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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의 실리콘 밸리 전쟁
그렇다면 빌 게이츠의 창의력이 뛰어나서 그랬을까 ? 그럼 빌 게이츠는 어떻게 현재의 성공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 여기 승승장구 중인 빌 게이츠의 젊은 날을 다룬영화의 DVD를 소개한다.
'컴퓨터 혁명'의 전말
올해 7월부터 윈도우 98의 기술 지원이 중단된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작년부터 아직까지 국내 사용자의 2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운영 체제(OS)인 '윈도우 98'의 패치가 지원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게 1년간의 기술 지원을 구걸(?)했으나 깨끗이 거절당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결론은 간단하다. '한국은 보안 수준이 높아 괜찮을 것'이라는 것. 인구 5000만을 대표하는 정부가 미국의 한 기업에게 질질 끌려가는 모양이라니 !
'윈도우'는 빌 게이츠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단숨에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만든 운영 체제다. 하지만 과연 '윈도우'가 품질이 뛰어나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빌 게이츠의 창의력이 뛰어나서 그랬을까 ? 그럼 빌 게이츠는 어떻게 현재의 성공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 여기 승승장구 중인 빌 게이츠의 젊은 날을 다룬영화의 DVD를 소개한다. 그리고 빌 게이츠의 성공에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거인이 등장하는데, 그는 바로 현재의 애플사를 만들어 낸 스티브 잡스다.
■ 빅 브라더 빌 게이츠 ?
사실 이 영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실리콘 밸리 전쟁]은 빌 게이츠보다는 스티브 잡스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장면으로 설명이 된다. 영화는 매킨토시의 슈퍼볼 CF 촬영 장면에서 시5작한다. 미국인들의 시청률이 가장 높은 슈퍼볼 대회 중간, 딱 한 번만 상영된 60초 짜리 CF(리들리 스콧이 연출)는 젊은 여성이, 마치 조지 오웰의 [1984]를 연상시키는 미래 사회에서 명령을 내리는 대형 스크린의 인물에게 해머를 던지는 '혁명'을 떠오르는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장면은 곧 애플사의 발표장에서 '빅 브라더'처럼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빌 게이츠(안소니 마이클 홀)와 그 아래의 스티브 잡스(노아 와일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다소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빌 게이츠는 '빅 브라더'가 되었음을 의미하며, 스티브 잡스는 빌 게이츠에게 패배하였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누구던가 ? 애플사를 통해 컴퓨터 혁명을 일으켰던 주역이었지만 독선적인 경영 스타일과 판단 착오로 하루 아침에 애플사에서 해고당했다가 <토이 스토리>,<벅스 라이프> 등으로 3D 애니메이션 선풍을 주도하고 있는 픽사(Pixar)의 성공으로 12년만에 애플사의 CEO로 극적인 복귀. 1년 만에 10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보던 애플사를 4억 달러 규모의 흑자를 남기는 전설적인 인물아니겠는가 ?
■ 정보 혁명 또는 사기극 ?
사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실리콘 밸리 전쟁>은 IT계의 거물들에 대한 뻔한 성공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긴박한 스릴러처럼 만들어진 영화다. 그건 영화를 양분하고 있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에 대한 묘사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특히 빌 게이츠는 컴퓨터 엔지니어로서의 능력 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교활한 사업가로 묘사된다. 그는 운영 체제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IBM에게 자신들의 운영 체제를 싸게 제공했다고 큰 소리를 치고는 (운영 체제를 만들지 않고) 5만 달러를 주고 사들여 문제를 해결한다. 빌 게이츠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라고 해서 나을 것은 없다. 창의력과 감각이 뛰어난 그지만 성공의 나르시즘에 빠진 잡스는 자신들의 '베트남 전쟁'은 회사 안에 있다며 직원들에게 장시간의 노동 시간을 강요하고 잔인한 경쟁을 시키며 엔지니어들을 몰아붙이는 매몰찬 인간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딸인 분명함에도(DNA 검사까지 들어 맞음에도) 10년간 친자를 인정하지 않는 괴팍함을 드러낸다.
가장 기가 막힌 대목은 빌 게이츠가 '윈도우'를 개발하는 과정이다. 애초에 GUI('윈도우'와 같은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마우스를 개발한 것은 사무기기 업체로 유명한 제록스였다. 하지만 뉴욕에 있던 제록스 본사의 수뇌부들은 GUI와 마우스의 개발이 컴퓨터에 있어서 혁명적인 일임을 인식하지 못했고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에게 자신들의 연구진이 개발한 결과물을 고스란히 선보이게 된다. 이는 결국 애플사의 맥OS와 맥킨토시의 개발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안목 없던 제록스사의 간부들의 탓이 크기는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남의 창작물을 도용한다. 하지만 한 술 더 뜬 것은 빌 게이츠였다. 당초 애플사의 경쟁 업체인 IBM에 MS-DOS를 공급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전략적으로 애플사와 제휴하고 맥킨토시의 시제품을 받아 'MS-윈도우'를 개발(도용)해낸다.
■ 또 다른 영웅 신화
사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실리콘 밸리 전쟁>의 이런 태도는 꽤 영리해 보인다. 빌 게이츠의 '윈도우'가 해커들의 주 공격 대상이 된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OS(운영 체제)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고가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도 때문이다.(특히 '리눅스'와 비교된다) 당연하게도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이중적이다. 우리에게 빌 게이츠는 마치 컴퓨터 천재가 성공적인 기업가로 변신한 듯 알려져 있지만, 실은 빌 게이츠는 '개발자'가 아니라 남이 만든 물건을 파는 '마케터'인 것. 그건 훨씬 더 창의적이기는 하지만 스티브 잡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결국 이 영화의 이런 태도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에 대해 익히 알려진 사실들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약점을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주도한 '컴퓨터 혁명'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건 누구나 말하는 것처럼 '정보 혁명'일 수도 있고 제러미 리프킨을 비롯한 학자들이 등장하듯 '노동의 종말'일 수도 있다. 결국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한 인물들에게 구세대의 도덕률(경영 윤리)은 '옛 것'처럼 다루어진다. 그들은 새로운 인간들이기에 창의적이었으며 그로 인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식이다. 그들은 마치 60년대 '록의 혁명'을 주도했던 로커들처럼 인간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인물들로 다루어진다. 이 영화가 특히 재미있는 점은 이들을 경영자라기 보다는 예술가처럼 묘사된다. 특히 스티브 잡스는 새벽 3시에 회사에 등장해 밤새 프로젝트에 매달린 프로그래머에게 '난 예술가를 원한다'며 다그치는 '예술적 광기'를 드러낸다. 마치 공포 영화처럼 음산한 음악과 분위기로 연출된 그 장면에서 스티브 잡스는 '초인'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이는 결국 또 다른 영웅 신화에 다름 아니다.
이 영화 속에서 확실히 안경을 쓴 음험함 사업가형 인간인 빌 게이츠(안소니 마이클 홀)에 대한 인간적 묘사는 적은 편이다. 안소니 마이클 홀은 평소 미디어에서 자주 웃음을 선보이는 빌 게이츠의 이미지를 따르기 보다는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그려진 어두운 빌 게이츠의 모습을 묘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맥킨토시의 시연장 무대 뒤에서 로우 앵글과 조명을 받으며 신경질적인 눈빛으로 스티브 잡스를 바라보는 빌 게이츠는 확실히 빅 브라더의 모습이다. 이에 비해 인간적 약점의 원인이 확실하고(그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 미남형인 스티브 잡스(노아 와일리)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긴 노아 와일리는 영화가 만들어져 방영된 후(이 영화는 TV용으로 제작되었다) 직접 스티브 잡스의 전화를 받고 애플사의 연례 행사인 맥월드 컨벤션에 초청되어 스티브 잡스를 직접 흉내내었다고 할 정도니 잡스 본인에게도 영화 속의 자신의 이미지가 썩 마음에 들었는가 보다. (대량 해고를 수반한) 미국식 경영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는 미국과 한국같은 사회에서 CEO란 범인들의 세계를 초월한 초월자들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대량 감원을 해서라도 경영 실적을 향상시킨 경영자들이 존경을 받는다. 이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모습 역시 비록 부정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있지만 그건 또 다른 '신화'에 다름 아니며 그들은 여전히 '영웅적'으로 묘사된다. 이 영화가 지닌 독성은 바로 그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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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도에 TV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크게 문제 삼을 만한 영상은 아니다. 4:3 스탠더드 포맷의 영상은 어두운 장면에서 입자가 거칠게 느껴지고 세밀한 표현력이 떨어지지만, 이는 앞서서 이야기했던 원본 자체의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해상도나 대형 디스플레이에서의 감상 보다는 일반적인 가정용 TV에서의 감상이 더욱 적절한 영화다. ★★★
스테레오를 지원하는 음향 역시 굳이 다채널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없는 영화에 적절한 포맷이라고 생각된다. 대사 표현력이나 음향 표현 재생에 있어 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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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와일리의 소개
이 작품에는 별 다른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지 않다. 스티브 잡스를 연기했던 노아 와일리([ER]이 대표작)의 간단한 소개가 들어 있는 정도다. 노아 와일리는 본문에서 밝혔던, 스티브 잡스에게 직접 전화를 받게 된 에피소드와 당시 촬영장의 분위기 등을 간단히 언급한다. 그 외 서플먼트로는 DVD 출시를 홍보하는 예고편이 전부다. 별도의 영상을수록하기 어려웠다면 좀 더 다양한 텍스트 자료라도 수록되었다면 좀 더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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