복수라는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지만, 남권(南拳) 계열의 무술가였던 원화평과 기예(技藝) 중심의 무예를 배운 성룡의 합작품답게 액션 시퀀스에 코믹한 요소들을 가미하면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소권괴초> : 성룡은 이 영화에서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분장과 여장 등을 선보인다.
이들 영화에서, 성룡은 기존의 무술 영웅들이 지닌 비장함보다는 친근한 장난꾸러기의 이미지가 강한 코믹한 영웅상을 그려내는데 <소권괴초> 역시 그런 성룡의 ‘소자(小子)’ 이미지를 계승하고 있는 작품이다. 성룡의 초기 연출작답게 <소권괴초 >는 그의 이후 연출작인 현대물 <프로젝트 A, 1983>, <폴리스 스토리, 1985>는 말할 것도 없이 <용소야, 1982>, <사제출마, 1980> 등의 고전물에 비해서도 훨씬 세련미가 떨어지는 편이다. 무림 고수의 손아귀를 피해 은둔하고 있는 진붕비의 손자인 성룡이 할아버지(전준)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무술 실력을 과신하다 할아버지를 잃고 할아버지의 동료인 사부 팔각기린를 모시고 무술을 익혀 복수에 성공한다는 이야기 구조는 쿵푸 영화의 일반적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연출 역시 평범하다.
하지만 대개의 성룡의 초창기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소권괴초> 역시 20대 초반의 현란한 몸동작을 선보이는 액션 연기 자체가 최대의 구경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성룡은 인간의 감정인 희(喜), 노(怒), 애(哀), 락(樂)에 기반한 권법을 익혀 클라이막스에서 상대방을 제압해 나가는데 각각 이름에 걸맞는 탁월한 무술 안무가 젊은 성룡의 모습에서 구현되는 것은 여전히 장관이다. 더구나 악역을 맡은 배우 임세관은 <황비홍, 1991>에서 이연걸과 맞서 강건한 무술을 전개했던 엄진동을 연기했던 인물로, 이 영화에서도 상대방의 뼈를 꺾어버리는 강력한 무술을 전개하는 인물로 등장해 부드럽고 유연한 성룡의 무술과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소권괴초> : 이 영화에서 악역 고수로 등장하는 임세관은 <황비홍>에도 고수로 등장한다.
<용등호약> :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 영화의 한 장면은 성룡의 외모를 노골적으로 헐뜯는다.
<소권괴초 컬렉션>에 수록된 또 다른 작품인 <용등호약/소권괴초 2>는 사연이 남다른 영화다. 이소룡과 함께 <당산대형, 1971>, <정무문, 1972>을 연출하기도 했던 나유(羅維)의 영화사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소권괴초 2’라는 제목과 달리 <소권괴초>와는 별다른 연관이 없는 영화다. 이 영화를 찍던 성룡은 당시 매니지먼트 문제로 골든하베스트로 전속을 옮기면서 이 영화의 극히 일부분만을 촬영하고 촬영장을 떠나버렸고, 대노(大怒)한 나유는 성룡의 촬영분 일부와 자신의 영화사에서 촬영한 <권정, 1978>과 <소권괴초>의 촬영 클립 그리고 대역 배우를 활용하여 짜깁기해 이 영화를 완성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부분 부분 이야기가 끊어지는 부분들이 발생하고 난데없이 성룡이 딸기코에 가발을 쓰고 변장한 채 등장하는 등 엉뚱한 장면들이 종종 발견된다. 그런 점에서 영화 촬영의 기준이 따로 없었던 당시 홍콩 영화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중안조 : 성룡의 성숙기
악역 배우 출신으로 재기발랄한 헐리우드 액션물 <빅 히트>를 연출하기도 했던 황지강이 연출을 맡은 <중안조>는 성룡의 기나긴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하는데 이 영화에서 성룡은 그의 필모그래피 대부분에서 연기했던 코믹한 이미지를 버리고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로 납치범의 궤적을 뒤쫓는 집념이 강한 형사로 등장한다.
<중안조> : 심각한 연기를 보여주기로 작심한 듯 성룡은 첫 장면부터 심각하다.
<중안조> : 납치의 희생양이 되는 건설 회사 사장은 주성치 영화의 단골인 나가영이 연기했다.
이런 진지한 영웅의 역할을 다시 연기한다는 점에서 2004년작 <뉴 폴리스 스토리>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안조>는 당시 중화권의 부호들을 대상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던 실제 납치 사건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주력한 영화로, 황지강은 홍콩 느와르의 숨겨진 수작인 전작 <천라지망> 등에서 선보였던 숨가쁜 사건 전개와 사실적인 액션 연출 능력을 이 작품에서도 선보인다. 특히 영화의 초중반에 배치된 납치범과의 거래 장면에서 피해자의 부인과 그 뒤를 쫓는 경찰의 움직임을 담아낸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을 잘 담아내고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비록 특유의 웃음기를 지운 채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성룡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액션 연기를 영화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는데, 영화의 중반부의 무대인 대만의 공연장 뒤편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액션 시퀀스들이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불타는 홍콩식 서민형 아파트 단지에서 범인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장면들은 ‘과연 성룡’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들게 한다. 하지만 액션 자체에 방점에 찍힌 다른 성룡 영화와 달리 드라마의 흐름을 중시하는 <중안조>에서는 영화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성룡의 액션 연기들이 적절하게 제어되어 있는 편이다.
<중안조> : 성룡의 위험한 스턴트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최고의 스펙터클.
<중안조>는 아마도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홍콩 느와르’ 장르의 영향이 가장 많이 묻어있는 성룡 영화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안조>는 그 자체가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성룡이라는 배우 자체의 자의식이 가장 억눌려 있는 영화이며 그로 인해 더욱 흥미가 배가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성룡 외에도 주성치의 <서유기> 2부작에서 삼장 법사로 출연하는 등 주성치 사단의 일원이었던 나가영과 <황비홍>에서 성질 급한 제자 역할을 연기했던 정측사 등 코믹한 연기를 많이 보여주었던 배우들이 모두 180도 다른 진지한 역할을 선보이는 것 역시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소권괴초 컬렉션> : <소권괴초>의 디스크 메뉴
<소권괴초 컬렉션> : <용등호약>의 디스크 메뉴
<중안조>의 디스크 메뉴
<중안조> : 조명의 변화가 심한 이 영화의 리마스터링은 준수한 편.
<소권괴초 컬렉션 : 소권괴초> : 제작연도를 감안한다면 만족스러운 화질.
<소권괴초 컬렉션 : 용등호약> : <권정>의 일부 화면을 이용한 이 영화의 몇 장면의 배경은 우리나라.
홍콩 영화의 보관 상태 역시 국내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소권괴초 컬렉션>과 <중안조>가 속한 컨템퍼러리 컬렉션은 홍콩의 배급사인 포츈 스타 계열이 캐나다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출시되고 있어 비교적 화질이 우수한 편이다. 물론 최신 헐리우드 영화들에 비할만큼 날카로운 화질을 선보이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미 제작연도가 10년에서 20년이 넘게 지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영상 퀄리티를 선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90년대에 만들어진 <중안조>의 화질이 좀 더 부드럽고 선명한 영상을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어두운 장면의 디테일은 조금 떨어지는 편. 그보다 더 오래 전에 만들어진 <소권괴초>와 <용등호약>의 경우에는 원본 자체의 퀄리티가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기에 다소 낡은 느낌의 영상을 선보인다. 다행히 초반부에 발견되는 필름 스크래치들은 중후반부에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두 편 중에는 이런 저런 소스를 짜집기한 <용등호약>에 비해 <소권괴초>가 보다 안정적인 영상을 구현한다. ★★★
언어 메뉴
세 편은 모두 광동어 DTS 트랙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컬렉션의 약점 분야인 만큼 그다지 강렬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컬렉션의 초기 출시작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인위적인 음향 효과의 느낌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보다 원본 트랙의 느낌이 살아있는 돌비 디지털 음향이 보다 나은 선택. ★★★
스페셜 피쳐 메뉴
컨템퍼러리 컬렉션의 최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셜 피쳐의 부족은 이 타이틀에서도 여전하다. <소권괴초>에는 라마스터링 전과 후의 필름을 비교하는 메뉴가 포함되어 있으며 <용등호약>에는 이 작품의 제작자인 나유의 영화 세계에 대해 영화평론가 폴 포노로프가 언급한 영상 클립이, <중안조>에는 감독인 황지강의 인터뷰 클립이 수록되어 있다. 그 외에는 오리지널 예고편과 새 편집 예고편 그리고 포토 갤러리가 세 타이틀에 공통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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